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7-01   139

[심층분석4]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의 문제점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의 문제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팀장 김종명

1. 건강관리 서비스란?


  건강관리서비스란 사람들이 금연․절주․식이․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평가․교육․상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정의된다. 익숙치 않은 개념이긴 하나 흔히 건강증진․예방서비스라고 포괄적으로 불리는 것 중 일부를 상품화하여 서비스산업으로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건강검진, 위험요인 평가 등을 이용하여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건강한 사람, 위험요인을 가지고있는 사람,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으로 각각 나눈뒤 그에 맡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사실 건강증진, 예방서비스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인구의 고령화, 생활습관의 변화, 식생활 개선 등으로 인해 질병의 구조는 급성기 질환에서 뇌졸중, 심장질환, 악성 종양과 같은 만성기 질환으로 변화하였다. 질병구조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질병 발생 사후 치료 보다는 사전 예방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만큼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토록 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구상되어 왔다. 정부는 건강증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하였고 2003년에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10을 수립하고 추진전략을 세워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만성질환을 조기발견하여 조기치료를 할 목적으로 일반건강검진, 암검진, 생애전환기건강진단, 영유아건강검진 등을 시행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건강검진 이후 사후관리 체계가 부족하고 조기진단에만 초점을 둠으로써 국민에게 적절한 건강증진 및 예방서비스까지 나아가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2.  정부의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의 내용


  질병구조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증진, 예방서비스를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현 이명박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하려는 방식은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않다.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와 건강보험의 역할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 해결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건강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니 민간기업이나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건강서비스를 알아서 능력껏 구매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국가의 역할은 사적 영역이 성장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한정된다. 2008년 4월에 구성된 건강서비스 활성화 TF는 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건강서비스 활성화 TF의 구성을 보면 건강서비스를 어떻게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TF는 병협, 의협, 한의협 등 의료공급자 4인, 학계 1인, 건강관리회사 대표 2인, 생명 보험사 1인, 그리고 그외 관계공무원 및 한국보건산업 진흥원 등 이었다. 건강보험공단과 시민사회단체가 완전히 배제된 것이 특징적이다. 공적 의료 시스템을 통해 건강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채 민간영역에서 어떻게 건강서비스를 활성화시킬 지에 대한 정책만을 논의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 TF에서는 여러 가지 사안이 논의되었는데 대체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관리서비스의 비용은 비급여라는 점이다. 국가가 보험공단이 책임져주지 않으니 시장에서 자유롭게 가격이 결정된다. 단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바우처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둘째,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기관 뿐 아니라 보험회사, 민간 건강관리 회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간업자가 영리목적으로 서비스 제공을 주도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할 수 있다.  세째, 건강서비스의 제공 범위 설정문제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증진영역 뿐 아니라 질병관리 영역, 즉 질병교육, 질병의 악화방지 및 개선을 위한 지원,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생화습관 개선을 위한 관리까지 건강서비스의 대상으로 설정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강서비스 제공의 의료법의 저촉을 받지 않도록 의료법 등을 개정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3. 정부의 건강서비스 시장 활성화의 문제점


(1) 건강서비스 이용의 불평등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건강서비스 제공방식은 필연적으로 서비스 이용의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다. 국가나 보험자의 규제없이 서비스 공급자가 자유로이 건강서비스의 이용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의료기관이나 건강관리회사가 시장의 원리에 따라 가격 책정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건강서비스에 대한 구매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이나 대기업 고용자, 혹은 건강서비스까지 급여해주는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이용자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그 맹아적 형태가 보이고 있다. 대형 병원의 일부에서는 이미 고액 비급여 종합검진 상품에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품을 구매하는 층은 일부 고소득층에 한정된다. 건강관리서비스 회사들도 건강상담, 위험평가, 건강검진 예약 대행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들은 특히 대기업 임직원 등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렇듯 건강보험체계 밖에서  건강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필연적으로 일부 고소득층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밖에 없다. 다수의 중간소득이하의 계층은 소외될 것이다. 비록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런 비판을 사전에 피하려는 듯, 저소득층에게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저소득층은 전체 인구의 3%도 되지 않는 의료급여 수급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바우처를 도입한다고 해서 건강서비스 이용의 형평성이 이루어질리 만무할 것이다. 또한, 건강서비스를 바우처식으로 제공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바우처는 서비스제공자의 입장에서 특정 서비스 상품을 표준화시켜 제공해주는 형태이다.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의 편의에 따라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시 된다.


(2) 포괄적 건강증진 정책의 부재


  건강에 대한 결정요인 중 잘못된 건강행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Peppard는 건강위험요인의 기여도를 건강행태 40%, 환경요인 10%, 보건의료접근성 10%, 사회경제적 요인 40%라고 분석한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개인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요인은 그 개인의 건강행태에 많은 영향을 준다. 산비탈에 밀집되어 있는 주거환경에서 사는 사람과 운동시설을 잘 갖춘 한강공원 인근에 사는 사람과는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건강행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증진이 단지 일부 운동, 영양, 음주, 흡연과 같은 건강행태에 대한 교육, 상담서비스를 잘 제공한다고 해서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경제적 요인과 환경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지금의 건강서비스는 건강은 개인책임이라는 인식하에 진행되고 있다. 그것도 건강서비스를 상품화하여 민간의료기관 혹은 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려 한다. 이럴 경우 아무래도 돈이 되는 특정 건강서비스만 활성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민 건강을 효과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에 대한 강구없이 단지 쉽게 산업화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만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으로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민영의료보험과 건강서비스의 결합


  건강보험체계 밖에서 건강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이 건강서비스는 결국 민영의료보험 체계로 포섭될 것이다. 건강서비스 활성화 TF에 생명보험회사가 참여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영의료보험회사는 의료기관, 건강관리회사와 함께 건강서비스 제공자의 한 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건강서비스가 활성화가 될 경우 민영의료보험회사 중심으로 건강서비스가 제공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영의료보험회사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민영의료보험회사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미국은 의료공급체계가 민영 의료보험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 미국 민영의료보험회사는 질병의 치료에 대한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질병예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만성질환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미국 민영의료보험회사는 의료보험 상품안에 질병관리 프로그램이 들어있다. 이들 민영의료보험회사들은 질병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DMO(disease management organization)라는 질병관리 전문회사에 이 질병관리 프로그램을 위탁한다. 우리나라로 보면 건강관리회사에게 건강서비스를 위탁하는 형태가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민영의료보험회사의 건강서비스 제공이 허용될 경우 이들은 건강보험 상품에 건강서비스까지 포괄하는 민영 의료보험상품을 출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건강서비스는 건강관리회사 혹은 의료기관에 건강서비스를 위탁하는 모형을 예상할 수 있다. 국민들이 건강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민영의료보험회사가 지정해주는 의료기관 혹은 건강관리회사에서 서비스를 이용받게 될 것이다. 결국 내가 어떤 민영의료보험회사에 가입했느냐에 따라 이용하는 의료기관이나 건강관리회사가 결정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민영의료보험에 의해 서비스가 유인 알선이 되는 셈이다. 민영의료보험회사는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예방서비스까지 보장해줄 수 있는 우위를 획득하게 됨에 따라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6) 정책추진 과정의 비민주성


  건강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구성한 TF는 순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흔히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그와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단체들로 구성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TF 구성에는 서비스의 이용자인 국민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 현재 공적영역에서 일부라도 예방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 보험자 및 보건소,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방향에 비판적 입장을 대표하는 측은 아예 배제되었다. 반면 건강서비스에 대한 민간 회사를 대변하는 측은 2인이 들어가 있다. 이들의 경우 현재 건강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역할은 극히 미미할 뿐이다. 더욱이 민영보험회사도 마찬가지이다. 민영보험회사도 현재 가입자에게 건강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향후 민영보험회사들이 건강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게 할 목적으로 이들을 참여시킨 것으로 보인다.  TF 구성을 보면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건강서비스를 활성화하려는 지를 그대로 알 수 있다.
 


4. 공적 의료보장체계가 건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건강서비스활성화 방안은 국민건강의 향상이라는 목적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건강서비스 공급자의 영리추구의 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며 국민들은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과 서비스 이용의 양극화만을 초래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의료시스템을 갖추기 보다는 시장에서 알아서 능력껏 소비하도록 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이 가져오는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따라서 건강서비스를 민간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공적 의료보장체계가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우리의 보건의료체계를 재편해야 할 것이다. 즉 건강보험과 국가가 예방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은 질병치료의 영역에만 한정하여 의료 급여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를 예방서비스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요양급여 기준을 개편하도록 하자. 그러나, 현행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의사들이 예방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건강위험요인에 대한 평가, 상담, 교육과 같은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책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질병이 의심되어 의료기관에 찾아오는 환자 외에 건강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건강한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인두제에 기반한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행위별 수가 제도하에서 의사가 가지는 경제적 이해관계는 국민이 질병이 많을수록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인두제에 기반한 주치의제도는 국민들이 건강해야 경제적 이해관계가 비례하는 제도이다. 예방서비스에 대한 수가책정의 어려움은 별도로 하더라도 행위별수가제하에서 의사들이 예방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인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주치의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또한, 국가 보건의료기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건소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증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나 매우 한계적이다. 우선 일개 보건소가 지역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그 한계가 명백하다. 그러나, 보건소의 현실적 한계를 들어 민간에게 그 역할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보건소 기능을 확대 재편하면 될 일이다.  도시형 보건지소를 더욱 확대, 설립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주치의제도를 통한 일차의료의 강화와 국가 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증대하여 서로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알마타 선언에서 언급되어 있는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 체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국민에게 예방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건강형평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이외의 역할도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 부문으로 건강을 결정하는 모든 요인에 개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과 관련한 사회환경과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교정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경제 시스템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국가차원의 예방서비스 제공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보건의료의 효율성, 형평성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건강서비스를 시장에 맡겨 놓을 때는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 서비스 이용의 불평등이 초래된다. 국민 모두가 차별없이 예방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공적 의료보장체계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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