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매우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병의원의 집단폐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의지하던 응급실 진료조차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우리를 절망스럽게 합니다. 더불어 정상적인 치료를 하면 구할 수 있는 생명들이 시간이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고 안타깝게도 그 희생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들도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
작금의 이 사태는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사로써 환자를 외면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큰 고통일 것입니다. 이 사태가 아무리 좋게 결론이 난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깨어질 수 있다는 부담 또한 적지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실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의료계의 어려움을 국민들과 정부는 충분히 느꼈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꿋꿋이 환자곁을 지키던 의료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더불어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의료계의 현실과 고뇌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생명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인간의 마지막 권리입니다. 어떤 명분도 그 무엇을 위한 이유도 인간의 생명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린 환자들의 삶의 의지를 누가 꺽을 수 있습니까? 고통스러워하는 환자곁을 지키는 가족들이 어떻게 이 사태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다시금 의료계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의약분업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민들의 불안감과 환자들의 고통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더 이상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지금 이시간에도 여러분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의 곁을 지켜주십시오. 생명은 소중합니다. 포화속에서도 적군을 치료하던 인류애를 기대합니다.
2000년 6월 24일
의료계 폐업철회를 촉구하는 범국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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