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10-01   34339

[기획주제2] 한국의 교육의 불평등

한국의 교육 불평등1)

 

황규성l 한신대학교 연구교수

 

교육 불평등의 구조

 

한국의 교육 불평등은 셔틀버스처럼 정거장 세 곳을 운행한다. 출발지는 교육 자체의 불평등인데, 교육기회의 불평등과 학업성적 격차라는 대기실을 가지고 있다. 중간 경유지인 교육의 효과에는 학업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상급학교 진학과 사회진출의 불평등이 진지를 만들고 있다. 교육에 따른 세대간 계층이동은 교육 불평등의 터미널이다. 잠시 멈춘 버스는 같은 노선을 다시 운행하며 순환고리를 이룬다. 

 

좁은 의미에서 교육 불평등은 교육기회와 학업성취도의 차이를 말한다. 교육기회는 다시 공교육과 사교육(shadow education)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주로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에서 발생한다. 해외에서 사교육을 ‘그림자’ 교육이라고 하는 이유는 공교육 뒤에서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을 뒷받침해 준다는 뜻이다. ‘나머지 공부’가 사교육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해하는 사교육은 그림자가 아니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성적 올리기 위해 뛰어드는 것이 사교육이다. 사교육에 돈이 들어가니 가정형편에 따라 사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생겨난다. 불균등한 사교육 기회는 학업성적으로 연결된다. 물론 성적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학습역량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학업성취도가 개인의 학습역량 이외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학생 외부의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면 기회의 불평등이 결과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교육이 학업성적을 결정하는 데에 그치면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성적에 따라 대학진학이 결정되고, 출신대학은 취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의 진학 여부와 어떤 학교에 입학하느냐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길목이다. 출신학교에 따라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경로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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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평등의 순환고리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세대간 대물림이다. 있는 집 자식이 공부 잘해서 좋은 학교 들어가고, 졸업 한 다음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높은 소득을 올리고, 다시 그들의 아들딸이 같은 경로를 밟을 확률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교육을 타고 재생산된다. 교육 불평등은 이와 같은 생애주기를 갖는다.

 

교육기회와 학업성적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의무교육을 확대해 오면서 교육의 기회를 누구에게나 보장하고 있다. 중학교까지 취학률은 거의 100%에 이르렀고 2015년 현재 고등학교 취학률은 93.5%, 고등교육 취학률은 68.1%에 도달했다. 특히 고등교육 취학률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교육기회의 보편성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보편적 공교육의 뒤에는 가정의 경제력을 반영하는 사교육이 도사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비정상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사교육은 공교육이 제공하는 교육기회의 균등을 상쇄시키고 있다. 통계청이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한 2007년 이래 발표된 결과를 보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중은 초등학교는 80%대, 중학교는 70%대, 일반고는 50%후반에서 60%대에 이른다.

 

절대다수의 학생이 학업성적 향상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지만 사교육비 지출 액수는 가정의 소득에 따라 다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해 보면 가계 소비지출 가운데 학생 학원교육은 2003년에 10만 5천 499원에서 2014년에는 17만 7천 65원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2014년 현재 소득 10분위에 속하는 가구는 36만 2천 590원을, 1분위에 속하는 가구는 1만 9천 840원을 학원교육에 지출하여 18배의 차이를 보였다. 

 

사교육이 학업성적과 큰 관계가 없다면 가정형편이 교육을 통해 불평등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사교육 정도와 학업성적의 관계는 매우 끈끈하다. <그림2-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학업성취도 상위 10% 이내 학생들은 한 달에 30만 원 이상을 사교육에 지출하는 데 반해 하위인 81~100% 학생들은 15만 원 선을 지출하여 두 배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교육에 돈을 많이 쓸수록 성적이 좋다는 얘기다. 이 지점에서 교육 불평등의 두 번째 경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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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과 사회진출

 

가정 배경에 크게 좌우되는 학업성적은 다시 진학에 영향을 미친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 목적 고등학교와 자립형 사립고 등이 생겨나고 이들 학교가 입시명문고로 자리 잡으면서 중학생은 고등학교에 갈 때 벌써 대학입시의 전초전을 치른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할 때는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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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고용패널 자료를 활용해서 분석해보면, 대학에 가지 않는 학생의 월평균 부모소득은 220만 원인데 반해 4년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부모소득은 340만 원으로 12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아버지의 학력과 자녀의 대학진학과도 일정한 관계가 있어 아버지가 고학력일수록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대학진학의 관계를 보다 상세히 보기 위해 부모의 합산소득을 5분위로 나누어 대학진학 현황을 살펴보면, 1분위의 경우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37.4%에 그친 반면 5분위는 그 수치가 81.4%로 나타나고 있다.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4년제 대학에 갈 확률이 높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갈라진 대학 진학률은 진학여부에 그치지 않고 학업 이후 노동시장 진출에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자료를 분석해보면 2014년 8월 기준으로 학력별로 정규직을 가지는 확률이 대졸이상은 78.2%, 고졸은 63.4%, 중졸이하는 41.7%로 나타난다. 교육수준은 고용형태 뿐 아니라 임금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 3월 현재 고졸 학력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임금은 196만 원인데 초대졸은 230만 원, 대졸자는 300만 원으로 조사되어 고졸자와 대졸자의 월 평균 임금이 100만 원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지위의 세대간 재생산

 

가정형편에 따라 불평등한 사교육 기회와 사교육 정도에 따른 학업성취도 격차에서 출발한 교육 불평등은 학업성취도에 따른 진학, 학벌에 따른 사회진출의 차이라는 정거장을 거쳐 사회경제적 지위의 세대간 재생산이라는 종착지로 달려간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조사된 한국노동패널 자료에서 14세 무렵 경제적 형편과 현재소득의 관계를 살펴보면 가정의 경제형편이 평균보다 높을수록 현재소득이 높게 나타난다.

 

세상이 이렇게 굴러가는 것을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의 본인세대에 비해 다음 세대인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가능성이 높다는 비율이 50% 가까이 나타났지만 2010년대 들어 낮다고 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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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열린 계층이동의 통로에서 폐쇄된 계급재생산의 정거장으로

 

한국의 교육은 적어도 1980년대 중반까지는 활발한 계층이동의 통로였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열려 있었다. 보편적 교육기회의 확대가 급속한 산업화 과정과 만나면서 가난해도 공부 잘 해 번듯한 자리에 올라선 경우는 흔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정작 중요한 것은 같은 개천에서 이무기도 숱하게 나왔다는 점이다. 승천하지 않더라도 진흙 속에서도 두발 디디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중산층을 형성했다.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는 시대적 배경도 교육 불평등이 심각한 문제로 붉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한 몫 했다.

 

이제 수많은 용과 이무기를 낳았던 개천에 물이 말랐다. 교육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을 낳는 통로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과외가 금지되었던 시기와 그 이후 시기의 계층이동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외금지가 풀린 이후 세대간 계층이동이 둔화되고 있으며(장수명·한치록 2011), 세대간 계층 대물림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김희삼 2014). 한국의 사교육은 이제 제도적으로 보편화된 교육기회 확대의 계층이동 효과를 상쇄하고 남아 빈곤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환승센터이기도 하다(황규성 2012). 교육기회가 늘어나고 대졸자가 차고 넘치는데도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밑동부터 시커멓게 썩어들어 가고 있다. 명문대에 가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파출부의 헌신,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교육 불평등이 닫힌 계급사회를 낳고 있음을 신랄하게 꼬집는 풍자다. 

 

그래도 기성세대는 교육 불평등이라는 셔틀버스가 정기노선을 운행하기 전에 대충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21세기 대한민국 청년들은 교육 불평등 구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이 구조를 간파하고 수저계급론을 창제한 이들에게 “노~력”이라는 다그침은 희생자 질책하기(blaming the victim)일 뿐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가? 기성세대는 교육 불평등 구조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노~력”이라는 불어터진 국수를 내놓을 일이 아니라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데 노~~력해야 한다.

 

 

1) 이 글은 전병유 외 (편), 「2016 한국의 불평등」의 ‘제3장 교육불평등’을 요약한 것임
 

<참고문헌>

김희삼(2014). 세대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 김용성·이주호 편, 인적자본정책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종합연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보고서.
장수명, 한치록. (2011). 교육정책과 계층이동. 여유진, 김문길, 장수명, 한치록. 계층구조 및 사회이동성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03~151.
황규성(2013). 한국 사교육 정책의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정치적 분석. 한국사회정책.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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