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04-12-29   854

국민연금법 수정대안은 직권상정이 아니라 폐기되어야 할 개악안

기금운용위원회 의결권한 삭제, 대책 없는 소득대체율 인하 안될 말

1. 열린우리당이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국민연금법개악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법 개악안은 직권상정이 아니라 폐기되어야 할 법안이다. 개혁법안도 아닌 개악안을 상임위에 내놓고 여기에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비롯하여 산적한 국민연금제도개혁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안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보건복지위원회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보건복지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2. 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은 노후연금액 인하(소득대체율 60->50% 인하)와 관련한 내용은 분리처리하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 확보와 관련한 법률개정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고, 김근태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12월 2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만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국민연금법개정안(수정대안)은 소득대체율 인하가 분리되지 않았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 독립화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권한을 빼앗고 복지부 장관의 자문 및 집행기구로 전락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열린우리당과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3.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 수정대안에 의하면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문 및 집행기구로 전락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에 대한 전권을 갖고, 정부 부처의 입김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한 사회적 요구였다. 그러나 수정대안에는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의 전권을 가지며, 위원회의 기금운용에 관한 현행 의결권한이 오히려 삭제되었으며(법안 제83조), 복지부 장관에게 기금운용계획을 ‘제출’하거나 기금운용 관련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법안제84조, 제85조 및 제85의2조). 또한 기금운용계획 수립 과정에서 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현행 87조를 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으로 되어 있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개정하고,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는 정부 부처 위원들의 수를 늘이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보건복지부는 위원회의 의결조항이 삭제된 것에 대해 독립적 위원회는 업무수행 자체가 독자적이므로 ‘의결’ 권한을 명시할 필요가 없으며,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규정한 조항(제84조의2)을 들어 의결권한이 사실상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의결 범위를 규정하지 않은 채 의결권한이 사실상 있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으며,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을 문제의식 없이 수용한 열린우리당 보건복지위원회의 판단 역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수정대안은 공무원 파견을 통해 구성되는 단일 사무국을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성과분석, 준법감시, 기금투자정책국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를 관료들이 장악하겠다는 의도임에 틀림없다.

4. 한편,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연금기금이 고갈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소득대체율을 인하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용돈 수준 이하로 전락하게 될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소득대체율을 인하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인가? 국민연금제도를 재정안정화라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하여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보자는 발상이 가져올 후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가? 수십년 후의 기금고갈에 대해 차근히 논의하고 대처하지 못하고 직권상정까지 하면서 연내처리를 강행해야할 필요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연금제도를 포함한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한 특위구성을 제안하여 왔고,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신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5. 김근태 장관은 지금까지 기금운용위 독립화와 관련하여 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복지부 부처 이기주의에 근거한 권한확대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복지부 관료들이 주도하여 만든 수정대안은 사실상 기금운용위의 의결권을 복지부 장관이 빼앗고, 위원회의 사무국을 공무원으로 구성하고 기금운용위의 심의 권한마저도 박탈하여 기금운용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복지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독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부처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근태 장관은 명백히 이중플레이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김 장관은 기초연금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초연금 도입여부는 연금수급이 본격화되는 2008년 이전에 확정되어야 하고, 기초연금제도 도입시 소득비례 연금체계의 소득대체율은 50%가 아니라 20~30% 수준으로 인하해야할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2008년 이후 소득대체율 50% 인하를 위한 현재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김 장관의 발언과도 명백히 상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장관은 기초연금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진의가 과연 무엇인지 해명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 확보 및 소득대체율과 관련한 김근태 복지부 장관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에 대해 우리는 강력히 비판한다. 국민의 노후소득과 직결되는 국민연금제도를 이미지 정치에 활용해서는 안된다.

6. 열린우리당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소위 ‘뉴딜 3법’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직권상정을 통해 연내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대체 국민의 노후 연금수급액을 깎고, 기금운용위원회의 권한을 오히려 축소시키는 개악안이 민생이나 경제활성화와 무슨 관련성이 있다는 것인가? 국민연금 기금을 정부 재정의 대체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며, 서민층을 위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하는 마당에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개악안은 연금액을 인하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복지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만들어 연금기금을 재정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것이 과연 개혁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투자나 경제활성화라는 선전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면서 개악안을 강행처리하려는 열린우리당을 강력히 비판한다.

7. 우리는 열린우리당 보건복지위 의원들과 정부의 법안 논의 과정에 대해서도 심각히 문제를 제기하는 바이다. 한나라당의 오랜 상임위 불참으로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법안심사소위의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 판단보다는 복지부와 재경부 등 정부 부처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부처간 이해를 나눠 갖고 이를 적극 반영하는 작태를 보인 것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심각히 반성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법안을 직권상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8. 이미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의 정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 부처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개입권한을 포기하지 않고, 부처이기주의적 발상과 과욕을 버리지 않는다면 제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법안에 대한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비정상적인 법안 논의 과정을 돌아보라. 부끄럽더라도 국민연금법 수정대안을 즉각 폐기하고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요구에 충실한 국민연금제도개혁에 나서야만 한다. 만일 이번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나갈 것이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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