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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3
  • 2003.06.09
  • 5176
가정폭력 관련법이 시행된지 올해로 벌써 5년째를 맞는다. 그러나 얼마 전 경찰의 늑장 출동과 초동수사 미비로 인한 여러 건의 가정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무지와 무감각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들이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전체 가정폭력피해의 95%를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중심으로 가정폭력의 현황과 대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가정폭력의 개념

가정폭력은 '가족구성원 중의 한 사람이 다른 가족에게 의도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거나 정신적 학대를 통하여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즉 가정폭력은 동거 가족을 포함한 가족구성원간에 발행하는 폭력으로 배우자, 부모자식, 형제 동거가족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가정폭력은 아내, 아동, 노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어 가정폭력이 단순히 물리적 힘이 있고 없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제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가정폭력은 가해자의 계획적이고, 반복적이고, 다분히 의도적인 폭력이 피해자에게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주는 행위다.

그러나 가정폭력을 단순히 신체적 폭력만을 생각하는 것은 가정폭력을 매우 좁은 범위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정서적 학대"를 매우 심각한 가정폭력의 내용으로 삼고 있다. 실체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려워도 피해자에게 막대한 심리적, 정서적 타격을 입히고 자아존중감을 해치는 언어적 학대, 성적학대의 경우를 포함하여 아동학대나 노인학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방임, 유기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가정폭력을 개념지어 가정폭력이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명백히 하여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의 실태와 심각성

가정폭력은 은폐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우리 나라에는 아직 정부 주도의 가정폭력 관련 전국조사가 없는 형편이다. 이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 4조 국가 등의 의무 제 4항의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위반한 것으로 정부가 자기 책임을 완수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정확한 실태파악은 어렵지만 최근 발표된 통계와 연구자료만으로도 가정폭력 실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있다.

1) 아내에 대한 폭력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는 아내에 대한 최초의 조사인 한국여성의전화 연구(1983)에서 결혼 후 한 번이라도 남편에게 구타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조사대상 708명중 299명(42.2%)이었고, 형사정책연구원 조사의 경우(1992)는 여성 응답자(640명)의 45.8%가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하였고, 남성 응답자(560명)의 50.5%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보건복지부가 1993년 실시한 전국의 부녀상담소 이용자 7,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남편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경우가 61.1%로 나타났다. 위 형사정책연구소의 조사중에서 남편에게서 심하게 구타당하는 경우가 조사대상자의 10.1%로 나타났다. 1998년도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발표된 "한국 가정폭력의 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우리 나라 남편의 3명 중 1명 즉 27.9%가 지난 한 해 동안 적어도 1회 이상의 폭력을 행사했으며, 심각한 폭력의 경우는 한국 가정의 아내 100중 8명 이상이 지난 한 해 동안 남편에 의해 구타를 당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비율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약 360만명의 아내가 남편에게 한 번, 또는 그 이상의 신체적 폭력행위를 당했으며, 103만명의 한국 여성들은 남편에 의해 심하게 구타당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아내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은 광범위하게 많은 여성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 뿐 아니라 그 폭력의 정도 역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1985)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11.3%, 심한 폭력은 3.0%로 우리 나라 아내에 대한 폭력이 미국보다 약 3배 가량 더 높은 것으로서 우리 나라에 가정폭력이 만연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성부의 여성긴급 전화 "1366"의 통계에서도 가정폭력 상담은 1999년 16,908에서 2002년 25,863건으로 매년 증가해 왔다.

서울여성의전화 2000년 상반기 통계를 통해 보면 구타가 가장 심했던 경우 어떤 방법으로 때리는가 하는 질문에 130명의 피해자중 23.85%가 마구 두들겨 팬다(목 조름 포함)라고 대답하였고, 두 번째가 칼이나 흉기로 위협한다가 20.77%를 차지하고 있다. 칼이나 흉기로 찌르거나 때린다(담뱃불로 지짐 포함)와 떠밀거나 머리카락, 팔을 쥐고 흔든다는 각각 13.0%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심각한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신체적 폭력 외에도 구타 후 강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은 폭력의 결과로 장애를 입거나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폭력을 당하는 아내들은 항상 공포감에 시달린다. 언제 어느 때 발생할지 모르는 폭력 때문에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은 항상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매맞는 아내들은 지속적인 폭력으로 사회적 지지체계로부터 소외감과 함께 자신의 고통에 대해서조차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고립감, 우울증, 공포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또한 사고력과 에너지를 모두 소모시킬 정도의 공포를 경험하며, 낮은 자아존중감과 상황에 대한 양가 감정을 가지게 되고, 학습된 무기력에 시달릴 뿐 아니라 원조자를 포함하여 모든 타인에 대해 의심하게 되며, 자기를 비난하고, 현실을 왜곡하게 된다.

2) 가정폭력의 특수성과 심각성

은폐되는 가정폭력 가정폭력은 가정안에서 일어나고 문제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가 매우 적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지"라고 하는 사회적 통념과 스스로의 자책감 등으로 인해 외부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고, 사회적으로도 가정폭력에 개입하는 것을 남의 가정 일에 끼여드는 일로 여겨 관심을 갖지 않으므로 가정폭력은 은폐된 채로 피해자들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폭력에 희생된다. 따라서 가정폭력이 외부로 알려져 심각성이 인식되고 외부의 개입이 시작될 때는 이미 그 가족구성원을 치료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듯 가정폭력은 적절한 개입, 치료, 예방의 시기를 상실하기 쉬운 특성이 있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가정폭력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폭력 발생의 지속성과 반복성에 있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타인에게 당하는 폭력은 일생에 몇 번을 꼽을 정도이지만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그 지속성과 반복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인성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1992년 형사정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응답자의 14.4%가 결혼 후 6회 이상의 반복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여성의전화의 "93, "94 구타면접상담 통계를 보면 월 1회 이상 4회 미만의 폭력을 당한 경우가 33.71%이고, 주 1회 이상 6회 미만의 폭력을 당한 경우가 23.86%를 차지하여 폭력의 반복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가정폭력의 지속성과 반복성은 피해여성과 아동에게 상당한 심리적 신체적 피해를 주고 있다.

세대간 지속되는 가정폭력 가정폭력의 또 다른 위험은 세대간 세습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폭력의 악순환이 고리를 형성한다는 데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위 통계에 따르면 아내를 구타하는 남자의 51.21%가 아이들을 구타하고 있다. 아이를 구타하기 시작한 시기도 1살 이전이 17.20%로 훈육이나 교육의 명목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아내와 아이를 구타하는 남자의 성장배경 중 가정폭력이 있었던 경우가 50.6%를 차지하고 있어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가정폭력을 자행하는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아이들이 부부간의 갈등이나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런 이유 없이 폭력을 당하는 자녀들에게는 부모에 대한 불신이 생기며, 이로 인해 반사회적 또는 비사회적 문제 행동을 갖게 되는 결과를 유발하기 쉬우며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학습된 폭력은 학교폭력으로, 그리고 사회폭력으로 연장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정폭력 대책

1) 가정폭력 관련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어 법률이 보안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가정폭력 관련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정은 가정의 유지뿐 아니라 가족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안들이 마련되어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폭력이 재발되었을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하였다. 또한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경찰의 초기대응 미비를 보완할 수 있고, 피해자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의 초기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안도 마련되어 있다.

2)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폭력 관련법이 마련된 후 많은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져 왔다. 여성부는 공익광고를 만들기도 하였고 최근 모 방송국에서는 가정폭력을 주제로 한 단막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정 안의 문제는 가정 내에서 풀어야 한다"는 우리의 의식은 지금도 여전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신고한 한 여성을 경찰관이 파렴치범 대하듯 하여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가 있다. 가정폭력은 한 인간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파괴시키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행위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각급 학교와 기관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과 대중매체를 통한 지속적인 홍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3) 가정폭력과 관련된 과학적인 데이터가 마련되고 이에 따른 피해자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 4조에 따르면 국가는 의무로서 제 4항의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 조항대로 정부는 우리 나라의 가정폭력의 실태 파악과 피해자들의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 검찰, 법원으로 이어지는 통일된 통계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성부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 자녀 동반보호가 가능한 가족단위 보호시설을 신설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조치들이 여성이나 아동들이 가정폭력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춘숙 / 서울여성의전화 부회장, jchouns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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