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12-10   1519

2001년도 복지계 주요 뉴스

복지동향 편집위원회에서는 올 한 해 복지계를 돌아보기로 했다. 올 한해는 "각계의 권리주장이 분출된 해"가 아닐까?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이례적인 집단행동과 장애인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권리찾기운동 등 시민사회를 향한 복지계와 복지 수급자들의 외침이 바야흐로 시작되는 것이라 평가한다. 편집위원회가 선정한 2001년 복지계의 주요 뉴스를 싣는다. 뉴스의 순서가 우선순위를 의미함은 아니다.

오랜 동안 숨죽여 왔던 이들이 전하는 목소리가 내년 한해를 보다 훈훈하게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①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아름다운 투쟁

장애인의 외롭지만 아름다운 투쟁이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궜다.

중증장애인들의 70%가 한 달에 다섯 번도 외출하기 힘들고, 이들 중 대부분이 20년, 30년 넘게 집안이나 시설에 갇혀 살아가며 외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장애인에게 이동의 자유를 달라며 지난 7월 중순부터 시청 앞 1인 시위, 서울역 광장 천막농성, 버스타기운동 등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정부나 서울시는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지난 9월 20일 오후 4시 박경석 공동대표를 불심검문으로 체포하기까지 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이런 투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는 변한 것이 없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싶다' `장애인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싶다'는 중증장애인들의 절박한 외침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총 50여명의 장애인과 200여명의 청년학생들이 경찰서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이동권 쟁취투쟁은 지난 1월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리프트 추락에 의한 장애인 사망사고 이후 장애인이동권 연대가 결속됨으로써 본격화되었고, 전체 장애인운동의 핵심적인 투쟁으로 일어섰다.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정부는 이 정당한 외침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② "출산과 육아는 사회가 책임져야한다"

모성보호비용 사회적 인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 모성보호 관련 3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11월 시행에 이르렀다. 산전후 휴가가 90일로 확대되고, 유급 육아휴직이 신설되어 얼마 전 법 시행 후 첫 육아휴직자가 탄생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남녀고용평등법 적용대상 확대, 간접차별 개념의 구체화, 성희롱에 대한 처벌강화 등의 묵은 과제가 한 모금 숨통을 트게 되었다.

모성보호 비용의 사회적 인정은 그 동안 여성단체와 노동단체들의 오랜 운동의 성과이고, 또 한편으로는 첫 걸음이다. 아직도 소요재원을 어디에서 충당할 것이고 얼마나 확보될 수 있는가, 근로여성이 아닌 농어민과 비정규직,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출산은 언제 보장될 것인가, 육아휴직 급여의 현실화가 가능할 것인가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모성보호법 개정 말미에 근로기준법 개악을 둘러싸고 그간 함께 싸워 온 여성단체와 노동계의 갈등이 드러났고, 이것이 쉽게 해소되지 않아 사회복지운동을 함께 해 나갈 두 축이 멀어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성과는 곧바로 한계를 낳기 마련. 올해 얻어낸 모성보호의 사회적 인정은 복지계의 최대의 수확이 아닐 수 없다.

③ 건강보험 재정 파탄

"원인 따로 대책 따로, 국민부담만 가중"

말 많고 탈 많던 ‘의약분업 사태’에 김대중 대통령까지 두 손을 들었다. 김 대통령은 3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의보재정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 작금의 의약정책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황급히 대책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몇 차례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대책을 내놓았고, 결국 올해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1조8천6백2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5월말 건강보험 재정안정 대책 발표시 세웠던 당초 목표치(1조1천2백52억원)보다 7천3백75억원(65.5%) 늘어난 액수다.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이처럼 불어난 것은 지난 5월정부가 마련했던 재정안정 대책이 곳곳에서 삐걱거린 때문이나,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수가와 약가를 재조정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수입을 늘이고 본인부담금을 늘이는 방식의 재정대책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할 수 없었다는 것.

당초 정부는 8월부터 담배 한갑당 2원으로 돼 있는 건강증진부담금을 1백50원으로 올려 하반기에만 3천3백여억원을 조달키로 했었다. 하지만 담배 부담금 인상안은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담배부담금을 끌어오지 못함으로 인해 정부의 재정안정화대책은 전면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시민사회단체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수가 재조정을 요구하고, 보험료 인상 불가방침을 고수할 경우 정부는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④ "종사자 처우와 서비스 질 개선"

생활시설 2교대 근무제 도입

작년 말 시작된 장애인생활시설의 재활교사 2배수 증원운동이 결실을 맺어 2001년도 중반부터 장애인 생활시설 생활재활교사들의 2교대 근무가 가능해졌다. 이 또한 작년 구성되었던 '전국장애인생활시설직원연합회' 활동의 결과물이다.

이 성과는 단순히 생활재활교사들의 근무여건 개선 뿐 아니라 장애인생활시설에 전문적인 인력이 확보되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의미를 갖는다. 물론 2교대 근무가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는 일. 시설생활인들의 유형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운영의 개선과 근무형태의다양화 등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보다 나은 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예산의 배정과 정책입안자의 사고전환 등을 위한 공동 노력이 여전히 절실하다.

⑤ "협의회는 개인소유가 아니다"

사회복지협의회 농성 사건

지난 6월 문태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이 협의회를 개인 소유물처럼 운영했다며 회장의 퇴진과 조직쇄신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농성 직원들은 '협의회는 회장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통해 보사부 장관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문 회장이 비상근 명예직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30명의 직원중 4명을 전담운전기사, 비서, 수행원 등으로 사용하면서 전체 운영비의 20% 이상을 쓰고 있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건축중인 30층짜리 사회복지회관에 대한 협의회 지분이 51%에서 지금은 20%, 3개층만으로 축소되고 시공사인 삼부토건이 80%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문 회장은 이에 대해 “절차에 따라 협의회를 운영해왔으며 `개인 소유물'이란 표현은 과장됐다”며 “농성직원들이 제기한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文회장은 이런 회원단체들의 반발로 지난 7월 현 회장은 10월에 새 회장을 선출하고 12월에 퇴임한다는 동의서까지 썼다.

그러나 文회장은 지난 10월 12일 있었던 임원회의에서 "동의서에는 재출마 금지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명예회복을 위해 재출마하겠다"며 새회장을 뽑는 선거에 자신도 입후보했우며, 결국 지난 23일 총회에서 文회장이 간발의 차이로 다시 당선되자 일부 소속단체들은 선거결과에 반발, 협의회 탈퇴 등의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보여 협의회의 내분이 본격화 되었다.

사상 초유의 지역 사회복지협의회 실무자들의 상경농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명을 다해야 할 사회복지협의회의 위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⑥ "서울시 복지관 평가, 바꿔라"

서울시 사회복지관 직원 총궐기대회

6월 23일 수백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중앙대로 모였다. 사회복지관 직원 총궐기대회.

복지관에 종사하는 복지사들이 서울시의 복지관 평가정책에 반대하며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물론 서울시 복지관 평가와 관련된 서울시와 복지관의 논박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들을 장외집회로 까지 밀어낸 데에는 서울시의 부적절한 대처방안이 주 원인인 셈이었다. 궐기대회의 주 이슈는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상위 20%에 대한 인센티브 거부, 복지관 예산의 100% 지원, 평가지표 개선과정에 실무자들의 참여보장 등이었다.

서울시가 대화를 통해 보다 바람직한 평가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모두의 희망이나 서울시는 여전히 “복지관 인증제는 사회복지위원회의 심의와 정책회의 등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대화의 의지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올해에는 평가의 주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에 있다.

⑦ "도대체 어떤 분들이?"

청소년보호위원회 성범죄자 신상공개

8월 30일. 청소년보호위원회 사이트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 의해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169명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이다. 성범죄자 개인의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으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성범죄 근절에 사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00년에 일어난 성폭력 범죄는 9,775거으로 예년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특히 강간피해자 중 20세 미만이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신상공개의 대상자는 신상공개심사위원회를 통해 선정되고, 당사자의 의견접수와 90일간의 구제절차 등의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위원회의 인터넷에 6개월 동안이나 게재된다.

이러한 신상공개 제도를 통해 모두가 바라는 것은 성범죄,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철저히 근절되는 것이다. 청소년 성범죄는 사후적으로 치유될 수 없는 것이다. 이의 예방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포개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⑧ "우리도 주소가 있어요"

비닐하우스촌 주소지찾기 소송 승소

5월 29일 개미마을 주민들은 들떠 있었다. 작년 1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전입신고를 받지 않은 동사무소가 잘못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후, 항소심 판결이 나기만을 노심초사 기다려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비닐하우스촌이라는 이유로 주소를 부여하지 않아 온 정부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작년 8월 참여연대와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 주거연합은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이 주소지가 없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있어, 수급권확보 차원에서 주민들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송파구청에서 개미마을 등 관내 비닐하우스촌에 일괄 번지를 부여하고, 집집마다 통반을 부여해 드디어 주민들은 각자의 주소를 갖게 되었다. 물론 소송 과정에서 수급신청 기회도 열려 비닐하우스촌 주민 중 일부가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송파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있는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여전히 주소를 갖지 못한 상황이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8월 비닐하우스촌과 노숙자 등 주소가 없더라도 기초보장번호를 이용해 수급권을 보장하겠다는 조치를 내려 주소 없는 설움에 수급신청마저 못하던 사람들이 일부 구제되었다.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주소를 갖게 되었지만,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는 빈곤층의 주거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 인간답게 살고 있냐는 질문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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