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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2
  • 2002.10.10
  • 423
복지정책과 사회적 합의

일반적으로 정부가 복지정책을 포함한 공공정책을 실시하게 되면, 반드시 이익을 보는 집단(winner)과 손해를 보는 집단(loser)이 생기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정책이 정착되어 감에 따라서 이익을 보는 집단 내부에서도 더 큰 이익을 보는 집단, 작은 이익을 보는 집단, 이익을 보고 있지만 자기의 성에 차지 않아서 불만을 표출하는 집단 등등 천차만별로 나뉘어지게 마련이다. 이익을 보는 집단이 이럴진대, 손해를 보는 집단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복잡성이 첨예하게 나타나는 분야 중의 하나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이해관계를 소위 "국가적 대의"로 억누르며, 작은 목소리나마 불만을 표출하는 집단은 적당히 공권력으로 다스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를 중시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원적 이해관계의 조정이 정책시행에 있어서 핵심적인 과제로 떠오르게 되며, 바람직한 복지정책이라 할지라도 종종 이러한 이해관계의 조정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아예 실종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여기에 복지정책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개혁적 복지정책을 시행할 의사와 필요성을 아예 못 느끼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고, 반면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복지정책에 따른 이해관계의 조정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정책의 기본 목적이 왜곡되거나 포기되곤 한다.

이러한 점에서 법을 제정하기보다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도의 정착이 더욱 어려운 법이고, 특히 법 제정의 정신과 취지를 그대로 살려서 성공적으로 제도를 정착시키는 과제는 더욱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국민의 정부 들어서면서 이루어진 일련의 사회제도 개혁이 일부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인하여, 시행과정에서 왜곡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건의료분야에서 대표적인 개혁사례로 손꼽을 수 있는 의약분업과 의료보험제도의 통합이 현실세계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으며, 아예 건강보험 재정의 통합을 무산시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제도 개혁의 난항과 좌절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제도를 현실세계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일반원리를 재확인하게 되며, 이러한 문제의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선진 복지국가란 복지정책을 과학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국가라기 보다는 국민의 다원적 이해관계를 국민적 합의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조정능력이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결정의 과정을 조합주의적(corporatist) 정책결정방식이라고 하는데, 정책의 실시에 따른 다원적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모두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일종의 집중화된 다원주의(centred pluralism)적 합의과정을 거쳐서 정책을 입안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복지정책도 형식적이나마 "위원회"의 형태로 이러한 이해관계의 조정과정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서 야심차게 추진하였던 복지개혁의 과정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공공부조제도 중 핵심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한정하여 최저생계비의 결정에 있어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운영현황과 문제점

이번 정부 들어서서 추진하였던 다른 복지개혁과 마찬가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아직까지 미완의 제도이며, 꾸준한 제도개선을 통해서만이 완결성을 기할 수 있다. 특히 이 제도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결함 이외에도 소득파악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능력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제도의 참여자인 공급자, 수급자, 그리고 납세자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수준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어떤 복지제도보다도 이해관계의 조정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정·합의과정은 수급자의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의 책정에 있어서 특히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저생계비는 헌법에서 보장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비용을 말한다. 즉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유지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이러한 국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는데, 그 보장의 기준이 바로 최저생계비라고 할 수 있다. 즉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최저생계비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는 다른 사회정책의 기본 자료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최저생계비는 각종 사회수당의 수준을 결정하고, 면세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며, 더욱이 임금단체협약에도 기초적으로 사용되는 등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매우 폭넓게 사용된다.

따라서 최저생계비가 가지는 이러한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정부관료와 시민단체 대표 그리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매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20조). 즉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생활보호법 상의 중앙생활보호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심의기능에다가 의결기능까지 부여받음으로써 사회적 합의정신에 보다 투철한 명실상부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반에 관한 최고의 의결기구로 승격되었다. 이는 법 제정과정에서 보여준 시민사회단체의 의지가 구현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위원수가 10인 이내로 제한됨으로써, 정부의 차관급 이상 관료(보건복지부, 재경부, 기획예산처, 노동부, 행자부)가 과반수를 점하게 되고, 따라서 이 위원회는 정부의 의사를 반영하는 통과의례 기구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매우 심각한 실정인데, 2000년도의 경우에는 최저생계비의 심의과정에서 산하 전문위원회가 다수안으로 올린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 계측방식인 수정균형방식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거부되어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위원이 이의를 제기하고 회의에서 퇴장하는 파행을 겪었다. 따라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제정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합의정신이 제도의 실제운영에도 반영되기 위해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위원구성을 수급자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작년인 2001년도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서도 여실하게 나타났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최저생계비에 관한 충분한 선행연구와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기 위하여 전문위원회를 두었는데,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를 결정하기 위하여 다섯 차례에 걸쳐서 회의를 진행하였으나,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결국 시민사회단체 추천 전문위원과 전문가 대표 전문위원이 제5차 회의에서 퇴장하면서 결국 파행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러한 전문위원회 파행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정부측 대표 특히 경제관료의 무성의와 완강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경제관료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탄생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정신과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오로지 예산절감만을 지상목표로 명년도 최저생계비에 관한 어떠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안도 거부하는 비타협적인 자세를 견지하였다. 이러한 파행 사태를 보면서 왜 현 정부에서 추진한 사회제도의 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실패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즉 정부정책의 결정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며, 각종 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를 참여시키지만 결국은 통과의례로 전락시킨 채 정부관료의 뜻대로 정책을 결정하는 이러한 오만과 위선이 결국은 사회제도의 개혁을 가로막고 결국은 개혁의 실패로 이끄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명실상부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따라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최저생계비의 책정을 비롯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간이 되는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위원구성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분개정을 통해서라도 현행 10인 이내로 제한되어 있는 위원의 수를 최소한 15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위원수가 10인 이내로 제한됨으로써, 정부의 차관급 이상 관료(보건복지부, 재경부, 기획예산처, 노동부, 행자부)가 과반수를 점하게 되고, 따라서 이 위원회의 기본기능인 사회적 합의는 아예 불가능하고 심지어는 위원회 자체가 형해화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와 2001년도 최저생계비 전문위원회의 파행을 경험하면서, 이 위원회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우리 사회의 사회개혁의 기본자료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행 위원회의 구성을 바꾸거나 위원의 수를 늘려서 수급자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하여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켜야 할 변화하는 제도이며, 그런 만큼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이 제도의 도입과정에서부터 집요하게 반대해온 우리 사회의 시장 자유주의 세력이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에서, 보건의료제도의 개혁과 같이 언제 이 제도의 "형해화" 및 "되돌리기 작업"이 자행될지 모르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제도가 수급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러한 목적으로 제 기능을 다하는 제도가 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명실상부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진영/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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