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4-07-15   1045

[희망UP 캠페인] “최저생계비 시간격차 줄여가야”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1일 체험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13일째, 이번 릴레이 체험자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다. 16대에 이어 17대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 소속인 유 의원은 숙박비를 제외한 일일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5천원으로 하루를 보냈다. 14일 저녁 6시,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 일일 소감을 마친 것으로 체험을 마친 유 의원을 만났다.

우선 지난 24시간 무엇을 먹었는지를 물었다. 하루 세끼를 어떻게 먹었느냐가 체험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화제다. 유 의원은 잘 먹었다는 답부터 한다. 비서관과 함께 일일 체험을 한 유 의원은 1만원의 장을 보았다.

“혼자 5천원보다 둘이 모여 1만원어치를 사니 규모의 경제가 작용했어요. 사면서 100원을 깎았으니 꼭 1만100원의 장을 봤죠. 감자, 달걀, 라면 인스턴트 미역국 하나, 김치 2봉지 쌀 4컵. 멸치 500원 술안주용 멸치. 김치를 하루 삭여서 마지막 오찬때 멸치넣어 김칫국을 끓여 먹었죠. 김 500원짜리 김밥용 김 사서 간장 찍어 먹고. 잘 먹었어요.”

주로 햇반이나 라면을 이용했던 일일 체험자들과 달리 유 의원은 직접 밥을 했다. 밥하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쌀 씻고 밥솥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어렵냐”고 답한다. 하지만 잘 먹었다면서도 눈은 충혈되어 있고 피곤해 보이기만 하다. 숙소가 불편했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친다. 옆에 자는 사람이 코를 많이 골아서 한숨도 못 자 그렇다며 “하월곡동 산2번지에는 책임이 없는 문제”라며 웃는다.

하월곡동에서 유 의원이 한 일은 이번 캠페인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독거노인에게 국 배달하기와 놀이방 방문, 그리고 가계부 조사를 함께 했다. 물론 이렇게 다니며 많은 주민들을 만났다. 하루동안 그는 어떤 민심을 만났을까.

“많은 분들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대개 비슷한 것 같아요. 요즘 살기 힘들다. 그러니까 국가에서 조금 더 보살펴 줬으면 좋겠다라는 희망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내가 못나서, 내가 몸이 이래서’ 하는 말을 덧붙이죠. 세금내는 다른 국민들에게 피해가 되고 나라에도 부담이 된다는 미안함이나 고마움을 말씀하시더군요.”

그 중에서도 한 아저씨와의 대화가 가슴에 남는다고 말한다.

“한 아저씨를 만났는데, 그분이 ‘노인들은 살만큼 다 살았으니까, 우주의 섭리에 따라서 소멸될 시점에 있으니 신경 덜 써도 된다. 하지만 지금 한창 크는 아이들은 좀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나라에서 신경 써 달라’고 이렇게 말씀하더군요. 제가 어르신도 건강히 오래 사셔야지요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도 마음이 아팠고 아이들 이야기하는 것도 그랬습니다.”

그는 하월곡동 산2번지의 풍경이 낯설지 않다며 대학시절은 물론이고 신혼살림도 신림동 산몇번지에서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하월곡동의 생활을 30년 전의 소비생활의 재연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한 세대 이상의 격차를 만들어 내는 최저생계비라면 문제가 크다는 견해를 밝힌다.

“시간이 약 30년 전에 멈춰선 느낌이 있죠. 여기 풍경은 제가 어릴 때 대구에 있던 피난민촌 풍경하고 비슷해요. 일인 가구가 368,226원으로 주거를 해결하고 제세공과금 내고 식비를 해결하면서 사는 것이 평균적으로 우리들의 30-35년 전 소비생활을 재연하는 것 같습니다.

기초생활보장대상으로 국가의 세금으로 최저생계를 보장해 주고 있지만 그 차이가 한 세대를 넘어갈 수준이라면 그 격차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입니다. 시간적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어요.”

한국의 최저생계비는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보건복지위 의원으로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국민소득도 최저에 가깝습니다. 멕시코와 비슷하려나요. 그런 점에서 최저생계비도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하위라는 랭킹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에서의 실제 화폐구매력 수준을 감안하면 현행 최저생계비가 정말 ‘최저생계비’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르죠.

최저생계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회문화적 배경이 있는 용어인데, 우리의 최저생계비는 생존을 보장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힘을 내서 배려를 해야겠지요.”

유 의원이 생각하는 사회안전망의 기능은 ‘일시적으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연착륙시켜 다시 튀어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사회안전망이 누워 쉬는 곳이 되어서는 안되죠. 많은 이들이 사회안전망을 말하면 여기 누워 쉬는 부작용을 이야기하는데. 사회안전망이란 일시적으로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사람들을 안 다치도록 받쳐서 안전하게 착륙시긴 후 힘을 북돋아 다시 튀어 올라가게 만드는 과도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잖아요. 우리사회는 4대 보험을 비롯해 안전망을 쳐 놓기는 했지만 그 탄력이 너무 약해서 떨어지는 충격이 너무 커서 다시 용기를 내서 올라가게 만드는 데는 다소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제도를 운영한지가 몇 년 안 되었거든요. 필요성을 인식하고 제도를 만든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제도든 도입해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고 문제점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잖아요.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특히 어려운 요건에서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것이구요. 문제점을 정밀하게 진단해서 보완할 부분을 채워나가야겠지요.”

그는 16대 국회에 이어 17대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 소속이다. 5년 만의 최저생계비 계측과 그에 따른 조정으로 ‘최저생계가 가능한 최저생계비’가 책정될까. 국민들이 희망을 가져도 되냐고 묻자 그는 “아직 희망을 갖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반응한다. 하지만 어두운 전망을 말하는 그의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다.

“아직 희망을 갖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공무원, 특히 기획예산처 공무원들이 와보면 좋을텐데. 정부 회계장부에서 수치로 보는 무게하고 실제 살아보면서 느끼는 무게하고는 굉장히 차이가 큽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운영하는 것도 사람이잖아요. 제도 스스로 일하는 것은 아니기까요. 사람이 어떤 이론을 갖고 일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서적 상태에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느냐도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험을 공무원들과 함께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공부원과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 그리고 예산과 관련된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여기서 제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현주 기자, 사진 정김신호 자원활동가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