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11-07-07   2338

[언론기획] 5년동안 매달 1만원 냈는데…한푼도 못받았다

오마이 뉴스,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단체엽합, 전교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공동기획

 

“5년동안 매달 1만원 냈는데…한푼도 못받았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청년①] 자발적 이직자에게는 실업급여도 없어

 

복지는 공짜다? 보수진영이 유포한 논리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꼴지 복지’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복지는 공짜가 아닙니다. <오마이뉴스>는 총 8부로 나눠 한국의 복지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 기획에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단체연합, 전교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가나다 순) 등 6개 단체가 함께 합니다. 자신의 사례를 기사로 올려주시거나, 댓글을 달아주시면 편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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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세 박지영(가명)씨가 지난 3년간 입사와 퇴사를 반복한 사례

 

2008년 2월 지방의 한 국립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박지영(가명·28)씨는 지금까지 4번 이직했다. 이번이 벌써 5번째 직장이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박씨의 ‘근속기간’이다. 상사의 성희롱으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첫 번째 직장을 제외하고, 박씨가 직장을 계속해서 옮긴 이유는 단 하나다.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싶어서.”  

하지만 이직을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첫 직장과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연봉은 더 낮아졌고 고용형태는 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불안정해졌다.

 

 

[28세 박지영씨] “충분한 구직 기간 없이 3년 간 4번 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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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2010년 8월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청년실업대책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영씨는 6월 3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이유로 ‘시간과 돈’을 꼽았다. 첫 직장을 그만둘 때 받은 충격으로 6개월 정도 쉰 것을 제외하고 지영씨는 충분한 구직기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첫 직장도 대학졸업 후 2개월 만에 구했다. 6개월간 쉴 때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좀 더 적성을 고려해서 충분히 구직활동을 했겠죠. 남들처럼 스펙도 더 쌓고. 그런데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당장 월세와 생활비가 부담스러우니 일할 수 있는 데는 무조건 다 넣었어요. 그러다보니 일이 잘 안 맞을 때가 많았고. 계속 이직을 하게 됐죠.”

 

이 같은 잦은 이직은 청년들 사이에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은 “청년층 가운데 저임금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이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5월 경제활동 인구 청년층(15세~29세)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 후 취업한 경험이 있는 424만 5000명 가운데 무려 292만 3000명이 직장을 옮겨본 적이 있었다. 첫 직장 근속 기간은 1년 7개월. 이직 이유는 근로여건 불만족(42.5%)이 가장 많았고, 개인·가족적 이유(16.9%), 전망이 없어서(10.2%), 전공·적성 등이 많지 않아서(7.5%)가 그 뒤를 이었다.

 

청년층의 이직률이 높은 것은 ‘불안정한 고용형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졸업 뒤 취업한 적이 있는 청년층 1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비정규직이거나 일시적 일자리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특히 1년 이하 계약직은 2006년 8.7%에서 2010년에는 16.3%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첫 직장을 얻은 청년층은 59.3%였다.

 

그러나 근로여건이 더 좋은 직장을 찾아 회사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지영씨처럼 경제적으로 쫓기다 보면 또 다시 급하게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이 경우, 노동의 질은 더욱 낮아진다. 청년유니온 등 전국 55개 청년·실업·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고용보험 확대 및 실업부조도입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이직기간 동안 ‘실업급여’ 지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27세 이미경씨] “자발적 이직? 빵빵하고 괜찮은 회사면 왜 그만두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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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세진(정유미 분)이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면접 자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실직 전 18개월 이내에 180일(6개월) 이상 근무한 이들은 이직시 연령과 피보험기간에 따라 3개월~8개월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를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재취업 보조금’인 셈이다. 하지만 지영씨처럼 회사를 자발적으로 그만둔 경우에는 고용보험료를 냈다고 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2008년 현재 180일 이상 피보험자격을 충족한 이직자 316만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6만 명이 자발적 이직자라는 이유로 고용보험료를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 수혜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았다.

 

이미경(가명·27)씨도 그런 경우다. 지방의 한 여행사에서 2년 가까이 일했던 이씨는 매달 1만 원 정도 꼬박꼬박 고용보험료를 납부했지만 ‘자발적 퇴사’라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씨는 지난 6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시 경제위기라서 회사 구조조정도 들어가고 사무실도 반으로 줄어들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없었다”면서 “그만둔다는 말을 먼저 입 밖으로 꺼내긴 했지만 빵빵하고 괜찮은 회사였으면 왜 그만뒀겠나”라고 반문했다. 이후 이씨는 퇴직금으로 반년 정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모아놓은 돈이 바닥나자 또 다른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자발적 이직자에게 고용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고용노동부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일부러 취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조성주 팀장은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오히려 자발적 이직자들에게 실업급여를 지원해주는 것이 그 사람들을 보다 나은 일자리로 갈 수 있도록 해서 전체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30세 한재민씨] “5년 동안 꼬박꼬박 냈는데 한 푼도 혜택 못받아…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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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에 위치한 북부고용지원센터. ‘자발적 이직자’들은 180일 이상 피보험자격을 충족해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자발적 퇴직자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보험사고를 유발했기 때문. 이는 본인이 초래한 위험일 경우 보험적용을 해주지 않는 민간보험의 원칙이 사회보험에도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은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외국사례를 보면 자발적 이직자에 대해서도 비자발적 이직자와 어느 정도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보험 적용을 해준다”며 “본인이 초래한 위험이라는 이유로 보험료를 납부했는데도 보험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 실직 후 3~4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 이 간사의 설명이다.

 

5년간 월 1만 원 정도를 꼬박꼬박 고용보험료로 납부했던 한재민(가명·30)씨도 ‘자발적 이직자’라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한씨는 2005년부터 한 장애인 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 재단에는 이런 저런 비리가 많았고,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24살 한씨는 노조를 만들고 5년 간 노조위원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한씨가 짊어져야 했던 짐은 너무도 무거웠고, 결국 한씨는 2009년 말 사표를 냈다.

 

이후 한 달 전, 다시 정규직을 구할 때까지 1년 반 동안 한씨는 일용직부터 공장 일까지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는 6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황당했던 게, 이명박 정부가 한창 노인 일자리 창출한다면서 공공근로 일자리 많이 만들었을 때, 동사무소에서 동네 할머니들에게 ‘6개월만 일하면 실업급여 나온다’고 하더라”며 “저 같은 경우에는 4대 보험 내면서 고용보험까지 다 냈는데 하나도 못 받았다, 실업급여 제도가 허점이 많은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회사에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서 ‘자발적 퇴사’가 아닌 ‘권고사직’으로 퇴사 처리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인사팀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한 관계자는 “실업 급여를 받게 해주려고 일부러 ‘업무과실로 인한 퇴사’라고 서류를 작성해준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기 위해서 재직 중에 팀장은 물론이고 인사팀에도 밉보이면 안 됐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 역사 새로 쓰는 일…검토 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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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앞두고 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MB 3년 300만 일자리 뻥이야! 청년고용성적표 발표기자회견’에서 청년실업네트워트와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이명박 정부 3년의 청년고용정책 성적을 매긴 ‘F학점’ 성적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경제위기 이후 실업자가 대폭 증가했던 지난 2009년, 6개월 이상 장기 실직 상태에 있는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 회의 자료를 보면, “구조조정의 상시화, 산업구조·기술의 급변 등으로 직장이동이 빈번해짐에 따라 실업급여 수급사유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면서 “자발적 이직 후 적극적인 구직노력에도 장기간 실업상태에 있는 경우 비자발적 실업상태로 인정,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해 1월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은미 간사는 “노동부 안에서도 심도 깊게 검토가 됐고, 유예기간을 놓고 논쟁이 있었는데 결국에는 재원마련 문제 때문에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6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주게 되는 것은 고용보험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나 똑같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며 “경기가 정말 안 좋을 경우에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지난해 11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홍영표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실직 시 고용보험 가입자의 소득 보장 기능 강화를 위해 ▲실업급여 수급요건인 180일을 120일로 완화 ▲실업급여 수급일수 최장 180일(6개월)에서 360일(12개월)로 연장 ▲자발적 이직자라고 하더라도 이직한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실업상태에 있을 경우 실업급여 지급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홍현진 기자(twitter.com/hongmilmil)

오마이뉴스 원문기사 보기(20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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