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2-10   1236

기초생활보장제도, 전진인가 후퇴인가?

2003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요 변화

2003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변화는 수급자 선정 기준이 “소득평가액과 재산기준”에서 “소득인정액”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정한 소득과 재산기준을 정하고 그 이하는 모두 수급자, 그 이상은 탈락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이제 갖고 있는 재산 중 기본재산액을 뺀 나머지 재산에 소득환산율을 곱하여 이것을 소득인정액에 반영하게 된다.

소득인정액 = 소득평가액 + 재산의 소득환산액

기본재산액으로 인정되어 기초공제되는 금액은 전세값 등 일반재산의 경우 농어촌 2,900만원, 중소도시 3,000만원, 대도시 3,300만원이고, 금융재산은 일반재산의 기초공제 잔여분 내에서 300만원까지 공제된다. 그리고 일반재산의 소득환산율은 월 4.17%, 금융재산은 월 6.26%이며 승용차의 경우는 차량가액의 100%가 월소득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4인 가구이고 중소도시에 살며 가구의 소득이 월 30만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2,700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으며 승용차는 없고, 1,000만원이 저축된 통장을 갖고 있다고 하자. 과거의 경우에는 4인 가구 재산기준 3,600만원을 초과하므로 이 가구는 수급자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세값 2,700만원은 기초공제 범위에 포함되므로 소득환산이 발생하지 않으며, 일반재산에서 남은 기초공제분 300만원이 금융재산에서 공제되어, 남은 700만원의 금융재산에만 소득환산율을 적용하면 된다. 소득인정액은 월 소득 30만원과 소득환산금액을 더하여 73만8,200원이 되고 4인 가구 소득인정액기준 102만원에 미치지 않으므로 수급자로 선정되게 된다.

○ 재산의 소득환산액

·일반재산 : 2,700만원 – 3,000만원

·금융재산 : (1,000만원 – 기초공제 300만원) × 6.26% = 43만8,200원

● 소득인정액 : 30만원 + 43만8,200원 = 73만8,200원

복지부는 위의 예처럼 새로이 수급자가 되는 가구는 약 2만 5천 가구, 5만명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과 재산이 모두 급여기준에 가까웠던 5천 가구는 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된다. 또한 재산액에 따라 급여가 감소하는 가구가 2만 5천 가구에 달한다. 정부는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탈락 가구에 대해서는 1년간 의료급여 헤택을 주기로 하였고, 기존 수급자에 한하여 환산 소득을 1/3만 적용하도록 하였다.

소득환산제도로 신규 수급, 탈락 발생

소득인정액 단일 기준으로 전환되었다고 하나 재산기준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산의 소득환산율 자체가 허용 가능한 최고 재산액(4인 가구 기준 : 농어촌 5,346만원, 중소도시 5,446만원, 대도시 5,746만원)을 내포하고 있고, 생업용이 아닌 승용차의 경우 차량가액을 100% 월소득에 반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승용차 보유 가구는 수급자가 될 수 없다. 다행히 비합리적이라 지적돼온 주택과 토지의 면적기준은 사라졌다.

이러한 변화가 수급자와 마땅히 수급자가 되어야 할 차상위 빈곤계층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만은 없다. 재산기준이 다소 합리화된 측면이 있다 할지라도 기초공제 허용 재산액이 너무 적다는 점, 재산의 소득환산율이 너무나 높다는 점은 최저생계를 위한 적정한 주거 마련, 교육과 자립 등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할 수 없게 하고, 결국 전체 수급자의 급여를 하향조정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다행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2003년에는 기존 수급자의 경우 소득환산 금액의 1/3만 소득인정액에 포함시켰는데, 향후(2005년부터로 예상)에 이를 전액 소득에 환산시킬 경우 급여의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이며, 탈락가구도 더 늘어날 것이다.

또한 여전히 저소득층의 승용차 보유를 용납하지 않고, 재산의 종류별로 소득환산율의 격차를 너무 크게 두어 정부가 수급자의 생활양식에 대한 통제를 여전히 가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산 소득환산제도 도입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진전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우선 재산의 기초공제 허용범위를 넓히고, 소득환산율을 합리적으로 낮춰야 한다. 물론 근본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적정화하여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이후 최저생계비의 낮은 인상율 때문에 수급자의 생활수준과 일반 가구의 생활수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과다하게 제외된 의약품 및 보건의료용품 구입비, 가정학습지 구입비용을 현금급여기준에 반영하자는 주장이 무시되어 최저생계비가 최저생계 유지에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가 소득인정액제도와 같이 집행을 효율화하는 정책을 수용하기는 쉬우나, 예산이 소요되는 최저생계비나 현금급여기준의 인상에는 동의하지 않음을 또다시 확인한 셈이다.

형평성은 높아졌으나 질적 수준 답보상태

결국 소득인정액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저소득층 내에서의 형평을 기하고 합리적인 조정을 이루었을지 모르나, 이것이 수급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였다거나 제도의 양적 확장에 기여한 바는 극히 미미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신 정부를 준비하며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공약이 남발되고 있지만 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저소득층 삶의 질을 개선하고 빈부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예산의 확보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성장이 우선이고 복지는 그 뒤라고 여겨진다면 많은 약속은 허망한 거짓말이 되고 말 것이다.

아래에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한 주요 변경 사항과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세부기준을 소개한다.

○ 승용차와 관련하여 장애인용 2000cc 미만 차량은 재산가액에서 제외됨.

○ 생업용 자동차의 경우에는 승용차가 아닌 일반재산으로 구분하여 차량가액의 50%만 재산으로 인정하고, 소득환산율 4.17%를 적용.

○ 금융재산 중 연 300만원까지의 장기저축예금의 경우는 금융소득에서 제외. 단, 해지나 만기시에는 금융소득으로 인정

○ 재산 기본공제에 더하여 부채도 재산가액에서 공제됨. 부채는 최고재산액의 1.5배까지만 공제됨. 의료비, 학비에 사용한 것이 분명할 경우에는 상한액을 초과해서도 차감이 가능.

○ 의료급여와 관련하여 자활특례 가구는 만성질환자만 의료급여 대상자로 포함되었으나 그 가구 전체가 의료급여 대상자로 포함됨.

○ 의료급여 2종 대상자 중 입원진료비 본인부담금이 한달 동안 3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50%를 사후에 현금으로 지급.

○ 재산기준 특례는 없어지고, 근로무능력자 가구와 재산 처분이 곤란한 가구의 경우 기초공재액의 2배까지 인정해줌.

○ 해산비는 18만 5천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

○ 에이즈감염자, 탈성매매여성 등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조사를 유예하고, 부모의 재혼, 사실상 이혼 등의 사유로 가족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경우 우선 보호하고 보장비용 징수를 유예함.

○ 조부모, 손자의 부양비 부담을 40%에서 30%로 완화

○ 수급자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소득공제 일부 확대 : 장애인 직업재활, 학생근로, 자활공동체근로 소득공제율 30%로 적용

문혜진(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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