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01-11-28   520

[시론] 사회보장의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려스러운 정치권의 반(反) 민생적 폭거

1997년 IMF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된 우리나라 민초들의 불안정한 삶은 그간 여야의 초당적인 협조와 관심으로 인하여 전개된 사회보장 정책의 확대와 함께 일정한 안전망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런 증거로 우린 야당의 발의로 이루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들 수 있고 또한 여야합의로 이룩된 의료보험 통합을 완성짓는 목적의 「국민건강보험법」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확대 적용한 「국민연금제도」도 핵심적인 안전망의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IMF 경제위기 전에는 2조8천억원에 이르던 보건복지부 예산이 2002년 예산안에는 7조 7천억원이 되는 것에서 보듯이 사회보장예산의 불가피한 확대를 현 정부와 국회가 인정한 것도 역시 현 정치권이 나름대로 평가받을 사항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그렇다고 후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최근의 개탄스런 현실을 놓고 볼 때는 심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그간행한 일련의 사회보장의 확대와 제도적 개혁이란 것이 결코 객관적으로 보아 우리 민초들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충분한 것이 아니다.

예산만해도 증가폭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우리나라 GNP의 10%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이미 OECD의 선진제국들이 20%를 넘어서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빈민들의 생활 역시 과거의 생활보호제도에 비하여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 기초생활보장제도하에서도 수급자의 선정이 까다로운 것은 마찬가지이며 급여 수준도 결코 적절한 수준이 될 수 없음은 또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한 바 있다.

더군다는 생산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일시키는 복지’로 인식되는 자활사업은 강제노동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우리사회에는 구조조정의 칼날마져 서슬퍼렇게 횡행하여 실제로는 100만명이 넘는 실직자가 잔존하며 전체노동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군의 확대 추세속에서 GNP의 1%도 안쓰는 공공부조제도가 무슨 큰 기능을 하겠는가? 특히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금제도와 의료보험제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대상자중 30%내외만이 이들 제도에 포섭되어있다는 사실은 실제 각 제도가 민초들의 차디찬 현실을 보둠어 주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먼 상태에 있음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따라서 사회보장부문에 있어서는 최근에 벌여 놓은 각종 제도적 변화 추이를 더욱 견실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동시에 빠른 시간내에 적정한 수준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최대의 명제라고 생각하는 이때, 정치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 부문에서의 반(反) 민생적 조짐들은 우리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고 있으며 과연 정치권의 이런 폭거가 국민에 의해 수용될 수 있을 것인지 심각히 되묻지 않을 수없다.

그 첫 번째 증거가 건강보험재정의 분리 시도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가 그간 저급여-저부담체제로 설계되어 실제적인 민초들의 의료보장 역할을 수행할 수 없어 치명적인 질병이나 희귀질환의 치료에 가산을 탕진하는 사례가 빈발하였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통합적 운영을 통해 부적절한 지출을 억제하고 국민의 합의속에 급여확대와 보험료 적절인상이 이루어지도록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건강보험제도에 있어 재정분리를 주장함으로써 과거의 조합주의로 회귀하는 초석을 놓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증거는 여전히 예산의 책정에서 기존의 틀을 깨지 못함은 물론 사회보장예산 과잉론을 펼치는 것이다. 지난 번 참여연대가 국회에 의견 청원한 것에 따르면 모두 34개 사업에 12조원이 넘어야 하건만 이러한 시민들의 진정은 뒤로하고 오직 전시적인 경제사업에 더 골몰하는 예산편성 기조는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느나라건 불황기에 확대하게 되는 사회보장지출을 우리나라에서만은 인정하지 않는 발상이 통용되는 것 자체도 우리를 당혹케 하는 것이다.

셋째 증거로 기초생활보장 급여비의 삭감 추이이다. 현재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한 경제팀 그리고 정치권의 경제주의자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마치 ‘복지병’의 근원지로 인식하는 듯 발언하고 있으며 특히 기획예산처는 내년 평균급여비의 삭감을 전제로 최저생계비 산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이러한 반 개혁적이고 반 민생적 조짐들은 시대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을 넘어 생계를 걱정하는 국민한사람 한사람에게 절망을 던져주는 것이라는 점을 각인하여 정치권은 현재의 사회보장 확대추세를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제도적인 내실화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이태수 |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현도대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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