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4-10   966

2000년 장애인 실태조사의 결과에 대한 소고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는 장애인복지법에서 매 5년마다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에 따라 시행되었다. 이번의 장애인실태조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2000년 1월부터 시행된 장애범주의 확대에 따라 발달장애(자폐), 정신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등 새로이 추가된 장애범주에 속하는 장애인도 조사대상이 되어서 장애인구가 증가하였으며, 장애출현율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2000년 장애인 실태조사의 특징

2000년 현재 전국의 장애인구는 144만9천5백여명으로 추정되어서, 1995년의 105만3천5백명에 비해 39만6천여명이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장애인 출현율도 100명당 2.35명에서 3.09명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증가는 장애범주의 확대로 새로이 포함된 장애인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유형별 장애출현율을 보면, 지체장애가 가장 높은 장애출현율(100명당 1.35명)을 보이고 있고, 지체장애에서 분리된 뇌병변장애가 다음으로 높은 장애출현율(0.52명)을 보였다. 가장 출현율이 낮은 장애유형은 발달장애(자폐)로 0.05였다.

장애인의 경우 보호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상당히 많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거의 모든 일에 남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10.1%, '대부분 남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10.3%로 20% 이상의 장애인이 상당 부분의 일상생활에서 남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도움을 주는 사람은 배우자, 자녀, 부모 등으로 90% 이상의 대부분이 가족 구성원이었다. 이는 장애인가구가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비장애인가구에 비해 높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보호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있는 가구에서는 이미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해야할 인력이 장애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또 다른 가족구성원도 장애인가구원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장애인가구 중에서도 남의 도움을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하는 20%의 장애인가구에는 장애인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전체 가구가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결국에는 정부의 공공부조지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부족

또한,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장애인이 외출할 때 불편한 정도를 조사하였으며, 그 결과 64.5%의 장애인이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그 원인을 보면, 장애 자체로 인한 것이 가장 많았지만(76.1%), 계단 및 승강기의 편의시설 부족(59.0%), 버스·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의 편의시설 부족(52.5%)을 이유로 제시한 경우가 50%를 넘고 있어서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물리적 환경이 장애인들에게 심각한 장벽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에 전철의 장애인용 승강기 추락으로 장애인이 사망한 사건과 연결시켜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나마 설치되어 있는 편의시설조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장애인을 죽음으로 이끄는 상황에서는 장애인이 안심하고 외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버스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지하철이나 전철의 경우에도 그나마 있는 편의시설조차 연계역에서의 편의시설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사회'라고 밖에 할 수 없으며, 이는 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차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가구의 경제적 곤란

장애인의 경제상태를 살펴보면, 장애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8만2천원으로 같은 시기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인 233만1천원의 46.4%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장애인가구 중 생활보호대상자의 비율은 13.7%로 비장애인가구의 생활보호대상자 비율 2.6%에 비해 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장애인가구는 의료비, 교통비 등에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으로 월 평균 157만9천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가구는 경제적으로 심각한 곤란을 겪고 있는 가구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장애인가구의 경제상태가 나쁜 것은 가장 근본적으로는 경제활동으로 인한 소득이 적다는 것이다. 우선, 15세 이상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7.8%로, 1995년의 43.9%에 비해 3.9%가 증가하였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장벽의 완화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장애인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든 것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실업률은 28.4%로 오히려 1995년의 27.4%에 비해 1% 상승하였다. 물론, 이는 그동안 IMF 경제위기로 인한 우리 나라 경제의 상태를 반영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실업률과 비교해 보면, 2000년 6월의 실업률은 4.2%였으며, 따라서 장애인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에 비해 6.8배나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장애인에 비해 경제활동에서 상당히 위축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중에서도 특히 많은 어려움을 겪는 집단이다. 여성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9.3%에 불과하고, 실업률은 33.6%로 전체 장애인 중에서도 대단히 열악한 상태에 있다. 이렇게 볼 때, 장애인의 취업을 돕기 위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며, 특히 여성장애인의 취업을 돕기 위한 여러 대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장애인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서 빈곤에 빠지게 되면 생계를 지원정책을 실행하거나 또는 장애인들이 취업을 하도록 지원함으로써 빈곤에 빠지지 않게 하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두 가지 정책 모두 예산을 필요로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생계를 지원 받기보다는 취업을 함으로써 스스로 생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방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높이고, 스스로를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더 나은 접근이 될 것이다. 이는 '국민의 정부'가 통치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생산적 복지'와도 일치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장애인 취업정책이 요구된다.

심각한 소득의 역진적 재분배

마지막으로, 장애인 복지서비스와 관련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사업 중에서 가장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복지서비스는 통신관련 요금 감면 및 할인으로 35.7%가 혜택을 받은 적이 있고, 교통관련 요금 감면 및 할인 혜택은 25.1%가 받았으며, 장애인자동차에 대한 표지발급과 LPG 연료 사용 허용에 대한 혜택은 20.7%가 받았다. 또한, 승용차 관련 세금 면제도 장애인의 15.0%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복지사업을 보면, 해당 장애인의 소득과는 관계가 없는 사업들이다. 오히려 소득이 높은 장애인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 통신관련 요금 감면 및 할인을 보면, 일반전화와 이동전화의 기본료 및 통화료의 일정 비율 할인, PC 통신비 할인 등 소득이 높을수록 활용빈도가 높아서 혜택을 많이 받게 된다. 교통관련 요금 감면 및 할인도 지하철, 전철 무료 승차, 철도요금 50% 할인, 국내선 항공요금 50% 할인 등 지하철과 전철을 제외하고는 소득이 높을수록 이용빈도가 높아지고 따라서 혜택이 커지는 복지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자동차 표지발급, LPG 연료 사용 허용과 승용차관련 세금 면제는 소득이 높은 계층일수록 혜택이 가장 많아지는 복지사업이다. 우선, 승용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득이 높은 계층이며, 또 승용차 중에서도 배기량이 많은 승용차(2,000cc 미만의 승용차만 해당)가 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또 승용차관련 세금이 많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득이 높은 장애인가구일수록 혜택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장애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취하기보다는 간접적인 혜택을 주는 방법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이 장애인들에게 심각한 소득의 역진적 재분배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생활시설에 대한 이용희망율

장애인에게 장애인복지를 제공하는 기관에 대한 이용희망율을 살펴보면 장애인의 복지에 대한 욕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가장 이용희망율이 높은 기관은 재활병·의원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장애인복지관도 28.2%로, 이제 점차 장애인복지관이 장애인에게 주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기관은 장애인생활시설로 15.5%가 이용을 희망하여 세 번째로 높았다. 이는 현재 우리 나라의 장애인복지의 방향이 시설보호에서 재가보호로 가면서 점차로 시설의 상대적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장기적으로 장애인복지가 시설보호에서 재가보호로 바뀌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이끌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상태는 장애인생활시설이 장애인의 욕구에 비하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기초생활보장대상자가 아니면 장애인생활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중산층 이상의 장애인들 중에서 자부담을 해서라도 생활시설에 입소하고 싶어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입소할 수 있는 생활시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당분간 재가복지체계가 잘 갖추어져 생활시설 입소가 불필요할 때까지 장애인생활시설의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실태조사는 장애인의 의료상태 뿐 아니라 경제상태, 심리상태 및 경제활동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복지서비스에 대한 욕구와 관련된 정보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장애인복지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기초를 마련해주고 있다. 장애인실태조사 결과가 앞으로 다음 실태조사를 할 때까지 여러 장애인복지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자료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책담당자들이 이 자료를 통해서 진정으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선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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