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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빈곤정책
  • 2004.07.07
  • 610
  • 첨부 1
"앗! 젓가락"

라면을 끓이고 그릇으로 옮겨담으며 바쁘게 움직이던 손들이 일순간 멈췄다.

"맞다. 젓가락이 없었지!” “준비물에 수저를 포함시켰어여 했는데…”하는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라면을 먹기 위해 모인 이들은 고작해야 8명. 이 정도 여벌 수저의 여유분도 없는 생활이라니. 이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들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희망UP’ 캠페인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에 도전한 체험자들이다. 가구별로 책정되는 최저생계비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체험단도 1인에서 4인까지의 가구를 이뤄 한달을 보낸다. 하월곡동에 거주하는 3인 1가구를 포함해 총 11명의 체험단은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월곡동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에 도전한다. 1인 가구 368,266원, 2인 가구 609,842원, 3인 가구 838,797원, 4인 가구 1,055,090원으로 한달 동안의 '의식주' 모두를 해결해야 한다.



도전 후 첫 주말. 체험자들은 반상회를 열기로 했다. 일명 ‘라면파티’. 준비물은 각자 먹을 라면 1개와 물,가스,계란 그리고 후식비(과일)의 2천원의 참가비다.

놀이방 이삿짐 나르기 등 힘든 일과를 보냈지만 4인 가족인 바람이네를 제외한 체험자 7인은 환한 얼굴로 체험 숙소 중 하나인 ‘전망좋은 집’으로 모여들었다. 여기에 이날 일일체험을 마친 김수지 씨도 합류했다. 물론 준비물(!)을 지참하고서. 창밖 전경이 좋아 ‘전망좋은 집’이라 불리우는 이 공간에서 사는 민상 씨가 호스트 역을 자임해 라면과 2천원의 참가비를 걷고. 진희 씨는 작은 냄비에 취합된 라면들을 끓여 건지고 다시 끓이고 하느라 여념이 없다.

라면은 익었지만, 도구가 없으니 어쪄랴. 골목이 길다고 ‘골목집’인 숙소에서 지내는 정섭 씨와 미애 씨가 빗줄기를 헤치고 젓가락을 가져 오는 사이, 면발은 몇배로 불어 있다. 불어터지는 라면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기자들의 안달과는 달리, 체험자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체험 시작 첫 주말, 하월곡동 체험자들은 낯선 공간과 조건에 이미 상당히 적응이 되어 보였다. 심지어는 최저생계비 책정을 위해 임의적으로 구성된 '가족'들과 이웃과도 이미 오래전부터 함께 지낸 것 같아 보였다. 실제로 3인 가구 체험자인 진희 씨는 “같은 목적과 생각을 갖고 모여서 그런지, 만나자마자 금방 서로에게 익숙해 졌다”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같다고 한다.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다른 체험자들도 그래보였다.

참가자 대부분은 사회복지 전공자들. 이들은 누구보다도 사회복지의 주요한 정책인 최저생계비가 현실화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이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캠페인에 참여해 직접 체험하는 과정이 고난보다는 기쁨이다.

하지만 현실적이 어려움은 도처에 있다. 우선 삶의 공간을 만들어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최저생계비 한달나기에 참여하는 이들이 체험공간을 마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우선 한달동안 살 집을 선정하고 계약을 하고 월세를 내고, 그리고 간단한 수리를 마치는데 수일이 소요됐다. 체험기간이 장마라는 점, 하월곡동 대부분의 주택들이 통풍이 잘 안되고 노후되어 수리하는데 많은 노력이 들었다. 그리고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물품을 배치했다. 각 가정당 텔레비젼과 냉장고가 각각 1대씩, 그리고 보온밥솥과 이불 등이 배치됐다. 이불을 제외한 모든 물품은 해당 지역 재활용센터에서 1달 대여를 했다. 최소한의 그릇과 냄비도 나눠졌다. 여기까지는 OK!

그런데 세탁기가 문제였다. 참석자들 모두 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여한 세탁기 1대를 둔 집의 벽 일부가 체험 시작 직전의 큰 비로 무너진 것이다. 본격적인 장마는 이제부터가 시작. 참가자들과 주최측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집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어렵사리 방이 2개인 집을 얻었다. 이 집은 폭이 5-60센티미터 정도의 골목을 3-40미터 가량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이 집을 ‘골목집’이라 부른다.

체험 첫 주말, 참석자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세탁기를 꺼내기로 했다.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빨래감은 늘어만 나는데 세탁기 설치를 마냥 미뤄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너진 집에서 세탁기를 꺼내 ‘골목집’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민상 씨와 대원 씨가 들고 여기에 사진찍던 류관희 씨도 카메라를 내려두고 합류해 세탁기를 골목으로 끌어냈다. 그러나 골목집으로 갈 수 없는 상황, 골목이 세탁기보다 좁기 때문이다. 대여한 재활용센터에서 용량이 작은 것으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주말까지는 세탁기 없이 견디기로 했다.

'희망UP' 캠페인 실무를 총괄하는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체험 전에 수차례 답사를 하고 세밀하게 준비를 했지만, 곳곳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만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러한 난관의 배경에는 골목길 등 진입로를 비롯해 주거를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체험자들과 소통하며 다른 문제나 불편한 점이 없는지 소통하느라 전은경 간사의 핸드폰 밧데리는 방전된지 오래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체험자들은 더 고생인데, 이정도야 뭘" 하면서 웃어보인다. 그렇게 하월곡동에서의 첫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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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행사네요 *^^*
    대학 다닐때 농활만 가봐서 이렇게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는지 몰랐네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얼마나 들었다고..) 내 자신과 싸워야 하는 이런 행사에 선뜻 참여하기가 그렇지만, 대학교 재학시절이었다면 정말 해볼 만한 행사인 것 같습니다.
    도시의 어린이들에게도 이런 행사에 참여시키는거.. 큰 의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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