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5-01   2098

[칼럼] 지역사회복지서비스 네트워크에 대한 단상


지역사회복지서비스 네트워크에 대한 단상


김신렬


 요즈음 우리 사회복지서비스 현장에 떠오르는 화두 가운데 하나가 네트워크다. 네트워크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일련의 실체(objects)들 간의 관계를 묘사하거나 그려놓은 것”으로 정의되며, 사회복지차원에서 말하는 사회적 네트워크란, “지역사회 내에 거주하고 있는 개인, 집단, 조직들이 그들의 욕구나 지역 내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호작용하고 교환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배열(social arrangements)”을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Hardcastle et al., 2004).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사회복지 서비스 네트워크란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기관(조직)들 사이의 협력(혹은 연계)의 한 유형으로서 각각의 기관들이 그들의 조직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클라이언트의 복합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조달을 목적으로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시스템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사회문제의 복잡성과 다양성 그리고 일반대중들의 욕구의 다양성과 욕구의 증대 등으로 인하여 단일 사회복지 서비스 조직에서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모두 해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다양한 조직들 상호간의 네트워크 협력을 통한 개입 노력은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또한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녹녹치 않다는데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복지 현장에는 적지 않은 사회복지 서비스 네트워크가 존재해 왔고, 또한 지금도 적지 않은 자칭 혹은 타칭 네트워크가 지역사회 안에 멀쩡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네트워크의 대부분은 이름만 네트워크일 뿐 그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필자는 그 원인을 네트워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회자본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회자본이론과 네트워크와의 연관성은 네트워크가 사회자본을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회자본 이론에서는 사회 네트워크(social network)가 신뢰(trustworthness) 및 호혜성(reciprocity)과 더불어 사회자본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 이러한 사회자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제자본이나 인적자본에 비해 다음 몇 가지 특성을 갖는다. 우선 자본의 형태면에서 볼 때 개별 행위자가 독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본이 아니라 개별 행위자들의 신뢰와 결속에 의해 이루어진 관계의 맥락속에 내재되어 있는 자본이라는 점, 둘째, 경제자본 등 다른 자본의 소유 이익이 모두 소유자 개인에게 돌아가지만 사회자본의 이익은 관계의 맥락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유된다고 하는 점, 셋째, 다른 자본들은 소유와 더불어 그 유지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반면에 사회자본은 그 유지에 지속적인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점, 넷째, 사회자본을 매개로한 사회적 교환에서는 다른 자본의 교환처럼 등가물의 교환에 의한 영합관계(zero-sum)로 나타나지 않고 교환에 의해 자본이 증가하는 정합관계(positive-sum)로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자본은 교환관계에서 시간상 반드시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장기적 교환관계를 전제로 상호 호혜성의 전제하에 이루어진다는 특성을 갖는다(유석춘․장미혜, 2006: 28-30).

 그렇다면 네트워크와 사회자본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어지고 그것이 갖는 긍정적 기능은 무엇일까? 포르테스(1998)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교환자원에 의한 혜택을 제공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한 사회자본의 기능(효과)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어차피 행위 당사자인 개인 혹은 조직이 소유하고 있는 자원은 양적 혹은 질적 차원에서 항상 부족하며 따라서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나 자원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자본의 축적과정 즉 네트워크 구축과정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회자본의 긍정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회자본의 긍정적 기능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결속감(social solidarity)의 형성이다. 둘 이상의 행위자(조직을 포함해서)들 사이의 믿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적 결속감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 간의 정보나 자원의 교환에 있어서도 한층 더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네트워크에 비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박혜원․문형구, 2006: 238).

  결국 행위자들 간의 관계, 즉 네트워크의 맥락에서 축적되는 사회자본은 기본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당사자들간의 상호 호혜적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신뢰는 조직간 신뢰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개인간 신뢰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적 신뢰가 더 먼저 이루어져야 할런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조직간 네트워크 구성도 결국은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인간적 신뢰, 혹은 인간 간 신뢰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결국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나를 믿고 내 동료를 믿고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을 믿자. 그것이 네트워크의 시작이다. 상호호혜적 신뢰에 기초한 우리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한 자발적 네트워크 구성은 바로 우리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체계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접근방법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자체를 움직일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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