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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연금정책
  • 2003.08.19
  • 533
  • 첨부 1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급여율, 보험료율 조정이 아니라 국민 불신을 해소키 위한 전면적 연금관련제도 개혁



1. 오늘 정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우리 노동, 농민, 여성, 시민단체들은 이 개정안을 접하면서 심각한 분노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지난 국민연금 개편 논의과정에서 우리가 지적해 왔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방안이며, 이후 가입자의 불신을 증폭시켜 공적 연금의 뿌리를 뒤흔드는 방안이다.

정부는 정말 재정추계에 의거하여 연금을 깎고 보험료를 올리겠다고 통보하면 가입자가 그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했는가? 우리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며, 이번 방안을 전면 폐기하고 가입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국민연금법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2. 개정안은 현행 연금의 소득대체율 60%를 내년에 55%, 2008년에 50%로 인하한다. 지난 1998년에 소득대체율이 70%에서 60%로 삭감된 지 5년만에 다시 낮아진다. 공적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는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노후생계 보장이다.

이 개정안에 따를 경우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보장 기능은 사실상 포기된다. 정부의 분석에 따르더라도, 2070년에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가입기간이 21.7년에 불과하여 실제 수령하는 연금액의 소득대체율은 30% 정도에 머물며, 금액으로는 약 40만원에 불과하다. 어찌 여기서 더 낮춘다 말인가? 노무현대통령은 대선 당시 '연금을 용돈으로 만들지 않겠다'던 공약을 폐기하는 것인가?

3. 보험료도 문제다. 개정법안에 의하면, 현행 9%의 보험료율은 2030년까지 15.9%까지 인상한다. 우리는 미래 연금수급자로서 국민연금 재정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이에 대하여 책임을 가지고 있다. 연금재정의 확보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보험료율 조정도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개정안은 비합리적인 재정추계에 의하여 보험료율을 도출하였고, 연금재정을 오로지 가입자의 보험료로만 메우려 한다. 게다가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2009년까지 보험료율 조정이 금지되어 있어 다음 재정추계년도인 2008년에 보험료율을 조정해도 늦지 않으나, 정부는 성급하게 보험료율 인상을 이번 개정법안에서 못박으려 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하게 보험료율 인상을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 국민연금 관련제도를 대폭 개혁하여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작업이다.

4. 현재 100조가 넘은 연금기금을 운용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편내용도 우리 가입자를 분노케 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분기별 회의체계로 운영되는 비상설위원회에 불과하였고, 위원회 구성에서 가입자의 실질적인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은 한계를 지녀 왔다.

그런데 개정법안은 위원회 상설화를 구실로 위원회 구성에서 가입자를 소수로 내모는 심각한 개악을 행하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총 21인의 위원중 가입자위원이 12인으로 형식적으로나마 가입자위원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개정법안은 총 9인 위원중 가입자위원은 4인에 불과하며 이들도 '금융전문가'로 한정하고 있다.

가입자의 노후예탁금인 연금기금의 운용주체는 당연히 가입자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구성에서 가입자가 실질적인 주체가 되도록 가입자의 대표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개정안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 공단 이사진 구성 등 곳곳에서 보건복지부가 부처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기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복지부의 부처 이기와 안일한 발상이 가입자의 이해와 상반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5. 개정법안은 여성의 연금수급권을 일부 강화하는 조항을 지니고 있으나, 아직도 아쉬운 면이 많다. 이번 개정법안이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를 인정하여 여성의 연금 분할수급권을 재혼 시에도 계속 인정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연금분할이 노령연금수급권이 발생한 이후, 즉 이혼배우자가 연금수급권을 취득한 이후에야 발생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혼인관계가 5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는 조항도 1년 이상으로 개정되어야 하고, 혼인관계 지속 시에도 부부 일방의 요구가 있을 시 연금분할이 허용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의 적정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유족연금과 노령연금의 병급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6. 농민, 어민을 비롯한 지역가입자들도 국민연금에 대하여 큰 불신을 가지고 있다. 심화되는 농어촌경제의 파탄에 따라 지역 노령인구들의 노후생계가 더욱 막막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합리적인 소득파악을 방기하여 국민연금 불신을 가중시켜 왔으며,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연금보험료 국고지원을 외면하여 국민연금이 필요한 지역 서민들이 오히려 국민연금을 원망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하였다.

정부는 언제까지 이러한 사태를 방치할 것인가? 조속히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을 위한 세제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농어촌에서 생활이 어려운 지역가입자들에게 대폭적인 보험료 지원이 행해져야 한다.

7. 조기노령연금 감액률 상향, 장애연금 지급시기 1년 6개월, 장애연금 및 유족연금 최소가입기간 1년 설정 등의 방안도 문제이다. 오로지 재정절감의 목표 아래 행해지는 이 조치들에 의해 노후생계를 보장하는 연금의 기본 취지가 훼손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되어선 안된다.

8. 이러한 이유로 우리 노동, 농민, 여성,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민연금의 개혁을 위한 올바른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향후 정기국회 상정 이전까지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진정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담겨야 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취약계층 가입자를 위하여 국고지원이 실시되어야 한다. 국고지원은 공적 국민연금제도에서 필수적인 항목이며,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강력한 세제개혁이 요구된다.

둘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과정에서 가입자의 대표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비합리적으로 배정되어 있는 가입자위원의 추천권도 실제 가입자단체에게 주어져야 한다.

셋째,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입자만 600만명에 이른다. 영세사업장, 비정규노동자, 농어촌 취약계층 등을 실질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연금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넷째, 출산·육아·가족간호 휴가, 군복무 등 사회적 역할 수행에 따른 연금가입 공백기간을 보전해주는 크레딧트제도 도입이 요청된다. 실업기간에도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

다섯째, 국민연금의 장기적 안정을 고려할 때 현재 지나치게 낮은 출산율도 심각한 문제이다. 출산이 사회적 불이익이 되는 우리 조건에서 많은 부부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출산장려제도, 보육의 사회화 등을 통항 출산율 상향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9.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국민연금의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연금 관련제도의 개혁에 온 힘을 쏟는 것이다. 정부 개정안처럼, 올해에 무리하게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연금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우리는 향후 5년 동안 국민연금 관련제도 개혁을 이룬 후에 차기 재정추계년도에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 노동, 농민, 여성, 시민단체는 국민연금관련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국회가 우리의 진지한 의사를 무시하고 입법예고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강행한다면 가입자의 거대한 저항이 뒤따를 것이라는 사실도 알리고자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국민의 가슴에서 떠나버린 국민연금을 다시 국민에게 되돌리는 개혁이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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