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07-05-01   739

없앨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영해야 할 국민연금

왜 정부는 국민연금에 모든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가?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의문이다. 국민연금을 원하는 사람만 드는 선택제로 바꾼다고 해보자. 생활에 쪼들리는 저소득층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연금 가입을 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를 불신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연금 가입을 거부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노후에 자식들로부터 생활비를 보조받고, 자신이 저축해놓은 돈도 있다면 노후빈곤으로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빈곤으로 빠질 것이다. 많은 노인들이 빈곤하게 살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이 노인들의 생계를 위해 국민들은 세금을 내야 한다. 국민연금 강제 가입은 이처럼 개인의 선택이 가져올지도 모를 개인적, 사회적 불행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금 운용 감독체계 허술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정부가 마구 사용하여 큰 손실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약 200조 원이 적립되어 있는 연금기금은 채권, 주식 등에 투자되어 있고 수익률도 민간투자회사와 비교하여 나쁘지 않다. 문제는 국민연금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대한 감시 감독 체계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국민연금기금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되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감시활동을 벌여왔다. 또한 지금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 요구해왔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이 정부로부터 독립되고, 목적에 맞게 운용될 수 있도록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 독립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노인에게 기초 생활비 주는 ‘기초연금’ 시급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목적은 노후의 빈곤을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국민연금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문제점을 갖고 있다. 연금 가입자의 1/3인 약 500만 명 이상이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흔히 국민연금 사각지대로 불리는 이 집단은 나중에 노후빈곤에 빠질 확률이 크다. 문제는 현재처럼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만이 연금을 타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연금 보험료 납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노인에게 기초적인 생활비를 보장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자는 것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모든 국민이 그야말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받기 때문에 노후빈곤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안은 전체 6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월 8만 7천원 수준)를 준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시민사회단체들은 80%의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약 17만 원)를 주자고 주장한다. 그러면 부부가 같이 기초연금을 받게 되므로 월 34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의 생활비는 되고 여기에 국민연금을 추가로 받게 되면 노후생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물론 당장 내년부터 10%를 주자는 것은 아니며 점진적으로 금액을 인상해서 2018년 정도에 10%의 기초연금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최근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40%로 합의했다. 40%라 함은 국민연금에 40년 가입했을 때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받는 연금액수이다. 가령 전체 국민연금가입자의 평균 소득이 100만 원이고 본인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 동안 평균소득이 100만 원인 사람이 40년을 가입하면 월 4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만이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40년 가입은 매우 드물고 평균 21년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연금수준을 40%로 낮추면 국민연금은 생활비가 아니라 용돈 수준으로 떨어진다. 국민연금을 40% 수준으로 낮춘다고 할 때는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20년만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연금 수준이 매우 낮을 것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이 이를 보충해주어야 최소한의 노후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참여연대는 기초연금을 10%로 한다는 전제 하에 국민연금 수준을 40%로 낮추는 안에 동의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한 것처럼 국면연금이 40%로 낮춰지고, 기초연금이 5% 수준에 머물면 노후빈곤의 예방이라는 국민연금의 근본 목적이 위협받게 된다.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노후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큰 재앙을 겪게 된다. 따라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해주는 연금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

▲ 2006년 6월 19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근본적 연금개혁을 촉구하는 노동시민 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

기금 고갈 걱정 없어, 과다적립이 외려 문제

일부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연금은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기 때문에 연금기금이 고갈되어도 후세대들이 보험료와 세금을 합쳐 노인들의 연금을 주게 된다. 기금 고갈 자체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연금기금이 고갈되었지만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금 고갈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연금기금이 너무 많이 쌓이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이미 국내총생산의 20%를 넘어선 기금이 적립되어 있는데 정부안대로 연금이 개혁되면 국내총생산의 80% 가까운 기금이 적립된다. 연금기금으로 우리나라 주식을 전부 사들여도 돈이 남고, 채권을 다 사도 돈이 남는다.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없다. 정부가 너무 많은 연금적립금을 갖고 있으면 금융시장의 왜곡 등 경제 전반에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나중에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으로 투자되어 있는 기금을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너무 많은 돈을 쌓아두면 큰 후유증이 나타난다.

때문에 적립금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적립금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면 된다. 앞에서 말한 기초연금 10%를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기 위해서는 수조 원의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이 돈을 일반세금으로 충당하기가 어렵다.

국민연금은 없어져야 할 제도가 아니라 국민들의 감시를 통해 올바르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각자가 연금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김연명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중앙대 사회복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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