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04-08-10   2686

[국민연금 특별기획-8] 수급권 제한, 과연 타당한가

둘중 하나의 연금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유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기획의도
1회. 국민연금,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는가
2회. 국민연금, 왜 강제가입인가
3회. 급여수준 과연 높은가 낮은가?
4회. 국민연금, 미래세대의 가혹한 부담인가
5회. 국민연금, 왜 미납자가 그렇게 많은가
6회.국민연금기금 제대로 관리되고 있나

7회. 국민연금기금, 과잉적립 아닌가

8회. 연금수급권 제한 조치, 과연 타당한가

국민연금법에는 둘 이상의 급여 수급권이 발생한 때에는 급여를 전부 지급하기보다는 그 중에서 하나의 급여만을 지급하고 다른 급여는 지급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수의 수급권이 발생했을 때 행하는 급여 조정을 병급 조정이라고 하는데, 이 조치는 본질적으로 개인의 수급권을 제한하는 효과를 갖고 있고 또한 민영연금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조치란 점에서 2000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정도로 상당수 수급권자들로부터 민원 내지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국민연금제도는 이러한 병급조정 장치를 두고 있는 것일까? 병급조정 장치를 둘만한 사회적 정당성이 있는 걸까? 국민연금의 병급 조정 방법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국민연금제도의 병급조정 실태

국민연금법에 규정된 병급 조정은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반환일시금 급여 중에서 둘 이상의 급여에 해당하는 수급권이 발생한 때에는 수급권자의 선택에 의해 그 중의 하나만이 지급되고 다른 급여의 지급은 정지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그 배우자의 사망으로 유족연금 수급권을 취득하였다면 그는 2개의 급여를 전부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의하여 하나의 급여만을 받을 수 있다.

2001년말 현재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반환일시금 급여 중 중복급여 발생으로 인해 병급 조정이 발생한 총누적건수는 7019건이며, 노령연금 급여 발생건수가 급증함에 따라 노령연금과의 병급조정건수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복급여 종류별 발생건수를 살펴보면 노령연금과 장애연금의 중복 발생건수가 가장 많고 다음이 유족연금과 노령연금 순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급조정 발생의 성별 특징을 보면 2000년 말 기준으로 전체 병급조정 대상자 중 남성이 70.4%, 여성은 29.6%이며, 여성은 주로 유족연금과 다른 급여간 병급조정건수가 많은 반면 남성은 노령과 장애연금 병급조정건수가 가장 많았다.

한편 병급조정자의 급여수준을 보면 2000년 말 유족연금 선택자의 평균급여액이 13만9천원, 노령연금 15만9천원, 장애연금 29만6천원으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병급조정의 사회적 근거Ⅰ: 과다급여 방지 및 연금재정 안정

공적연금의 목적은 노령, 사망, 장애 등의 사회적 위험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와 그 가족에게 연금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위험 발생에 따른 근로자와 그 가족의 경제적 생활불안정을 방지하는데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공적연금은 소득상실을 가져오는 위험 요인에 관계없이 위험 발생 이전의 생활수준을 유지시켜주거나 또는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복수의 위험이 발생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면 노령연금수급자가 배우자의 사망으로 유족연금 수급권을 획득하게 되었다면 그에게 노령연금 외에 유족연금을 고스란히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공적연금에서는 두 가지 급여를 아무런 조정 없이 그대로 지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첫째, 둘 이상의 위험이 하나의 위험 발생보다 생활비용 면에서 현저한 증가를 유발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어서 만일 위험별로 급여가 제각기 지급된다면 이는 과다급여 내지 중복급여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구고령화, 제도의 성숙화 등으로 연금재정지출은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근로자수 격감, 대량의 조기퇴직 현상 등으로 연금재정수입 기반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다급여의 발생은 연금재정의 불안정을 보다 가속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급조정의 사회적 근거Ⅱ: 법적 권리로서의 연금수급권

기여의 반대급부로서 연금수급권이 주어지는 사회보험방식의 공적연금에서 병급조정을 통해 연금수급권을 제한하는 것은 계약 위반 내지 약속 위반이라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공적연금에 대한 권리를 계약권 내지 획득권으로 보는 오류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민영연금과 달리 피보험자와 보험자인 정부간에 공식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적 권리로서 해석하기는 어렵다. 또한 공적연금에서 연금수급권은 급여를 지급받기 위해 오랜 기간 기여금을 지불하고 그 댓가로 급여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획득권으로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료 지불 자체가 명확한 권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고 다른 수급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며 저소득층에게는 사회적 적절성의 측면에서 실제 기여액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획득권리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공적연금에서 연금수급액은 기여기간과 기여액과 연계되기 때문에 획득권리적 요소가 일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저소득계층 또는 초기 가입세대에게는 일반적으로 기여액의 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급여를 보장해 주고 있고, 사회 전체적인 이익이란 차원에서 급여유형 및 급여수준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권리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법적 권리는 그것이 침해되었을 경우 재판을 통해 이행할 수 있고, 행정재량에 의해 감소되거나 철회되지 않는 대신, 사회 공익의 차원에서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급여수준이나 수급요건을 수정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연금수급권이 복수로 발생한 경우 병급을 과다급여 방지 내지 연금재정의 안정이란 공익적 차원에서 허용하지 않거나 제한했다면 그것은 약속위반이 아니라 법을 통해 사회전체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외국 공적연금의 병급조정 사례

국민연금에서는 둘이상의 연금수급권이 발생했을 때 수급권자의 선택에 의해 하나의 연금수급권만 지급되고 나머지 연금수급권은 지급 정지하도록 되어있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요약하면 병급조정의 형태에 있어서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병급조정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둘 이상의 연금수급권이 발생했을 경우 본인의 기여연금(예, 노령연금이나 장애연금)을 우선적으로 전액 지급하고 유족연금액이 본인 기여의 연금액보다 높은 경우 그 차액만을 유족연금급여로 지급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영국 또한 기본적으로 중복급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본인의 퇴직연금과 유족연금이 동시에 발생하면 더 높은 금액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두 가지의 연금수급권이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가장 높은 급여가 지급된다.

그렇지만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이 이중으로 발생한 경우에 한해서 노령연금은 전액 지급하되 유족연금을 일부 감액하여 병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제도 또한 기본적으로 중복급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소득비례연금인 유족후생연금에 한해서 일정액의 노령후생연금과 병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소득비례연금인 캐나다연금에서 일부 병급을 허용하고 있는데 두 개의 연금수급권이 발생했을 때 유리한 쪽을 하나 선택하고 나머지 급여의 60%를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병급조정의 문제점

앞서 공적연금에서 병급조정의 타당성 내지 정당성을 과다급여 방지와 관련지어 설명하였다. 국민연금 급여 중 국제노동기구가 설정한 최저급여기준 40%를 충족하고 있는 것은 노령연금뿐으로 40년 가입 평균소득자 기준 6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

하지만 이조차 어디까지나 40년 기여기간 충족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극히 일부 계층에게 적용될 뿐이며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받을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추정에 따르면 수십년 후 제도성숙기에 조차 평균가입기간이 약 20년 정도에 불과함으로써 노령연금의 실질대체율은 평균적으로 3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한편 유족연금과 장애연금의 급여수준은 국제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족연금은 12~18%, 장애연금은 18~3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

따라서 병급이 되더라도 급여수준이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이 최대 42-58%, 노령연금과 장애연금이 최대 48-60%로서 과다급여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그렇다면 현행 병급조정의 타당성을 연금재정 안정과는 관련성이 다소 있을지 모르지만 병급에 따른 과다급여의 방지에서 찾는 것은 다소 궁색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현행의 병급조정은 홑벌이 가구보다 맞벌이 가구에게 불리하게 작용함으로써 형평성의 문제를 초래한다. 예컨대 후자는 전자에 비해 부부가 공히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 중 어느 한쪽의 사망시 높은 쪽의 급여를 선택하도록 하는 병급조정 장치로 인해 급여 면에서는 홑벌이 부부와 거의 동일한 혜택을 받게 된다.

병급조정의 개선

현행 제도 하에서는 복수의 연금수급권 발생시 병급이 되더라도 과다급여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고 또한 가구형태별로 수급상 형평성 문제를 야기 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병급을 최대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여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과다급여를 야기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급여 병급을 허용하는 형태로의 수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현행 국민연금제도에서 병급이 되더라도 과다급여가 초래되지 않는 것은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이 생활불안정 방지라는 본질적 기능을 담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낮게 설계된 비정상적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을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급여수준을 노령연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높이는 작업이 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병급조정방식, 즉, 복수의 연금수급권 중 유리한 수급권을 하나 선택하는 형태의 현행 국민연금의 병급조정 방식이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사회적 타당성을 지니게 될 것이다.

한편 홑벌이가구와 맞벌이 가구간 병급조정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일률적으로 유리한 하나의 급여만을 선택하는 현행 방식을 다소 완화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앞서 외국의 연금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득재분배적 연금 내지 정액 급여의 연금제도하에서는 일반적으로 병급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기여에 비례하는 소득비례연금에서는 일부 병급을 허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와 유사한 맥락에서 국민연금의 균등부분의 급여에 대해서는 엄격히 병급을 제한하되 소득비례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의 연금을 병급할 수 있도록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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