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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4
  • 2004.12.10
  • 5623
들어가는 글

2002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을 기록하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일 뿐만 아니라, 가장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감소하였다. 불과 30년 전인 1972년에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95만 5천명에 이르렀고 이 때의 합계출산율은 4.14명이었지만, 30년이 지난 2002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그 절반 수준인 49만 5천명밖에 되지 않았다. 저출산은 왜 사회적 위기인가? 저출산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가?

저출산의 문제는 인구 고령화에 직면하였을 때 더 큰 사회문제로 다가온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저출산 못지않게 빠르게 악화되어 가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빠른 속도의 출산율 감소와 빠른 속도의 인구 고령화가 만나 만들어 내는 위험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에서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고 노동력이 고령화되면서 노동생산성이 저하되어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다. 연금제도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는 노동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드는데 반해 노인인구 증가로 사회보장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점차 지탱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족기능이 약화되면서 다양한 문제와 욕구가 출현하게 되고, 이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요구되면서 사회복지지출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공적, 사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젊은 계층의 과도한 노인부양 부담 등은 세대간 갈등을 유발하면서 사회통합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아무런 사회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회의 ‘지속’ 자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는 인구재앙이다.

저출산의 원인: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가족모델의 해체

저출산-고령사회의 위기를 인구의 변화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특히 저출산의 문제는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 대처를 요구한다. 아버지는 생계 유지자로, 어머니는 가사 담당자로의 성역할 분담을 전제로 하면서 자녀의 출산과 육아를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두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가족모델이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이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첫째,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된다.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수준으로는 더 이상 전형적인 가족모델을 유지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빈곤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버지 이외 다른 가족구성원이 취업을 하거나 가족의 규모를 축소해야만 한다. 출산 억제는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 내지는 빈곤을 예방하기 위한 소극적인 적응형태이다. 한 사람의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생활하는데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자녀 사교육비가 높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가구당 평균 50만원으로 4년 사이에 2배 증가하였다). 실제로 IMF 구제금융기 이후 출산율은 급격히 저하되었다.

둘째,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가정에서의 성 역할 분담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여성은 시장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노동의 부담을 갖게 된다. 특히 어린 자녀의 경우는 집중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육아는 여성들에게 노동의 단절, 경쟁에서의 탈락, 노동차별 또는 과도한 노동 부담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출산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취업에 대한 태도는 ’90년도와 비교해 매우 적극적인 양상으로 변화되어, 전업주부를 선호하는 비율은 전체의 1/10수준으로 감소한 반면(가정에만 전념 또는 결혼전까지 취업: ’90년 41%, 2002년 13%임) 가정과 관계없이 취업을 하겠다는 미혼여성은 꾸준히 늘고 있어(’90년 14%, 2002년 35%) 이중노동으로 인한 출산기피도 늘어날 전망이다.

셋째, 혼인과 자녀의 가치에 대한 사회의식의 변화이다. 가족제도가 붕괴되어가면서 가정생활의 목표를 가족의 계승 또는 자손의 번영으로 생각하거나 자식에 노후를 의지하려는 사고가 약화되고, 여성들이 고학력화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출산이나 육아로 자아실현을 하려고 하지 않는 점 등의 의식의 변화가 출산을 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혼남녀들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98년 20.3%, ‘02년 17.5%) 이러한 경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02년 남성 23.6%, 여성 10.0%). 또한 결혼을 한 후라도 자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의식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91년 90.3%, ‘00년 58.1%) 의식의 변화로 인한 출산율 감소도 예측된다.

넷째,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합한 보육서비스가 부족하고, 핵가족의 양육기능 약화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보육사업의 존재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하는 여성의 육아문제를 실질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요구된다. 또한 일하지 않는 여성의 육아에 대해서도 그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회 서비스가 잘 갖추어져있지 않다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개별 가족이 감당하기 어렵게 되어 출산을 기피할 수도 있다.

다섯째, 앞의 네 가지 요인의 종합적 결과로써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가임 여성의 수와 기간의 축소이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의 증가와 의식의 변화로 미혼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혼인건수: ’92년 420천건, ’02년 307천건), 결혼을 하더라도 만혼화 추세가 나타나면서(여성 평균 초혼연령: ’92년 25세, ‘02년 27세) 자연스럽게 출산 연령도 높아지고(’92년 27.4세, ’02년 29.7세), 육아의 경제적 부담과 자아실현의 계획을 고려해 자녀를 낳더라도 과거처럼 그 수가 많지 않다. 이혼율과 여성가구주의 증가 또한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

저출산의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는데 기본적 전제가 되어 온 혈연중심의, 성 역할분담 구조의 핵가족의 해체, 즉, 근대가족에서 포스트모던 가족으로 변화되면서 나타난 부속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의 문제가 국가와 사회에 심각한 위기국면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면, 그러므로 국가개입으로 출산력을 제고하여야 한다면, 그에 대한 대책은 가족의 변화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음과 같은 구체적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자녀를 노후보장과 결부시키거나, 가족 노동력으로, 가족 후계자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자녀가 부모의 생활과 노동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유인이 약해지는 반면 오히려 기족의 경제적 곤란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개별 가족 차원에서 보다는 사회적 노동력으로서, 사회 후계자로서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육아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사회가 같이 분담하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국가들이 저출산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아동수당 등 경제적 지원을 채택한 이유이다.

둘째, 가정과 기업과 사회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역할의 탈분화 현상이 나타났다. 전통적 성역할분담의 기본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만큼 사회의 각 주체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가족친화적 노동 환경을 만들고, 육아를 사회화시킬 수 있는 보육시설을 양과 질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셋째, 결혼과 자녀 출산 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결혼과 출산의 의미와 책임 등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성, 성 역할, 결혼, 자녀출산, 부모역할 등에 대한 교육으로 바르고 책임 있는 선택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긍정적인 가족관계와 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낙태, 자녀 유기, 방임, 학대, 부적절한 자녀 양육 등을 예방하는 길이다.

넷째, 가족의 육아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욕구에 기초한 구체적인 육아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육아지원서비스는 영유아보육사업이 거의 전부이고, 이 또한 아직까지는 가족의 육아 욕구를 잘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보육시설은 가족의 육아파트너로서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업구조의 변화, 특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의 특성을 고려하여 시간과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또한 보육시설 이용가족은 물론 자녀를 가정에서 돌보는 가족을 위해서, 특히 빈곤과 장애 등으로 육아에 현격한 어려움에 처한 가족과 아동을 위해서도 육아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저출산은 변화하는 가족과, 변화하는 가족을 인식하지 못하고 대책 마련에 소홀한 사회가 만들어내 결과이다. 근대 가족에서 포스트모던 가족으로 변화하는 큰 흐름을 돌이킬 수 없다면, 저출산의 문제는 이와 같은 가족의 변화를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예견되는 사회적 위기의 징후를 볼 때, 출산으로 인구의 ‘양’을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성원(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건강한 노동력)이 되도록 인구의 ‘질’도 관리해야 한다. 저출산의 문제를 인구의 ‘양’과 ‘질’의 통합적 문제로 보고, 결혼과 출산 이전부터 아동기, 특히 초등학생 이하의 모든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육아지원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저출산이 가져올 사회적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김승권 외, [한국가족의 변화와 대응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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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비설 고령화 및 미래사회워원회, [육아지원정책방안], 2004

대통령비서실 고령사회대책 및 사회통합기획단 인구ㆍ고령사회대책팀 및 미래사회위원회, [ 저출산고령사회대응을 위한 국가실천 전략], 2004

데이비드 엘킨드 저, 이동원 외 역, [변화하는 가족],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9
백선희 /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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