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을 마쳤습니다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을 마쳤습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오늘 8/2(월)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결과 발표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은 1인가구 안성호씨, 민주당 최영희 의원, 대학생 김윤지씨가 각각 한달체험단, 릴레이 체험단, 온라인 체험단을 대표하여 체험소감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희망UP 캠페인 전문가 지원단의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기철 교수,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허 선 교수가 체험단의 가계부 분석결과와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에 대해서 발표하였습니다.

관련자료는 첨부파일을 확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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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마치며


최저생계비는 ‘사회안전망’이 아닌 ‘가난의 포획망’이었습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확인해 보고자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사회안전망이 얼마만큼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체험 초기에는 주거비 8만7천원(1인가구), 한 끼 식사비용 2,100원(1인가구)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아이의 교육비 6만1천원(4인가구)의 비현실성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체험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진실은 최저생계비가 타인의 삶을 제멋대로 규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평소 일상과 최저생계비의 일상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가늠해 보고자 했지만, 지난 한달의 생활은 일상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먹고 자는 것 이외의 모든 것들은 모험이자 사치가 되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는 ‘전물량 방식’은 담아준 대로만 살고 그 외의 것들은 생각지도 말라는 가난한 이들의 삶에 대한 규정이었습니다. 린스하나를 사면서 온갖 욕을 들어야 했고, 핸드폰을 사용하며 죄책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또한 반영되어 있지 않은 지출은 몇 끼니를 굶어야 하는지로 이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비목별 구성은 저희들의 삶을 일상의 현실에서 분리하고 고립시켰습니다. 2,100원의 식사비는 거의 모든 음식점에 대한 출입금지명령이 되었습니다. 8만7천원의 주거비는 창문하나 없이 습하고, 발 뻗기조차 힘든 20만원짜리 지하쪽방도 너희들에게는 과분하다는 멸시의 눈빛이 되었습니다. 의료비는 몸이 아프면 다른 가족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교통통신비는 전화 한 통화, 외출 한번을 사치와 낭비로 만들었습니다. 인간관계는 단절되었고, 6,300원의 식비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삶의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극기체험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체험단의 목적은 최저생계비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구현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의 체험은 저희들의 삶을 의지와 관계없이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먹는 문제 이외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 외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기본적인 문화, 사회생활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낮아지는 자존감을 경험했고, 심화되는 고립감과 우울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한 달 50만원으로, 하루 6,300원으로 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6,300원짜리 식단을 보여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체험단은 6,300원짜리 식단을 30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30번의 건강한 식단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이 있고, 교통비가 들지 않는 거리에 마트가 있었다면 운 좋게 값싼 기획 상품을 한두 번 이용할 수는 있었겠지요. 그러나 한 달을 살고도 건강할 수 있는 6,300원짜리 식단은 없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영양에 몸이 상하고, 황폐해진 생활에 마음이 지치는 것은 한 달이었기에 그래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목격했던 현실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젊은이들도 한 달 만에 병들게 한 이 생활을 몸이 상하고 의지할 곳 없는 분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 최소한의 비인간적인 생존비조차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연락도 안 되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또한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강남의 고급커피숍 사장님이든, 100평짜리 집에 사는 성공한 사업가든, 건실한 샐러리맨이든 어느 날 사고를 당하거나, 가족이 병이 나게 되면, 저희들이 경험한 지난 한 달의 생존게임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지금 예로 든 것이  바로 저희들이 쪽방에서 만난 수급자분들입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은 상승하고 있다는데 최저생계비는 계속 제자리걸음입니다. 우리 사회의 빈곤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기초생활수급자의 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한정된 예산, 사회적 합의, 이 불편한 진실이 그동안 외면당한 이유가 무엇이었든, 이제는 정당성도 설득력도 없습니다. 최저생계비는 이제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을 했습니다. 지난 6년간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더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목격하며 한 달의 체험을 마쳤습니다. 저희들이 경험한 한 달과 목격한 현실이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이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셨기에 한 달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최저생계비의 현실화가 될 때까지 계속 지켜봐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 8. 2.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단



2010 희망UP 결과발표 기자회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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