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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연금정책
  • 2007.09.11
  • 620
  • 첨부 1

부처의 권한 나눠먹기에 의한 기형적 개편안

기금운용공사의 이사회에 불과한 기금운용위

연금가입자의 참여 기회는 줄이고, 정부 권한 확대해

200조 국민연금기금, 관치기금 될 우려



200조원을 관장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운용위)의 독립화와 상설화가 부처의 권한 나눠먹기로 무늬만 독립한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오늘(9/11, 화) 자산운용기능을 전담할 민간위원회를 독립ㆍ상설화하고, 기금운용계획의 심의 의결권은 복지부 산하의 연금심의위원회가 갖도록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은 부처로부터의 독립성과 가입자의 대표성 모두를 담보하지 못한 후퇴한 안에 불과하다. 경제부처는 민간 기금운용위와 기금공사를 통해 자산운용 권한을 쥐게 되었으며, 복지부는 기금운용계획에 대한 권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금운용위 추천위원회 구성과 연금심의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가입자 대표의 몫을 대폭 줄였다. 연금기금 운용체계의 개편은 전문성 확보와 더불어 기금에 대한 정치적 위험을 줄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는 기금운용 권한에 눈이 먼 부처의 이기주의로 인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의 목적이 상실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정부안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반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정부안은 기금운용위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금운용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확고히 하는 안에 불과하다. 위원회의 독립성은 경제부처만이 아니라 복지부를 포함한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며, 이는 그 구성에 있어서 가입자 단체를 비롯한 민간위원이 과반 수 대표성을 보장해야 함과 동시에 위원 추천에 있어서 정부의 일방적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안은 민간기금운용위원회 위원 7인을 추천하는 권한을 가진 추천위원회를 정부 5인, 가입자 대표 3인, 공익대표 3인 등 11인으로 구성하겠는 방안을 제시했다. 형식적으로 이는 민간에 과반수의 추천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공익대표가 사실상 정부의 들러리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위원추천에서 일방적으로 정부의 의사가 관철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더해 총리의 제청권한까지 포함시킨 것은 기금운용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며, 기금운용의 독립화라는 원칙에 반하는 개편 안이다.

우리는 가입자 대표성을 축소하고 정부의 영향력을 관철하려는 추천위원회 구성 안과 기금운용위원과 공사사장의 임면권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정부개입에도 분명한 반대의 의견을 표명한다. 정부는 또한 기금운용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위원장이 포함된 관계부처협의체를 꾸려서 기금운용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연금정책협의회를 연상시키는 이 같은 구조는 불필요한 장외 장치를 두어 장내의 논의와 결정에 혼선과 압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같은 구조를 만들 바에는 차라리 기금운용위원회의 당연직으로 정부 몫을 정하고 정부 측 위원이 들어오겠다는 것이 보다 정직한 의도이며,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둘째, 새로 구성될 민간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 전반을 총괄하는 명실상부한 상설위원회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안은 민간전문위원회 7인 중 위원장을 포함해 2인을 상임위원으로 두고 있다. 자산운용에 대한 운용과 상시적 관리 감독을 두 명의 상근위원이 모두 감당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

정부안대로라면 연금기금운용이 기금운용위원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기금운용공사에 의해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높다.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기금공사를 실질적으로 관리ㆍ감독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별도의 국을 두고, 상임위원들이 상시적으로 총괄 운영토록 해야 한다.

위원회 산하에 투자정책, 리스크 관리 등을 담당하는 기능별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부연 설명이 제시되었지만, 상임이 아닌 비상임 위원들이 책임을 맡는 이 같은 소위원회가 기금운용공사를 관리, 감독하는 실질적 의미의 소위원회로 작동할 지는 의문이다.

셋째, 정부안은 자산운용을 전담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 신설하는 것으로 했지만, 기금운용계획 전반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연금심의위원회에 남겨두는 기형적 방안이다. 현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이 두 가지 모든 권한을 갖고 있지만, 복지부 산하 비상설위원회라는 위상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독립ㆍ상설화 하는 방안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간 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논의의 주된 문제의식이었다.

그러나 정부안은 자산배분과 운용은 형식적으로 독립성을 갖는 민간위원회가 권한을 행사하되, 연기금운용계획에 대한 심의, 의결은 복지부 산하 위원회로서 복지부에 그 권한이 귀속될 수밖에 없는 연금심의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기금운용구조 개편의 문제의식을 왜곡시켰다. 이 같은 개편안이 관철된다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연기금운용계획과 자산의 배분 및 운용 양 측면 모두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관철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방안은 포장만 달라졌을 뿐 본질적으로 과거와 다르지 않은 관치기금을 만들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안은 가입자의 기금운용 참여를 통한 민주적 통제와 감시의 중요성을 간과 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연금기금이 법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운용될 때 국민의 불신이 가중됨을 목격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수차례 각 부처의 연기금 활용 발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금이 정치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던 것은 기금운용위의 구성이 가입자 대표 과반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 어디에도 가입자들은 없다. 가입자의 목소리를 최소화하고, 정부의 권한은 최대화하는 안을 내놓고 국민을 위해 연금기금 운용체계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발표에서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번 안은 기금의 주인인 가입자의 대표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다. 투명성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기금운용 정책의 공공성을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참여와 감시 기능은 철저히 확보되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안은 연금기금에 대한 정치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와 독립화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지부와 경제부처간의 권한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낳은 기형적 산물이다.

기금운용위의 상설화, 독립화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200조를 넘어선 국민연금기금이 가입자들을 위해 운용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늦어져선 안 된다.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와 국민연금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 각각의 이해에서 벗어나 기금운용위가 전 부처로 독립해 연기금의 수익성과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번 개편안을 대폭 수정ㆍ보완해야 할 것이다.

가입자단체들 대부분이 참여하여 만든 ‘연금제도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는 진정 바람직한 연금기금 상설화 및 독립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곧 제시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정부 및 정치권과 진지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정부 역시 현재의 기형적인 안을 버리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길 강력히 권고하는 바이다. 만일 참여정부가 임기 말에 와서 이를 밀어붙인다면 참여정부 최후의 그리고 최대의 불행을 자초하는 결과만이 빚어질 것이다.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다함께,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참여연대, 참여자치21,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YMCA전국연맹, KYC(한국청년연합회)


연금제도정상화를위한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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