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00-06-01   977

[성명] 국민연금기금 현대중공업 회사채 매입에 대한 논평 발표

국민연금기금 현대중공업 회사채 매입에 대한 논평

우리는 최근 재경부장관의 발언, 보육시설 융자금 대책, 그리고 현대중공업 회사채 인수 등 국민연금기금운용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접하면서 연금기금운용에 대한 김대중정부의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정부 움직임은 마치 정부의 쌈짓돈처럼 연금기금을 운용하던 과거정권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켜 국민연금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더 나아가 김대중정부의 금융부문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 재경부장관은 얼마 전 주식시장이 계속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경우 연기금을 동원하겠다 발언을 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투자되는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국민연금법에 의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이미 그 규모가 정해져 있으며 동위원회가 인정한 ‘규모 내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주식, 채권 등 금융부분 투자를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재경부장관의 발언은 월권에 해당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국민적 불신을 말끔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이러한 발언을 통해 더욱 악화된다는 점에 있다.

둘째 : 지난 29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현대중공업이 신규 발행한 회사채 2000억원을 연 10.57%의 금리로 매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특정 채권 상품의 구입 여부와 그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고유한 권한이며 현대중공업 회사채 매입도 금융전문가의 전문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믿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현대그룹의 자금난으로 인하여 회사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에 안정적 기금운용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아야 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굳이 위험부담도 크고 손실 가능성도 높은 현대중공업이라는 특정 회사의 회사채를 구입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는 현대중공업 회사채의 매입이 특정 경제부처의 압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회사채 매입과정에서 경제부처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면 이는 자율적, 전문적 기금운용이라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출범 명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관리공단과 보건복지부는 현대중공업 회사채 매입 과정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셋째 : 국민연금기금에서 약 5천억원 규모의 융자를 받아 운영되던 보육시설이 최근에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하면서 이자율 인하, 원금 상환기관 연기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보육시설 융자금의 이자율 인하 등으로 예상되는 손실액은 당연히 정부가 일반회계를 통해 책임져야 할 사항이나 정부는 이자율 인하 등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무리하게 국민연금기금에 떠맡기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은 가입자의 복지증진을 위해 복지부문에 기금을 투자할 수 있으나 그것은 기금운용의 안정을 저해하지 않아야 하며, 특히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납득할만한 논리와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융자보육시설의 예상되는 손실액을 국민연금기금이 전액 부담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을 가중시킬 따름이다.

98년 국민연금법 개정 이후 국민연금기금운용은 투명성과 민주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으며 이제 막 제대로 된 기금운용의 틀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 국민연금기금운용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은 지난 1-2년의 성과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아직도 국민연금기금을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끌어다 쓸 수 있는 쌈지돈 정도로 생각하는 정부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금은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적 운용과 국민적 신뢰 회복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이다.

정부가 연금운용의 불안정을 유발하는 결정을 유도하고 연금가입자들에게 손실을 전가시키려 한다면 지금까지 건전한 기금운용을 위해 노력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행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가입자의 이해와 기금운용의 안정을 저해하는 그 어떤 압력과 요구도 수용해서는 안될 것이며, 금번 현대중공업 회사채 매입 과정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관리공단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특정 부처의 압력에 의해 회사채 매입이 결정되었다면 그 결정의 책임소재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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