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1-10   717

[심층분석:사회복지계의 회고와 전망 4] 민주노총 사회복지활동의 평가와 전망

2003년은 민주노총 사회복지활동에서 의미있는 해였다. 아직도 민주노총의 사회복지활동이 그리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민주노총 내부에서 진행되는 변화들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민주노총에서 사회복지는 사회공공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범주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하 글에서 사회공공성은 사회복지를 포괄한 것으로 이해하기 바란다).

노동운동의 핵심의제로 자리잡은 사회복지투쟁

2003년부터 사회복지활동은 민주노총이 수행해야 할 과제 중에서 부차적인 의제가 아니라 핵심의제로 ‘공식’ 인정되었다. 민주노총은 1995년 발족 시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라는 취지 하에 사회개혁을 핵심 의제로 내건 적은 있다. 이 때 사회개혁에는 언론, 교육, 정치개혁 등이 포함되지만 핵심에는 사회복지개혁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개혁투쟁은 노동운동 내부 특정노선과 동일시되어 내부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였고, 그 내용도 노동운동이 지녀야할 계급적 원칙과 어떻게 통일되는 지가 불투명하여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와중에 1996~97년 노동법개정투쟁, 199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반대투쟁이 노동운동의 급박한 현안으로 자리잡으면서 사회개혁투쟁은 ‘실종’되어 버렸다.

2002년부터 사회복지투쟁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였다. 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IMF이후 심각해지는 한국사회 빈부격차 문제를 노동운동이 빗겨갈 수 없었다. 전반적인 궁핍화의 사슬에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도 상당수 포함되고 불안정 고용에 처해있는 비정규노동자 역시 그 대상이었다. 게다가 노동시장에서 퇴출 당한 신빈곤계층들이 확산되고,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절대빈곤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노둥운동이 사회연대원리에 기초한다면, 빈곤 문제는 더 이상 노동운동의 의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둘째, 노동운동의 정체성 정립과정에서 사회복지투쟁이 부상하였다. 노동운동은 IMF 금융위기 이후 상시적인 구조조정에 맞서 반대투쟁을 계속해 왔다. 이 투쟁은 노동운동으로서 피할 수 없는 것이었으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물결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을 막아내기란 현재 노동운동으로선 힘겨운 일이었다. 노동운동은 여러 번 패배를 겪어야 했고,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을 당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도 매번 수비만 할 것이 아니라 ‘공격’도 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때 공세적 투쟁이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당성을 지닌 투쟁, 사회연대의 기본원리를 확장하는 투쟁이다. 노동운동이 사업장 내부 근로조건 현안에 머무르지 않고 전체 민중의 생활권을 쟁취하는 사회운동으로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운동의 사회화’로 논의가 이어졌고, 핵심에 사회복지 영역을 포괄한 개념으로 사회공공성이 자리잡았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중장기적 전망 찾기에 어려움을 겪어 온 노동운동에게 사회공공성은 노동운동의 정체성 논의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2003년 사회공공성활동 되돌아보기

민주노총은 2003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3대 사회적 과제로 ‘비정규노동과 차별 철폐’, ‘노동 3권 강화’, ‘사회공공성 강화ㆍ빈부격차 해소’를 설정하였다. 이 중 ‘사회공공성 강화ㆍ빈부격차 해소’는 IMF 금융위기 이후 심화되는 민중의 빈곤을 타파하기 위한 운동으로 보통 사회공공성활동으로 불린다. 이에 민주노총은 중앙에 사회공공성강화위원회(준)를 구성하여 사업기획을 총괄하고, 각 산별연맹, 지역본부 내에도 동일한 위원회를 구성하여 전국적 사업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노총은 사회공공성활동으로 핵심 1대 의제와 주요 5대 의제를 정하였다. 핵심의제는 정기국회 때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국민연금 개악 저지’이고, 나머지 5개 의제는 건강보험 재정통합ㆍ보장성 강화, 조세ㆍ재정 개혁, 공교육 구조개혁, 비정규 사회보험 실질 적용, 공공주거 확대 등이었다.

그러나 실제 행해진 사회공공성활동은 국민연금 개악저지에 집중되었고, 나머지 사업은 미진하였다. 국민연금투쟁은 일단 국민연금 정부개정안 통과를 막아내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민주노총은 2003년 하반기 3대 투쟁과제 중의 하나로 ‘국민연금 개악 저지, 세제ㆍ재정개혁’을 설정하여, 조합원 교육, 지역토론회, 대중집회 등을 전개하였다.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과 공동으로 반대진영의 목소리를 높이는 작업도 중요한 사업중의 하나였다.

반면에 다른 5대 의제에서는 만족스러운 활동이 없었다. 보건과 교육 영역에서 보건노조와 전교조가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민주노총 중앙의 활동은 미약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7월 재정통합을 다시 유예하려는 한나라당의 기도를 시민단체들과 함께 막아내었으나, 공공의료기관 확대, 보장성 강화(본인부담상한제) 등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고, 교육의 경우에도 사교육시장 확대에 대항하는 실질적인 활동을 벌이지 못하였다.

민주노총이 올해부터 관심을 가졌던 새로운 영역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복지예산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초법연석회외, 사회보장예산확보연대 등 연대기구의 참여를 통해 명맥을 유지하였을 뿐이고, 5대 의제로 설정되었던 주거, 조세 등의 영역에선 활동이 거의 없었다. 특히 하반기 부동산 폭등사태로 주거문제가 불거지고 토지공개념이 부상하였을 때조차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은 민주노총 사회공공성활동이 처한 현주소를 잘 보여준 경우이다.

2003년 사회공공성활동 평가

2003년 민주노총 사회공공성활동은 아직도 많은 한계와 과제를 지니고 있지만, 이제 사회공공성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올해 사회공공성활동 평가도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03년 사회공공성활동을 기획하면서 민주노총이 정한 목표는 다음 세 가지였다. 이에 기초하여 2003년 활동을 평가해 보자. 첫째, 사회공공성활동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 마련. 민주노총은 2003년 3월 조세, 4대보험, 기초법 등 6개 영역에 대한 개혁요구안을 마련하였다. 아직 교육, 모성보호, 주거 등의 요구안은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대체적으로 사회공공성활동을 위한 정책방향이 마련되고 있는 중이다.

둘째, 사회공공성활동을 위한 조직내부 사업주체 형성. 노동운동이 사회공공성활동을 제대로 전개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내부 활동주체의 형성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사업을 위한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민주노총 중앙에서 담당간부 1인이 사회공공성활동 모두를 전담해야 하는 형편이고, 산하 산별연맹이나 지역본부 역시 사회공공성활동을 자신의 주업무로 담당하는 간부를 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주노총은 2003년에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에 사회공공성강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업주체를 마련하고자 하였으나 진행속도가 매우 느리다. 현재 대구지역본부에서만 이 위원회가 구성되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 내부에 아직도 사회공공성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사업주체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이며, 이 과제는 2004년으로 넘겨졌다.

셋째, 사회공공성ㆍ빈부격차 문제의 사회적 의제화. 민주노총이 시민사회단체와 비교하여 지닌 장점은 조합원을 지닌 대중조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대중투쟁을 통해 사회공공성 문제를 사회의제로 부상시키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과 사회구성원들이 직접 이 문제를 체화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몫이다. 이러한 면에서 2003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핵심과제로 설정했던 국민연금의 경우 내부 조합원 교육에는 부분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본격적인 대중투쟁으로 상승하지는 못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등장한 빈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고, 하반기 한국사회 핵심 의제였던 부동산, 주거 문제에서도 별다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2004년 사회공공성활동을 준비하며

2004년 민주노총 사회공공성활동은 다음 세 가지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째, 사회공공성활동의 사회운동적 위상을 정리하고 이를 조직내부에 공유하는 일이다. 사회복지나 사회공공성이 단순히 시혜적 급여로 한정되지 않고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제도개혁과 운동주체 형성으로 상승하는 의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본주의사회에서 사회공공성활동이 지니는 사회운동적 의의를 정립하고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 즉 자본주의의 시장과 이윤논리에 대항하는 운동으로서 사회공공성활동을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둘째, 사회공공성활동을 위한 사업주체를 민주노총 조직체계에서 구축하는 일이다. 각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에 사회공공성강화위원회를 설립하여 산별조직과 지역사회에 부응하는 산업별, 지역별 사회공공성활동이 추진되어야 하며, 이 조직은 민주노총 중앙의 사회공공성활동을 전국화하는 혈관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또한 곧 선보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 사회공공성 담당 연구자가 충원되면 실무역량도 배가될 것이다.

셋째, 사회공공성ㆍ빈부격차 문제를 대중활동으로 확산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민주노총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계발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급박한 상황에선 집회, 파업 등 강도 높은 투쟁도 조직해야겠지만, 교육ㆍ홍보ㆍ지역활동 등을 통해 조합원들이 평상 시 사회공공성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민주노총이 예상하는 2004년 주요 의제는 무엇일까? 워낙 ‘우왕자왕’한 정권 밑에서 살아야하는 까닭에 앞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은 2004년으로 넘어온 국민연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2004년에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의 개악도 추진될 예정이어서, 공무원노조, 체신노조, 철도노조, 전교조, 보건노조 등 특수직역연금 이행당사자가 속해 있는 노동운동과 정부의 심각한 격돌이 우려된다. 또한 민주노총은 빈곤문제, 특히 기초생활보장제 현실화와 공공주거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려 한다. 보건, 교육 영역은 해당 산별노조와 시민사회연대기구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세제개혁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이어서 사회보장예산확보연대의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2004년 역시 민주노총은 산적한 과제와 부족한 주체역량으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래도 2003년에 비해선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

오건호 / 민주노총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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