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5-10   533

적극적 고용시장정책 강화에 대한 평가 (표빠짐)

문제제기-양이 아니라 질이다.

2000년 4월 4일 재경부를 위시한 관련부처는 소득분배현황과 향후 개선방향을 발표하면서 2003년까지 2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해서 실업률을 3%대로 축소하겠다는 사업목표를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첫째. 200만개 일자리 창출로 안정적인 소득원을 제공하고 둘째, 산업수요에 맞는 직업훈련체제를 구축하고 셋째,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 직업능력개발 및 취업기회 제공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적극적 고용시장정책의 강화를 통해 고용안정을 기하고, 각 계층별 실업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일견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한계라고 생각되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일자리 창출 정책이 과연 노동기본권의 신장과 결부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 각종 정책이 민간주체적 복지를 실현하기보다 관주도의 시혜성 정책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셋째,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정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제 이세가지 점에 대해 보다 자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일자리 창출정책과 노동기본권의 관계

정부는 2003년까지 2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실상의 완전고용(3%대 실업률)을 실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003년이라는 시기의 미묘함(2002년대선)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내용이 얼마나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을 감안한 것인가에 대해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정부발표에 의하면 현재 실업자 수는 100만 명 수준이다. 2003년까지 현재의 실업률을 유지한다면 경제활동 유입인구를 연 20만으로 추산할 때 2003년의 실업자는 약 103만 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2003년 2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약 97만개의 초과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물론 그동안 없어지는 일자리도 있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문제는 2003년의 산업구조가 과연 어떻게 변할까하는 문제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전통제조업부분에서 일자리가 없어질 터인데, 과연 전통제조업에서 배출되는 노동자가 새롭게 창출되는 지식기반산업이나 벤처산업에 바로 투입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표1에서 보듯이 신규일자리의 대부분이 지식기반산업에 중심이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표1< 2000∼2003년간 일자리 창출 전망 > (단위 : 만개)

자료:소득분배현황과 향후 개선과제 2000. 4. 4

신규일자리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4월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증가분 89만명 중 73만명(82%)이 임시·일용직 노동자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임시·일용직의 증가는 바로 노동조건의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말 중기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총매출액 평균 47억원 대비 평균 인건비(126만원. 중기청 조사) 비율은 약 0.9%를 차지한다. 다른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보다 임금 절대액이 낮을 뿐 아니라 상대적 비율도 크게 차이가 난다.

표2 평균임금수준(126만원/월)

자료:중소기업청 벤처기업 실태조사 결과 1999.11

또한 표3를 보면 벤처기업의 경우, 매출증가율은 71.2%인데 비해 고용증가율은 25.3%에 불과하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액 증가가 2.0%일 경우 고용증가율은 2.3%를 기록해 바로 고용증가로 연결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표3.벤처기업의 경영성과

* 자료 :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통계청 사업체기초통계조사보고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중소기업수출통계

이는 새로 설립되는 벤처기업이 단순집약적 노동형태가 아니라 신기술이나 전문화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자금지원이 고용유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실제로 1999년 11월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조사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자금지원 이후 근로자고용을 보면, 신규채용이 없다는 응답이 55%, 1-5명이 23%, 6-10명이 9%, 20명 이상은 3%에 불과해 자금지원이 고용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자금지원이 주로 시설투자나 높은 이자부담으로 인한 금융비용 감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서 4,008개 벤처기업을 전수조사하여 발표한 고용증가율은 97년 대비 25.3%가 늘어났고 이는 다른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99년 1월 종업원 평균이 59명이었으나 10월 조사결과는 35명으로 오히려 줄어 고용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동기간 중 매출 증가율은 22%에서 71%로 상승한 것을 고려할 때 매출증가가 고용증가로 나타나지 않는 벤처기업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주장하는 지식기반산업과 벤처산업 육성정책은 그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불안정성과 근로조건의 악화에 대한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노동시장의 질적 저하는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발표 어디에도 이러한 문제를 고려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말해 자본의 효율적 배치에만 관심이 있지 노사관계의 기본적 룰을 제대로 세우는 관점이 빠져있는 것이다.

관주도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참여형 복지가 되어야한다.

생산적 복지의 핵심은 바로 복지의 대상을 단순히 수혜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복지의 주체로 세워 자활, 자립을 실현하게 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일단 절대빈곤층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대책은 어느 정도 수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업자에 대한 지원과 자활을 위한 자활급여의 내용은 대단히 빈약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바로 민간의 실업극복 역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키워주는 것이다. 물론 민간의 참여를 권장하는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들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얼마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발표에는 민간참여에 대한 고민과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가 아직도 민관의 협력과 상호 교류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관중심의 사고와 실천이 중심인 행정시스템이 온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한국의 복지예산 중 전달체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2%를 간신히 넘을 뿐이다. OECD평균이 20%를 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의 민간전달체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얼마나 인색한지 알 수 있다.

표 4 OECD국가 평균 적극적 실업대책 사업의 지출비율과 1999년 한국 실업대책 예산의 비교

자료:OECD, What works among active labour market policies: Evidence from OECD countries' experiences, Labour Market and Social Policy & Occasional Papers No. 35, 1998, 노동부, '99년 종합 실업대책, http://www.molab.go.kr 참조하여 재작성 -엄규숙

결국 이번 정부의 발표에도 이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한 흔적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시장경제의 실패를 보완하는 새로운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있지 못하다

IMF이후 정부의 거시정책은 우리 경제의 내부적 원인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지나친 하중을 부가했다. 즉 외환위기를 초래하게 된 기본원인은 국제금융자본의 투기성에 기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원인에만 초점을 맞추어 지나친 긴축정책, 고금리 등으로 흑자도산이 잇따랐고 기업내부의 여건을 무시한 빅딜 등 한건주의식 경제정책과 불필요하고 불법적인 정리해고가 마치 경제개혁조치인 것처럼 호도되기도 하였다. 1999년, IMF 초기 정책의 부작용을 극복하고자 재정적자의 적극적인 수용, 저금리정책 기조, 팽창적 거시정책으로 방향을 잡아 실업정책을 집행하였고 최근의 정책기조도 이를 이어받아 가고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의 양적 성장 중심의 정책기조가 중심이 되고 있다. 지금 고용문제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고 구조적이고 항상적인 문제로 되고 있다. 즉 국민 대다수가 안정적인 평생직장이라는 꿈은 더 이상 현실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것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대량생산체제에서 가능했던 꿈은 디지탈산업으로 넘어가면서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동안 양적인 고도성장과정에서 고스란히 축적해온 빈부격차, 환경문제, 사회문제들을 미처 풀지못한 속에서 다시 한 번 경제구조의 질적인 전환이라는 혼란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빈곤문제와 환경문제, 열악한 사회공동체의식, 실업문제들이 한꺼번에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실업문제하나를 풀기위해서도 우리는 전체적인 사회, 정치, 문화적 조망 속에서 서로를 엮어내는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구축해나가야 그 효율성이나 정책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비정상적인 시장경제 속에서 우리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보호된 시장영역을 만들어 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가야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환경, 문화 등에서 새로운 고용을 확대하고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활동, 사회적 노동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 바로 이러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 대책에는 대단히 아쉽게도 그러한 전망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단순히 그동안 산발적으로 발표해온 대책을 나열한 것일 뿐 어떠한 새로운 비젼과 전망을 가질 수 없었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결어

지금 정부는 경제, 사회, 정치 전반에 걸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른바 한국의 재벌구조를 개혁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벤처기업이 공존하는 신경제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효율적인 재편과 동시에 진행되어야할 것이 바로 노동기본권의 신장이고 이는 노동조합이나 시민권의 확장을 통한 민주적 경제운영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개혁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신장이고 이는 결국 각부문에 민을 주체로 세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급히 '노태우식 200만호 주택건설' 같은 발상을 극복하여야 한다.

이수봉 / 민주노총 고용안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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