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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연금정책
  • 2003.08.11
  • 537
  • 첨부 1

전국민 노후생활 걸린 연금제도, 무모한 급여수준 인하 재고되어야



1. 지난 7월 31일 정부는 드디어 우려했던 대로 국민연금 급여액을 2004년부터 55%, 2008년부터는 5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반면, 보험료는 매 5년마다 1.38%씩 높여 2030년에는 15.9%에 도달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확정·발표하였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1998년에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70%에서 60%로 인하한지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한층 더 증폭시킬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전 국민의 노후생활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본래적 기능을 도외시한 채 불확실하고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초한 재정추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7월 말에 두 차례에 걸쳐 정부의 무모한 국민연금법 개정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우리는 급여율 대폭 축소를 확정한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재천명한다.

2. 먼저, 정부는 국민연금의 본래적 목적인 전국민의 노후생활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비록 연금의 재정안정화가 제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 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국민의 적절한 노후보장이다.

이처럼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보장이 국민연금의 궁극적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제도의 궁극적 목적을 망각한 채 재정안정화 논리만을 앞세워 무책임하게 급여액을 삭감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보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도외시한 채 재정안정화만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공적연금이 존립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3. 둘째, 우리는 이번 개편의 근거로 삼은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가정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비록 현실적으로 주어진 통계에 기초하여 장기추계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통계치를 그대로 이용하여 70년이나 되는 먼 미래를 예측한 추계결과에 기초하여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연금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인 출산율의 경우, 정부의 재정추계대로라면 2150년경에 우리 나라의 인구는 0명이 된다. 전국민의 노후보장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국민연금 제도를 개정하는데 이러한 상식 이하의 가정치를 근거로 추계 된 결과만을 갖고 급여액을 삭감하는 것을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인구출산율이나 노인부양비 등에 대해 보다 과학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가정을 전제로 하여 다양한 재정추계 결과를 검토한 후에 가입자와 사용자 모두로부터 납득할 만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후에 제도개편을 할 것을 요구한다.

3. 셋째,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인해 미래에 예견되는 기금고갈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민간보험적인 논리만을 강조하지 말고 저소득계층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에 대해 정부의 책임성 있는 재정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현행의 보험료 수준으로는 60%의 급여수준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60%의 소득대체율은 실제로 4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급여이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실제로 정부 자료에 의하면 국민연금의 평균가입기간은 21.7년 정도이며, 이럴 경우 실제로 국민연금의 급여는 평균적으로 약 3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의 급여수준을 낮춘다는 것은 국민연금이 가지는 공적연금으로서의 기능을 포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행 보험료 9%를 고집한 채 60%의 급여수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적정한 수준의 급여가 보장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저소득계층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보장되는 급여수준에 걸맞는 적절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감당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한다.

4. 넷째, 국민연금기금이 올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는 그 동안 막대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적 신뢰 확보를 위해 비상설기구로 되어 있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와 사무국 설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최근 복지부와 재경부, 기획예산처 등 정부 부처 내에서도 그 필요성에 공감하여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와 관련된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부처와 독립된 국가행정기구로 설치되어야 함을 누차 강조해왔다.

기금운용이 증시부양 내지 경기부양이라는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전락하여서도 안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기금 규모를 고려할 때 복지부만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단, 연금제도 운영과 관련된 책임성을 고려하여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에 대한 추천권을 보건복지부장관이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는 1998년 법개정 당시 존중되었던 가입자의 민주적 참여원칙을 계승하여, 가입자의 기금운용 관리감독 과정에 대한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5. 마지막으로, 정부는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에만 치우치지 말고 제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제도의 내실화를 기하여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약 6백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 미가입자가 있으며, 실제로 이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가장 시급하게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들이다.

정부는 연금액 조정에 앞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의 노후생활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를 직장가입자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과 같은 특수직역연금의 연금액은 인상하면서 국민연금의 급여는 인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많은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를 촉구한다.

6. 국민연금의 개정은 전국민의 노후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못하는 재정추계를 근거로 법을 개정하기보다는 제2차 재정계산이 시행되는 2008년까지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후에 개정하여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보험료율 조정은 이미 2010년부터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2008년에 연금법을 개정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설익은 재정추계를 근거로 전국민의 노후생활이 걸린 국민연금제도를 졸속으로 처리한다면, 이는 전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제도발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끝.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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