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4-07-05   1063

10년된 달력이 그대로 걸려있는 곰팡이

이 글은 허선 교수께서 지난 6월 30일 하월곡동을 사전 점검하면서 느낀 점을 쓴 것입니다. 허선교수는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월곡동에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있는 날..

전체 실행위원 선생님들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사전 점검도 하며, 체험에 동참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마련한 자리..

저는 3일간 사전 점검 체험으로 할 작정으로..

미아삼거리 전철역에서 내려.. 짐을 들고.. 택시에 올라타서..장위중학교를 가자고 했더니..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하월곡동에 들어설 무렵.. 운전기사 아저씨의 말..

“여기 달동네는 왜 아직까지 남아있는지 모르겠어요?”…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며 회의장소에 도착하였답니다.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배달시킨 중국집 음식을 먹고나서.. 체험단들이 한달 동안 지내게 될 집을 차례로 방문하였답니다.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을 지나 도착한 집들은 70년대의 전형적인 가옥 모습을 하고 있는듯했습니다.

제1집은 좁은 골목길 끝의 방3개 짜리 집, 제2 집은 할머니 혼자서 사시는 방 두칸이 비어 있는 집, 제 3집은 수녀님 옆집의 방 두칸짜리 전망좋은(?) 집이었답니다.

각 집들은 아직 사람이 들어가서 살만한 준비가 덜 되어 있었고, 각 집으로 들어갈 가전제품과 이불, 밥그릇 등은 제1집에 모여 있었죠.

체헏단이 살게 될 집들을 방문한 여러 선생님들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회의장소로 되돌아 오면서..

‘어떤 어떤 사람들을 릴레이 체험자로 초청하는게 좋겠다’는 등..많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9시가 넘어서..

회의는 끝나고.. 회의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본인의 집으로 향하고 윤홍식 교수님(전북대)와 저만 남기로 하였는데… 청소년센타에 있는 본부에서 잠을 잘까 하다… 이왕 자는거 체험하게 될 집에서 잠을 자자는 선택을 하고.. 이불이 있는 제1집에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조금 전 그냥 다녀갈 때의 느낌과 실제 잠을 자려고 찾아간 집의 느낌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화장실을 들어가려 했더니.. (세집 중에 이곳에만 유일하게 수세식 변기가 있답니다)..

천장이 너무 낮아 허리를 펼수가 없고…

볼 일을 보고 물을 내리니.. 물이 내려가지 않아.. 변기통 안을 열어 응급조치를 취하였답니다.

하루 종일 끈적 끈적해진 몸을 어찌 씻을 생각을 해 봤으나… 쪼그려 앉아서.. 샤워를 하기 전에는 몸전체를 씻기는 불가능한 환경….

이를 닦으려고.. 수돗물을 틀으니.. 오래된 녹물 냄새…

“아… 어찌 한단 말인가?”

“돌아서 나갈까?”

“아니.. 그래도 여기서 한번 잠을 자 봐야 느낌이 강하게 올거야…”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

생각은 그러해도.. 유일한 오락 거리인.. 텔레비젼을 전기 코드에 꽃으니.. 달동네라 그런지.. 안테나 선도 제대로 연결하지 않았는데도.. 준수한 화면이 나오더군요.

이불을 등 뒤에 한 채.. 누워서..

뉴스와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답니다.

그러다가…

벽에 걸린 달력의 사진을 보니…

분명.. 신은경의 모습이긴 한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달력 뒤를 넘겨 보니..

1994년 겨울 별책부록을 나온 1995년 달력이더군요.

달력 뒤의 벽지는 별로 바래지 않은 채 있었고…

그렇다면…

적어도 10년 동안.. 한번도 도배를 하지 않은 집?….???….

헤진 벽지 위로 덧붙여진..도배 용도의 달력은 2000년도 달력이더군요.

그 달력도 습기를 머금어.. 다 떨어져 나가고 없었답니다.

안방 문에는 아이들의 낚서가 있는 걸로 봐서.. 아이들이 오랜 시간 이곳에서 살았겠구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고,,, 전에 여기 살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밀려 오더군요.

오늘 밤을 어찌해야 할까???… 계속 고민하다가…

오늘은 최저생계비 체험은 아니고.. 사전 점검 체험이니.. 나가서.. 맥주 한병씩만 사가지고 와서.. 먹고.. 잠을 자는 걸로.. 윤교수님과 합의를 하고 나서…

둘이 같이 밖으로 나섰습니다.

11시가 갓 넘은 시간에.. 동네에 있는 두 슈퍼는 문을 이미 닫았고.. 그 아래 동네의 일반 주택가의 슈퍼는 열려 있었는데… 거기 가서 맥주와 휴지, 물, 모기향, 종이컵 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사가지고 온 물건을 내려 놓고.. 이제는 자야지 하며… 옷을 벗어.. 벽에 걸려고 하니….

그 전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꺼먹 꺼먹한.. 곰팡이가 여기 저기에 번져 있고, 벽에 박혀 있는 대부분의 못들은 녹이 슬어 있더군요.

겨우 잠 자리를 잡고.. 이런 저런 얘기(달력 얘기, 전에 살았던 사람 추측 등…)를 하다 두시가 넘어 잠이 들었는데… 1시간 만에..모기향 연기에 기침을 하다 잠이 깨고 나니… 아까 보았던.. 곰팡이가 자꾸 생각이 나고… 내 몸이 스물 스물…

“아…… 콱… 일어나 버려…..???!!!!….”

“아니…. 체험단들은 이곳에서 한달을 살텐데…”

등등… 별의 별 생각을 하다가…

‘체험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어찌 어찌 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마구 마구 들기 시작하더군요.

새벽 3시에 잠이 깨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나도 참…

어찌 보면.. 사전 점검 체험이 보람이 있었습니다.

다섯시가 넘어서야 다시 잠이 들게 되고… 벌써 나도.. 그 환경에 적응이 되어 가는 듯 했습니다.

7시경.. 윤홍식 교수님은 다른 약속때문에.. 집을 나서고… 나는 무려.. 9시까지 그 집에서 단잠(?)을 잘 수 있었답니다.

이제 무얼 할까???

우리 간사님들이 오늘 나에게 준 임무는 ‘동장님, 통장님, 부녀회장님을 만나.. 협조를 구하는 것’이었는데….

그 전에 씻는 것과 아침은 어찌해야 할 까 고민하고 있는 중….

참여연대.. 영상팀 선생님의 리포터 역할을 요청받고 만날 준비를 하게 되었답니다.

나가서.. 촬영하고, 씻고, 동장님/복지사님 만나고, 돌아와서.. 각 집의 가구(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젼 등등)를 배치하고 나니.. 벌써.. 저녁 8시가 넘어 버렸습니다.

아아… 힘든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이만…

허 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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