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1-10   3922

[심층2] 지역조직화의 중심에 주민조직이 있다

김종건
동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1. 지역조직화?


  언제부턴가 자주 듣게 되는 용어가 되었다. 주민조직화란 말도 함께 사용된다. 그런데 막상 실천 문제로 접근하면 낯선 개념이 된다. 게다가 모두 지역과 주민을 대상화한다는 점에서 곧바로 수용하기에도 꺼림칙하다. 하지만 니드를 가진 사람과 그가 처한 환경을 대상으로 보는 사회복지사와 그들의 조직은 그것을 해결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배운 자라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거리도 못된다. 게다가 최근 부산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지역조직화가 빈곤문제의 대안이라는 담론은 지역사회복지관이  ‘신빈민촌’ 문제의 해결사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지역조직화 또는 주민조직화 개념이 그런 인식론의 문제라면 오늘 이런 문제제기가 없었을 것이다. 거친 상상력을 극한으로 밀어부쳐 보자. 지역과 주민을 대상화하는 사회복지의 끝은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분리시키는 사회를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주민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도록 하는 사회복지의 끝은 서로가 서로를 돕도록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용어는 그대로 두지만 그 의미는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다. 지역사회복지관의 패러다임 또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관은 그 동안 사회복지의 대리전달자 임무를 자임하며 마술상자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사회복지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는 지역을 만드는 작업에 과연 우리 스스로 기능한 바는 없는가 자문해 볼 때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조직화는 내가 물리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며, 그 소속감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참여로 확인될 수 있다고 본다.



2. 진보적인 지역복지운동이란


  지역사회복지운동 또는 지역복지운동이라는 이름이 시민단체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 발전이라는 의제 앞에서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정치 세력으로부터 표로 인정받을 수도 있고 진보 보수를 떠나 ‘이제는 지역이다’, ‘민생정치’, ‘서민정치’와 같은 표어가 담고 있듯이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무력한 국가적 대응에 대한 가장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서 지역복지운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개혁진보진영에게 매우 의미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이 개념을 진보적으로 만드는가에 있다. 잠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현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의 전신인 한국지역사회복지운동연구회가 1995년 『지역사회복지운동』이라는 학술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창간호에 “시․군․군별 사회복지협의회를 조직하여 지역사회복지운동을 전개하자!”라는 제목의 1면짜리 창간사를 싣고 있다. 핵심 내용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복지사업이 요구되므로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주민의 자치조직인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필요하고, 대학에서 지역사회복지론이 필수과목이지만 미국의 이론(지역사회조직론), 소위 CO(Community Organization)를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어 이론과 실제가 괴리된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교수, 공무원, 사회복지사들이 연구회를 조직하여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조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그 당시 지역복지의 과제는 지방자치제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고 수입 이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고 대안은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조직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를 수용하고 실천하는 집단이 지역복지운동의 주체이다. 이야기를 여기까지 하고 나니 뭔가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은 무엇이고 그 대안은 또 무엇인가? 대안이 지역조직화라고 한다면 지역사회복지관은 극복해야 할 현실인가 아니면 주체인가?


  다음 문제는 진보진영의 주체성이 담긴 내용의 지역복지운동을 만드는데 있다. 부산의 시민사회진영이 ‘신빈민촌’을 이슈화하면서 이 분야 담론을 선도한 것만은 틀림없고 제2탄으로 내건 ‘신빈민촌의 희망찾기’ 또한 공론장에서 이미 시민권을 얻었다. 사회복지연대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내세우는 지역복지운동의 주체성은 ‘마을만들기’로 표방되는 주민조직화, 지역조직화이다. 이슈의 선도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주민조직화 또는 지역조직화로 실천하는 지역복지를 다른 진영에서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진영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다.
  빈곤층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개별 기관차원의 자원량 증대에서 기관간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는 자원량 증대로 발전해 온 절대적 자원량 증대 패러다임이 서서히 한계에 도달해 있는 조건에서 빈곤층에 대한 추가 자원투입을 거부하는 진영도 주민조직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수용하고 있다. 그들에게 지역사회복지관은 완전히 새로운 문제를 해결 장치를 만들어 낼 도구이고 사회복지사들에게 지역조직화는 당연한 임무로 인식된다. 오히려 공은 시민사회로 귀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역조직화를 통한 마을만들기라는 제목 말고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진보진영의 대안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인 의미나 ‘살고 싶은 우리 동네’, ‘아이들이 안심하고 보행할 수 있는 환경만들기’를 가능하게 하는 지역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달성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현실의 지역복지관이 진보적인 지역복지운동 달성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일부 지역복지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을만들기는 여러 계기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고 그 중에 진보적인 지역복지운동을 내용으로 하는 복지관이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여건과 특수한 조건에 의해서 열려 있는 창에 불과하다.



3. 시민사회단체의 과제


  부산의 한 시민단체는 2010년 총회를 통해서 지역조직화를 주력사업으로 할 것을 선언했고 소기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모자랄 정도로 하나의 부산에 섬과 같은 또 하나의 부산이 존재함을 알렸다. 동시에 그들이 제기한 현실을 변화시켜야 할 책임을 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지역의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만나러 가보니 그 동안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주민조직이 있었다. 시민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그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이제는 지역이다’라는 공허한 구호에 어떻게 운동성을 부여할 것인지 답이 나왔다. 글쓴이는 그 책임이 복지관에 있지 않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조직에게 있으며 오히려 현재의 복지관을 변화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주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빈민밀집지역을 우선으로, 영구임대아파트단지 복지관을 중심으로라는 프레임에서 만들어진 ‘마을만들기’ 의제를 모든 지역에서, 생활터 중심으로라는 프레임의 마을만들기로 전환시켜야 한다. 어디부터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묻는다면, 지역사회를 대상화시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주민조직이 있는 지역사회부터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는 지역사회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와 활동가 기질을 갖고 있는 사회복지사라면 그런 지역사회를 본능적으로 파악할 것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둘째, 복지관을 위에서 언급한 프레임의 마을만들기에 맞추도록 변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정구역상의 한 지역을 명실상부한 지역사회로 만드는 작업은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투입될 것이고, 일각에서 말하는 ‘헌신적인 사회복지사’와는 성질이 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복지관이 해주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기관운영 측면에서 지역조직화사업이 기존의 다른 사업 분야와 대등한 수준에서 취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관장과 실무책임자의 결단과 의지가 관건일 것이다. 그리고 지역조직화사업의 담당실무자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주민과의 만남은 주로 근무시간 외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조직화사업의 성과 또는 실적을 어떻게 보고 받고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지역조직화를 위한 복지관의 역할은 중심성이 아니라 여건 조성이다.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인 주민조직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변화의 리더쉽을 부여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역사를 수용하는 것이고 그 주민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 그것을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를 꾀해야 하며 복지관의 개입에 의한 지역조직화는 그런 주민조직이 전무하거나 기존 주민조직을 전략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조건에 놓여 있을 때로 제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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