월간복지동향 2012 2012-01-16   1597

[심층분석7] 주거복지, 복지에서 권리로… – 다른 권리의 실현 기반으로서 주거 –

이주원│ 나눔과 미래 사무국장

 

1. 주거복지의 시대

우리나라 주거문제에 있어서 최대 화두는 주거복지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거복지는 실현해야할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선언으로 그치는 정치적 수사였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양극화의 늪에 빠지게 된 지금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던, 선거에서도 양념에 불과했던 주거 관련 공약이었던 의제가 급부상을 하였다. 2011년 9월에 실시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확인했듯이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약을 최우선 의제로 내걸은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었다.

 

뉴타운 등 도시재정비사업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갈등과 불안 속에 살고 있으며, 청년들은 대학등록금조차 빚으로 떠안고 사회진출을 하였는데 안정된 직장은 고사하고 한 달에 수십만원이나 하는 원룸과 고시원에서 좌절로 인한 패배의식 속에 살고 있다. 대학생들은 어떠한가? 치솟는 등록금으로 부모님의 등골이 휘는 것 때문에 항상 죄송한데, 자취 및 원룸 방값이 월 수십만원이니 그 괴로움 또한 작다고 할 수 없다. 이뿐인가? 저소득층은 폭등하는 전세값과 월세값 때문에 이사철이 다가오면 항상 불안에 떨고 있다.

 

이제 주거복지는 배부른 선진국들만의 사회정책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시급히 실현해야할 사회정책이 되었다. 상황이 이러한데 주거복지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실현해야할지 우리사회는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주거복지에 대한 철학과 내용의 빈곤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의 주택정책이 주택을 공급하고 주거환경을 정비하고주택에 대한 점유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주거복지정책은 주택정책을 포함하여 주거비의 부담을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모든 사람이 주거와 관련한 차별을 겪지 않게 하는 것이다.

 

주거복지는 권리개념과 복지개념을 모두 포괄한다. 주거권이 인권이라는 권리의 개념이 배제된 부거복지는 저소득층에 대한 잔여적인 복지정책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는 저소득층 주거지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정책이 집행되면서 복지적 측면만 강조되고 있다. 국가의 주거복지정책은 권리적 측면까지 포괄해야한다. 즉 주거복지정책은 중산층의 주택 점유의 안정성과 주거여건 개선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단순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을 넘어서야 한다. 주거복지는 권리로서의 주거와 복지로서의 주거가 통합되어 정책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주거복지가 권리와 복지의 통합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주거가 사람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권리의 기본적인 토대이기 때문이다. 안정되고 적절하며 부담가능한 주거는 삶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권과 주거권은 긴밀하다. 어떤 사람에게 쉴 공간이자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그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수년간 사는 청년, 모자가정, 부자가정, 홀몸노인들에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유엔사회권위원회는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에 대한 일반논평 4(General Comment 4 The right to adequate housing)를 통해서 건강권은 단지 보건의료 서비스만을 뜻하지 않으며 위생, 영양, 주거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이렇듯 주거가 보장되지 않고서는 다른 권리의 실현이 불가능하다.

 

2. 국가의 주택정책은 주거복지정책

이제 우리나라의 주택정책도 자가소유 촉진을 위한 주택공급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서 밝혔듯이 국가의 주택정책은 곧 주거복지정책이 되어야 한다. 한국처럼 민간주택시장에 비해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낮은 나라에서는 더욱 주택정책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처럼 주거비가 높은 나라에게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무주택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국가의 주요 정책과제이다. 그러나 시장주의자들은 부동산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특히,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소유)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오늘날 자유주의국가에서 정부의 시장부문에 대한 개입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히 주택의 경우에는 시장경제체제의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해 부동산세, 임대료통제, 최저주거기준 설정,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임대료 보조 및 주택수당 지급 등 다양한 정부개입이 행해지고 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주택시장을 통해 빈곤층 내지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곤층 내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림1.jpg

<그림> 주택정책(주거복지정책)의 영역과 국가 개입

 

위 그림처럼 주택정책(=주거복지정책)은 자가소유시장, 민간임대시장,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책의 개입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우선 자가소유시장에 대해서는 각종 부동산 규제 및 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며, 민간임대시장에 있어 국가는 주택바우처 제도를 통해 저소득 무주택자들에게 임대료 보조를 할 수 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소득에 따른 임대료 차등부과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약자들에게 국가차원의 직접적인 주택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자가소유시장:민간임대시장: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적정하게 구성된다면 저소득 무주택자들은 한층 더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르다. 우리의 주택정책은 자가소유 촉진정책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특히 중요한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전체 주택재고량 대비)은 4.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3. ‘주택점유형태 균형’ 정책이 필요하다

주택점유형태 균형은 자가소유와 민간임대주택 그리고 공공임대주택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것으로, 적정한 비율로 이들 세 가지 주택점유형태가 이루어진 상태를 균형이 잡혔다고 지칭한다. 주거복지의 선진국들을 보면 ‘자가소유:민간임대:공공임대주택’이 대략 6:2:2 혹은 6:2.5:1.5 정도의 비율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10%~15%정도가 되어야 자가보유시장 및 민간임대시장의 가격을 정부가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질 수 있어 주택점유형태의 균형이 이루어 질 수 있다.

 

한국의 자가소유 확대 정책은 다른 점유형태의 희생(특히 공공임대주택)을 수반했다는 점에서 취약계층의 주거문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자가소유 중심 국가에서는 주택 가격이 오르게 되면 젊은 층의 독립이 늦어지고 출산율도 낮아지게 된다. 또한 높은 주거비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하락하여 소비를 떨어드리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실제 주택정책을 입안 적용할 때 ‘주택점유형태의 균형’을 주택정책의 원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유형태 간 자원배분의 균형이라는 관점을 염두에 두고, 각 점유형태별로 지원 또는 개선대책을 도입해야 한다.

 

우선 자가소유의 경우, ① 모기지 제도의 활성화 ② 주택구입자금에 대한 세제혜택 ③ 서민용 주택구입자금 지원 ④ 중소형 주택 우선공급 ⑤ 단독․다세대주택의 주택에너지성능개선 지원 등 개별 정책수단들을 마련 적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그동안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정책이 거의 부재해왔다. 오히려 이를 자가소유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인식해왔던 것이다. 한국도 다주택자의 소유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넘어서 다주택자의 민간임대주택 운영에 공공이 개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임대주택을 공식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는 임대소득세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임대소득세가 임대료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영세가옥주의 부담문제를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자동계약갱신권을 통한 임대차의 안정성 확보 및 비정상적인 임대료 상승에 대한 제어 장치 도입 등 임대차 제도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존의 비공식화된 임대시장 관행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제도 변화에 따른 거부감과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목표를 두고 정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가구에 대한 지원책이자 민간임대주택 수준의 개선효과가 있는 임대료 보조제도(주택바우처)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택바우처 제도는 민간임대시장의 공식화, 투명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세 번째로,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적정재고를 전체주택재고의 15%로 가정해보겠다. 현재 장기공공임대주택(5년 및 10년공공임대주택 제외)의 재고호수는 약 69만호로 현재 주택재고의 약 4.8%로 추계된다. 그런데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보고서상의 전국의 주택호수는 1,488만호이므로 이를 1,500만호로 잡고, 공공임대주택을 전체 주택재고의 15%로 산정하면 약 225만호가 된다. 이는 현재 공공임대주택 재고에서 156만호를 더 건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공공임대주택 1호를 건설하는 데 약 1.3억원의 부채를 늘려야 한다면, 약 202조원이 소요된다. 물론 이미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건축 중인 공공임대주택이 있으므로 실제 건축해야할 임대주택의 물량은 이보다는 줄어들겠지만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늘리는 것인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전체 주택의 최대 20%~3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을 무작정 늘리자고 주장하기 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을 적정 수준(약 10%)으로 확대하되, 나머지는 기존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공공의 개입 또는 지원을 통해 민간임대주택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보금자리?

이명박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전면 개정하여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었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살펴보면 신혼부부에게 국민임대주택 특별임대분양권을 주는 것 등 몇 가지 지역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기존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 틀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솔직히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혼돈스럽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대상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도시 서민들의 생활 패턴에 맞도록 도심지에 공공임대주택의 집중적 공급을 고민해야한다. 이유인 즉,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담보된 계층은 외곽의 그린벨트 지역이나 도심 밖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해도 일자리와 연계성에 그다지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저소득 서민들의 다르다. 직장과 주택을 근접시키는 직주근접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공공주택은 이들에게 있어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주거복지정책)은 시대의 흐름을 역류했다. 분명 주택정책의 목적은 주거안정, 과도한 주거비용에 따른 임금 및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 자산의 공평한 배분에 따른 계층 간 상대적 박탈감과 상호불신을 완화를 통한 사회통합으로 경제발전을 촉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내내 주거불안정, 과도한 주거비, 자산의 양극화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이 커졌다. 이는 잘못된 주택정책이 불러온 사회적 비용의 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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