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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안진걸 간사로부터 최저생계비로 하루 체험하기 프로그램에 동참해 줄 것을 제의 받았다. 난 그저 가볍게 그러마 하고 승락을 해버렸다.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탈이었다. 어제는 초복이었다. 복날을 누가 만든건진 모르겠지만 오늘을 위해서라도 잘 먹어야만 했다. 삼계탕을 점심에 먹고 저녁엔 오리 주물럭을 먹었다. 술도 한잔 곁들이고 오늘의 배고픔을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 목적지로 향했다.

삼선교 장수마을. 1991년 이곳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 장수마을 오기 중간쯤 공원 근처 약간의 언덕 위에 아직도 그 집은 그대로 있다. 주인 아저씨도 아직 계시나? 장수마을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본부에 도착해서 약간의 설명을 들었다. 1인, 2인, 4인이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하고 있는 각집을 방문해 방 한 칸, 방 두 칸 짜리를 살펴보고 화장실, 샤워시설들을 살펴봤다.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는 언제나 등장하는 공동화장실, 쭈구려 앉아 씻어야만 하는 시설들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푸세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벌써 20일정도 체험을 하고 있단다. 그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본다.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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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노인들께 반찬 배달을 시작했다. 삶에 지친, 그러나 감사함을 잊지 않는 그분들을 보면서 저 밑에서 무언가 뭉클하다. 좁은 골목과 구불구불한 계단들은 비가 오거나 겨울이 되면 낙마하기 쉬운 환경이다. 저분들은 그동안 많이 미끌어지고 넘어지셨으리라. 반찬 배달을 하고 남은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아침을 늦게 먹은 덕에 점심은 반공기만 먹었다. 어! 2100원 가져가네? 이럴줄 알았으면 많이 먹거나 안먹었을텐데...하루 최저생계비 6300원 중에 2100원을 빼앗겼다. 밥을 먹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국회로 갔다. 최영희 의원님이 발의하신 최저생계비에 대한 의제 공청회가 있었다. 다른건 차지하고 부양의무자 족쇄는 반드시 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자동에서 하루를 보낼 곳에 도착했다. 겉은 그냥 보통 건물이었다. 말로만, 소설속에서만 들었던 쪽방촌 그것이 어떤 것인지 난 잘 몰랐다. 내가 하루동안 묵을 방을 보았다.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 4층에 있는 여기는, 이곳에서는 5성 호텔방이라고 한다. 다른 방들을 보기 전까지는 그냥 픽 웃어 넘겼다. 짐을 부리고 이곳에서 사시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그분들이 사시는 방들을 찾아갔다. 한 사람이 겨우 오를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은 창문도 없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 1평 남짓한 답답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어르신이 누웠다가 일어나신다. 얼굴엔 병색이 완연하다. 아! 이분들도 우리나라 국민이구나. 가슴을 때린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40만원 남짓한 돈으로 월세 제하고 나면 20만원 정도가 남는다. 이곳의 월세는 보증금 없이 20만원에서 30만원 사이란다. 그러니까 내가 오늘 있을 곳이 30만원인 셈이다. 지하실로 향했다. 그곳은 더 열악하다. 월세 20만원. 공기도 잘 통하지 않는 지하라 습기는 당연히 차 있고 공동화장실을을 보고 나니 이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몰랐다면 그냥 눈감고 편하게 살았을텐데!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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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그나마 생계비에서 4만원이 깎였다고 말씀하신다. 온몸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할아버님의 말씀을 뒤로한채 발길을 돌릴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래도 먹고 살겠다고 4200원을 들고 수퍼에 들렀다. 여기서 쌀값제하면 얼마가 남지? 쌀은 한컵반만 사고 콩나물을 사서 국을 끓일까? 그럼 김치는? 물은? 살것이 없구나. 해서 김치 2000원, 물 1000원을 사고 손을 탁탁 털었다. 나야 체험이니까 이렇게 하루 먹으면 되지만 이분들은 어떻게 하지? 밥을 먹는다. 덥다. 폭염이다. 

오늘밤은 열대야라고 한다. 난 그나마 4층이고, 큰 창문(방에 비해서)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하방의 그 분은 어떻게 오늘밤을 보내실까? 밖이 소란스럽다. 짜증스럽다. 창살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밖에 나가 여기 계신 분들을 아는체 하고 인사라도 나눌까? 난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연신 화장실 쪽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난다. 쪽방 사생활은 최소한의 자유도 없다. 모든 소리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이곳에서 잠을 청한다. 아마도 뒤척임의 연속이겠지...옆방 아저씨가 술을 드셨나보다. 연신 욕을 한다. 불안하다.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 올것만 같다. 잠은 다잤다.

밤새 그렇게 시끄러웠다. 열대야와 더불어 낯선 곳에서의 잠은 뒤척임으로 아침을 맞을 것 같다. 지금은 새벽 3시 40분. 옆방에서 부산하다. 새벽부터 어디를 나가려는지...이곳에서는 단 1시간도 편안한 잠을 잘수가 없단 말인가? 떠날 채비를 한다. 가슴에 갑갑함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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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순이 아버지, 맹봉학님의 글이 참 절절하네요.
    짧고 간결하면서도, 살아있는 체험 후기 덕분에
    최저생계비로 살아가야 하는 분들의 현실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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