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4-07-05   704

[희망UP캠페인] 첫 일일 체험자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

“행복추구권이 박탈된 사람들… 빈곤, 이제는 인권으로 접근해야”

”오후 3시경에 70대 할머니가 사는 집에 갔었습니다. 벽에 동그란 시계가 있었는데 바늘이 9시 30분에 멈춰 있더군요. 탁상 위에 있는 조그만 시계는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구요. 방에 들어갔다니 근사해 보이는 벽걸이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계 역시 9시 50분에 정지해 있었어요.

결국 그 집에는 움직이는 시계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른 집도 시계가 있는데 가질 않아요. 시간이 정지된 사회, 정지된 시간에서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필요없는 사람들이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죠.”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의 공동주최로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최저생계비로 한달 살아보기 캠페인’ 첫 일일체험자가 된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체험 소감 대신 하월곡동에서 본 정지된 시간의 풍경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생계비를 포함한 빈곤의 문제는 복지가 아닌 ‘인권’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이들은 인권으로 보장된 행복추구권이 박탈된 이들이 아니냐는 것이다.

“인권이라고 하면,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등을 말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생명권입니다. 그 생명권은 우리 헌법 10조가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죠. 행복추구권이죠.”

최저생계비를 비롯한 복지의 문제를 ‘시혜’로 치부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근본적인 시각부터 바꿀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는 빈곤의 문제만이 아니라 장애인, 근로자 문제들은 복지차원에서만 조명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생명권, 행복추구권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봐요. 장애인, 빈곤 등의 문제 모두 인권문제로 시각을 바꿔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복지문제라고 생각하니 시혜라는 발상이 나오는 것이죠.”

국가는 개인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줄 책임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최저생계비라고 강조한다.

“흔히들 옛날부터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그리고 가난한 것은 나라 책임이 아니고 본인 책임이다라는 말이 많지만, 현대사회는 복지사회입니다. 모든 국민이 다같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죠. 가난이 개인의 책임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개인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입니다. 그러한 정책 중의 하나가 바로 최저생계비구요. 그러나 우리의 최저생계비는 그야말로 최저생활을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책입안자를 비롯해 우리 사회 각계가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는 이들을 만나 지원동기를 물어보니 대부분 사회복지학과 출신으로 이 방면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사회복지 관련자들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런 현실을 직접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쪽방촌이나 외국인노동자들이나 지체장애인들이 사는 곳에 직접 가봤는데, 외부적인 환경은 쪽방촌보다 여기가 낫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가서 보지 않고 이야기만 듣고서는 체감을 할 수가 없어요. 체감이 없이는 대안이 나올 수가 없죠.”

그런 점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을 중심에 둔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의 이번 캠페인이 최저생계비에 대한 문제를 알리고 실질적인 대안을 찾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김위원장이 첫 일일 체험자로 후속 체험자들에게 남긴 한마디는 “직접 와서 보고 느껴라”는 것. 새로 임명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번 최저생계비 캠페인에서 일일체험을 할 것을 권하겠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개인적으로 만나면 한번 권해보겠다”며 답했다.

7월 1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숙박비를 제외한 1일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3,500원으로 생활한 김창국 위원장은 봉사활동을 하던 놀이방에서의 점심식사로 1,500원을 쓰고 음료수 600원을 쓰고 1400원을 남겼다. 독거노인 가정에서 설겆이와 놀이방에서의 봉사활동으로 하루 일과를 마쳤다.

최현주 기자, 사진 정김신호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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