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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1. 인류의 진보와 20세기 복지국가의 실험

인류의 역사는 진보의 역사이며, 인간의 존엄과 자유, 정의, 평등이 확대되는 과정이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생산성증대의 성과를 가져온 자본주의의 구축도 물질문명사에서 보면 진보의 역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체제는 다른 한편 공동체정신을 파괴시키고 적자생존의 잔인한 동물세계 법칙 아래 개개인의 존립근간을 흔드는 모순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제도였다. 이에 19세기말 오늘날의 용어로 하자면 사회보험제도가 창안되어 “일할 수 있는 자 일하며 자신의 능력껏 살아간다”는 자본주의의 대전제를 깨어버리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후자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또 다른 진보의 역사가 본격화되었다.
  
특히 20세기 전반기 50년 동안 서구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한 번의 심각한 경제대공황을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체제위기와 사회위기가 고조되었으며, 더군다나 대안체제로서 소련에 구축된 사회주의경제체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복지국가 도입과 정착의 보이지 않는 추동력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1919년에 종결된 1차 세계대전이 구미선진국가들로 하여금 전쟁으로 피폐화된 자국국민들을 사회주의의 도전에서 부터 격리시키며 자본주의 수범효과를 노리며 각종 사회보험을 확대하기에 이르렀고 아울러 1920년대 말엽부터 불어 닥친 세기적인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오히려 사회보장제도는 더욱 확대․정립되는 단계를 밟아 나갔다. <표 1>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정도에는 대다수 국가들에 실업보험과 사회수당이 도입됨으로써 복지국가로서의 기본 틀이 이미 완성되었으며, 복지지출비도 이미 1920-30년대 정도 대다수 서구국가들에 있어 GDP의 5%를 넘어서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표 1> 서구국가들의 복지국가 도입 및 정착 경과
이후 2차 세계대전 이후는 서구의 경제가 황금성장기를 맞는 1970년대까지 복지국가 역시 강화, 정착되는 단계를 거치게 되었고 비록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신보수주의 이념의 등장과 경제동력의 상대적 저하, 신사회적 위험의 등장 등에 의해 전통적인 복지국가에 대해 축소 또는 조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구의 복지국가는 강건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부정당하고 있지는 않다.
 
N. Gilbert는 <표 2>와 같이 20세기와 함께한 서구의 복지국가가 1930년대까지의 태동기, 1950년대까지의 성장기, 1960,70년대의 성숙기를 거쳐 확대일로를 거쳤으며,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축소 또는 조정기를 거치게 되는 다양한 단계를 거쳤다고 정리하고 있다.
 
결국 19세기 인류는 자본주의를 정착시켰다면 20세기에는 복지국가를 접목시킴으로써 인류 역사의 진전에 주요한 발판들을 만들어왔다 할 것이다.

<표 2> 20세기 서구의 복지국가 발전단계

2. 복지국가와 동떨어진 한국의 20세기 역사와 그 폐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서구의 20세기가 복지국가의 역사였다면 20세기 대한민국의 역사는 압제와 폭압, 전쟁, 빈곤의 역사와 민족해방, 경제부흥, 민주화 등의 역사가 교차하는 실로 역동적 시기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20세기 대한민국의 역사도 진보의 역사였다 말할 수 있다. 폭압적인 일제 강점기 치하에서도 치열한 독립한 운동이 국내외에서 일어났고 분단의 비극, 전쟁의 참화, 독재정권의 폭정을 겪었지만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은 4.19혁명, 5.18 광주민중항쟁, 6월 민주항쟁으로 승화되어 마침내 이 땅에 민주주의의 싹을 틔웠다. 경제성장의 구호아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균형성장을 파괴한 개발독재와 재벌중심 관치경제의 구조적 유산이 깊이 남아있지만, 20세기 중반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농업국가 대한민국이 오늘 날 산업화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것 또한 발전과 진보의 한 단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진전에서 한 가지 누락된 것이 있다면 서구의 역사가 20세기에 경험한 복지국가의 역사를 밟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복지부문은 ‘버림받은 자식’이라 여겨질 만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시혜의 산물이자 통치술의 ‘작은’ 수단으로 치부되었으며, 진보진영에서는 민주화투쟁에 올인 하면서 자본주의의 폐해 극복과 민중의 삶의 질 담보를 위해 국가의 역할과 상이 복지국가를 통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 지 고민하지 못하였으며 심지어는 복지국가를 자본주의 체제 유지의 기생물정도로 치부하는 시각도 없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국가 구현을 위한 적절한 정치적, 사회적 주체나 국가 사회적 비전을 갖지 못한 현실에서 ‘복지국가’로의 길은 한국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열리지 않았으나, 저열한 수준이나마 ‘복지’ 발전의 노력은 없었다고 할 수 없고 <표 3>과 같이 간단히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표 3> 한국의 복지발전사
그러나 20세기 말엽 한국 사회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망령에 깊이 사로잡히게 되었다.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이 일국의 경제권을 넘어 세계 경제 차원에서 가장 효율적이며 우월적 성과를 낸다는 이 정치적 맹신은, 노동을 제외한 모든 상품과 모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강제하였으며,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세계의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질서를 만들어 내었고, 그 혹독한 대가를 IMF 경제위기라는 형태로 치러야했다. 
 
사실 자본주의 황금기의 성장, 번영과 비교할 때 빈약한 경제적 성취만을 입증한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것은 지구 촌 곳곳을 10대 90의 사회로, 승자독식의 사회로, 패자부활이 불가능한 약육강식의 사회로 초토화였으나,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행하게도 이 땅에서 진보의 역사는 잠정적으로 정지되고 무한 경쟁의 정글 속에서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생존방식 만이 활개를 치는 형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만하다.


3. 현 상황의 위기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필요성

한국사회가 그동안 ‘복지국가’에 대한 고민 없이 일방적인 성장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를 표방한 결과 현재 감내해야 하는 사회적 위기 상황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운영원리는 양적 경제성장을 통한 사회발전이었고 이 과정에서 경쟁과 효율은 필수불가결한 작동기제가 되어왔다. 아울러 개인의 삶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의 결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자조(自助)주의에 기반하고 있었음이 사실이다. 더 빠른 성장과 더 많은 성장을 위해서는 인간 본연의 권리나 자유, 창의성, 더 나아가 공동선 등은 잠시 유보되거나 하위적인 개념으로 제약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사회적 당위로 강요되어 왔다.
 
독재와 비민주라는 명시적인 정치사회적 악행이 민중의 힘으로 무너진 80년대 말 이후, 사회를 이끌어 가는 한 축이 된 민주화세력은 정치적 민주화의 성취에 안주한 나머지 사회적 민주화로의 총체적인 사회개혁의 청사진을 구현하는 데에는 소홀하였고,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의 퇴장 이후 새로운 시대적 소임을 찾지 못한 한국 사회는 세계화의 구심력에 빠르게 흡수되어 버렸다.
 
대안적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을 하지 못한 채 세계화의 구심력에 흡수된 뒤로 보수 세력은 물론 정권교체를 통해 탄생한 민주정부까지도 더욱 극렬해진 신자유주의 가치와 원리를 수용하고 심지어 이를 중시하는 국가운영의 기조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1998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 사이의 10년의 기간 동안 과거 한국사회가 의존했던 운영원리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여전히 성장제일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가 절하되고 노동력으로서의 가치까지 저하됨으로써 성장의 동력이 상실되고 한계가 극명히 노정되는 사회가 되었다. 한편으론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정착되고 자본과 노동의 균형은 심각히 파괴된 상태에서 자본의 이윤 창출이 곧 국부의 창출이란 맹신은 일방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관념은 곧바로 현대자본주의 중요한 생산요소인 지식(knowledge)의 담지자로서 노동이 지닌 가치가 더욱 중시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양자의 괴리는 우리사회의 미래에 암운을 던져주는 주요한 거시적 요인이 되고 있다.
 
자본과 노동 간의 균형 파괴만이 아니라 자본 내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의 과도한 지배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하다 할 정도로 약탈적이며,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2․3차 산업과 1차 산업 등의 균형 역시 그 정도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은 위기의 징후들로 가득하다. 임금 노동자의 반수 이상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불안정한 신분과 저임금의 이중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규직 노동자라해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해고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의 30% 가까이를 점하는 중소자영업자들은 자영업의 과잉과 골목상권까지 밀고 들어온 대자본과의 경쟁 속에서 정상이윤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영세한 자영업자의 길을 거쳐 폐업과 도산, 재창업과 몰락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그리고 실직자들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그림 1>과 같은 박탈의 트라이앵글로 잔존하고 있고 중산층이 와해되는 온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림 1>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박탈의 트라이앵글

출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경제위기하의 복지정책”, 경제위기와 사회복지정책, 2009. 4.

또한 이 사회는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청년들에게 88만원 세대의 족쇄를 채운 채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으로 인생을 시작하게 만들고 있다.
여전히 가부장제 유습이 제도와 관념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직장에서의 ‘유리천장’과 비정규․저임 노동자의 길이며, 대가없는 질곡인 ‘돌봄 노동’에 치여 사는 길이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이 국가전략이 될 만큼 선진 각국은 미래세대를 양육하는 일을 중시하고 국가적인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사회의 많은 수의 아이들이 빈곤과 차별, 폭력에 방치되고 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속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국가화 되고 있지만 노령인구에 대한 부양의 책임은 국가와 사회가 아닌 개인과 가정에 내맡겨져 있다.  
 
이러한 각 계층의 생존상의 위기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를 ‘불안’의 사회로 만들고 있고 특히 중산층마저도 아동양육과 교육, 가족들의 의료, 자신의 노후, 주거 그리고 고용 등에 걸쳐 소위 ‘6대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의 필요성은 이러한 현실에서의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위기의 심각성으로부터 확인되는 바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복지국가로서의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사회가 불가한 시점에 와있다. 복지국가 없이 민중들의 삶의 기반이 와해되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도 불가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개방경제하의 대외 지향적 경제발전전략을 끝내 취할 수밖에 없다면, 복지국가를 통해 국민 대다수가 튼튼한 인적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패자부활이 가능한 혁신적 사업들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관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성장을 위해서라도 복지가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4.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통한 한국사회의 미래 전망

97년 경제위기보다도 더 심각한 양극화 사회가 관철되고 있고, 가장 첨예하게 사회적 파열상이 드러난 지금 상황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새로운 결단을 선언하지 않을 수없는 엄중한 시기이다.
 
그 선언은, 우리 사회의 성장의 목표와 방법을 새롭게 정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 경제의 성장은 그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임을 명실상부하게 확립하여야 한다. ‘성장을 위한 성장’, ‘사람을 경시하는 성장’을 거부하면서 ‘사람을 위한 성장’을 목표로 내걸어야 한다. 계층간, 분야간 양극화나 지나친 불균등성을 제어하면서 분배의 정의를 경시하지 않는 성장이 필요하다.
 
누구나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과 사회적 기여도를 찾는 것은 물론, 자신과 가족 구성원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안도감이 현실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노동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주체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 구조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항시 초래시킬 수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교육, 보육, 의료, 주거, 노후에 대한 사회적 담보가 제도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사회임금(social wage)이 적극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
이렇듯 1차적인 생산과정에 각자가 참여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후 교육, 의료, 주거, 문화, 사회복지, 환경 등 포괄적인 사회정책을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천부적 권리의 하나인 생존권을 부여받음으로써 이것이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혁신적 동력이 되도록 국가의 운영원리를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그와 같은 국가운영의 원리가 구현되는 체제를 ‘보편주의 복지국가’라고 명명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대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며 복지는 더 좋은 경제의 동반자가 된다. 기업의 생산과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게 며 성장 없는 분배도, 분배 없는 성장도 용납되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를 민간에서 뿐만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 창출하며 근로빈곤은 원천적으로 성립하지 않게 된다. 남녀 모두 돌봄 노동의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공유하면서 돌봄 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일-가정의 양립이 보장되고, 진정한 성평등의 사회가 구현된다. 빈부의 차가 극심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사회연대와 공동체적 양식이 시민정신으로 구현되어 지역사회에서부터 든든한 사회적 경제의 기초가 마련되게 된다.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이 만끽되면서도 사회정의와 연대가 강고해지고 민주주의는 더욱 확대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이러한 복지국가는 하나의 이상향이나 신기루가 아니다. 현존하는 서구의 많은 선진국들이 지난 세기에 심혈을 기울여서 실현한 길이며, 우리 눈앞에 실재하는 사회발전의 경로이다. 그렇지만, 탈이념의 시대에도 여전히 흑백논리에 의한 이념의 경직성이 한국 사회를 전횡하고 있어 복지국가에 대한 이념적 편향이 오랫동안 존재하고 있는 사실과, 복지국가의 실현을 선도할 정치세력과 사회세력의 기반이 미약한 상태라는 점에서 앞으로 복지국가로의 길이 여전히 험난하고 멀기만 할 것이다. 또한 그간 독재정권의 정권안보용으로, 경제성장의 알량한 도구로, 신자유주의의 구조조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심지어는 영리추구를 허락하는 부가가치산업의 대상으로 복지를 취급한 전과(前過)로 인해 한국 사회의 복지국가로서의 기반이 상당히 뒤틀리고 기형화된 상태라는 점도 한국사회가 담대한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길을 가는 데에는 커다란 암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 앞에 놓인 험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길이 한국 사회와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면서도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욕구가 보장되도록 하는 길이며, 한국 사회의 지역간, 계층간 장벽을 낮추고 서로에게 인간적인 신뢰와 연대감을 공유하여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길인 동시에, 한국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되어 모든 인간들이 존엄과 자유, 정의와 평화의 가치 아래 평등하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하는 길임을 믿기 때문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확립만이 우리사회의 희망이며 미래로의 비상구임을 자각하고 우리 사회에서 이를 구현하는 사명에 많은 이들이 동참이 요구되는 바이다. 특히 복지국가 형성의 주체가 변변히 마련되지 않은 우리사회가 보편주의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의 복지국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도모되어야 하고, 이들이 복지국가 구축을 위해 조직된 대중으로서 다시 서야한다. 그리고 그 힘이 복지국가 정치세력들과 연결되면서 마침내 복지정치 영역에서 복지국가를 위한 정책과 제도, 재정 등이 발동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한국 민중들의 인간다운 삶의 확보를 위해 질주해온 모든 시민사회노동세력들의 역할이 보편주의 복지국가 구축을 위해 다시 한 번 발휘되어야 하는 시점에 와있음을 인식해야 하며, 참여연대 역시 이러한 뼈저린 자각을 이제라도 국민을 향해 엄숙히 고백하고 앞으로 주체적 역할을 다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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