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4-10   1133

사회보험의 재정위기, 이의 실체적 본질(표빠짐)

사회보험의 위기

사회보험은 비용부담과 급여가 개인의 소득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능력주의를 한 축으로 하고, 사회통합과 최저수준 보장을 위한 소득 재분배의 원리를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사회보험 제도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제도 자체가 상호 모순적인 원리에 의하여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개별 국가의 역사적, 문화적 유산에 의하여 다양한 모습을 갖기 때문이다.

사회보험의 장점과 지대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회보험의 정당성과 목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보험의 위기는 보험재정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사회보험의 재정위기는 우리에게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며,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사회보험의 제도개혁을 둘러싸고 국제적인 논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1980년대 이후 많은 국가들이 공적연금의 재정위기 극복과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보험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사회보험 재정위기의 속도와 적자 규모에 있어서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은 1996년 이후부터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2000년에 1조 90억원의 적자를 보였고, 올해는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 1> 국민건강보험 재정 현황(단위:억원)

*) 2001년은 예상치

국민연금은 현행 보험료율과 급여수준이 지속된다면 2033년에 600조에 달하는 기금이 적립되겠으나, 2034년에 최초로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4년 이후에는 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2048년에 적립기금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국민연금의 재정위기는 한 세대 이후에 일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재정 제계산 제도와 같은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급여지출의 증가 속도와 재정 적자의 규모로 보아서 그리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재정위기의 원인

사회보험 재정위기는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며, 이는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현상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 증가는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급격한 의료보험 수가의 인상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보험의 재정적자가 단순히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보험의 재정적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인구 노령화에 따른 노인인구의 증가이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연금 수급자와 질병 고위험 인구의 증가를 의미한다. 즉 연금급여의 지출 증가와 각종 만성질병 및 노인성 질환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또한 노인인구의 증가는 생활을 자신의 능력보다는 타인 혹은 사회에 의존하는 인구의 증가를 의미하며, 동시에 사회보험에 필요한 재원조달의 기반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재정적자의 구조적인 원인이 된다.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의료 서비스의 자체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지출이 증가한다. 의료 서비스는 전문가인 공급자(의사)가 환자를 대신하여 서비스의 내용과 정도를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공급자의 선호도를 반영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의료기술의 발전과 이로 인한 고가장비의 활용 역시 공급자에 의하여 유도된다. 새로운 기술에 의하여 개발된 고가장비의 도입이 의학적 타당성 뿐 아니라 공급자의 이윤동기가 개입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의료 서비스는 많은 경우 전문가인 공급자에 의하여 수요가 창출된다.

인구 노령화나 의료 서비스의 특성은 모든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보험 재정위기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재정적자에 직접 연결되기보다는 제도의 내용에 따라 그 효과가 완충되기도 하고, 반대로 증폭되기도 한다. 따라서 재정적자의 구조적 원인은 정책설계의 결함으로 인하여 재정상태를 악화시키는 원인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재정위기의 제도적 원인은 낮은 기여율과 높은 수준의 급여율로 설계되어 있는 '저부담-고급여'의 구조이다. 연금의 기여율과 급여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다음 <표 2>와 같다

국민연금은 시행 당시 제도 설계에 있어서 수익자 부담의 원칙, 국가 재정부담의 최소화 등과 같은 경제논리를 전면화하는 한편, 시행초기 보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하여 중산층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으로 낮은 보험료율을 책정하였다. 또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재정위기를 예견하면서도 높은 급여율을 제도화한 것이다. 결국 연금제도는 견제할 수 없는 소수의 정책결정권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하여 기형적으로 제도설계가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는 재정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표 > 연금 기여율과 급여수준의 국가간 비교

재정과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의료보험체계의 특징은 저보험료와 보험수가 통제, 저급여 체계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설계는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와 비급여 항목이 많아져 본인부담의 비율이 커진다. 또한 의료보험의 재정지출은 보험수가와 진료량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보험수가를 통제하더라도 진료량을 통제할 수 없다면 지출을 줄일 수 없다. 그 동안 보험수가 통제로 1차 진료기관의 경영상태가 많이 악화되었던 것이 사실이며, 또한 진료행위가 왜곡되어 고가장비의 설치·사용유도나 진료 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진료량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결국 보험급여의 지출에 있어서 총량적 억제 수단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제도적 원인인 것이다.

제도설계와 정책집행의 미숙함이 사회보험 재정적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은 의약분업의 시행과정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의약분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하여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과도하게 보험수가를 인상하였다. 또한 주사제를 사실상 분업대상에서 제외하였고, 기준약가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등 비용절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외면하였으며, 그 결과 재정적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재정위기의 극복을 위한 국가의 공적책임

사회보험의 재정위기 극복과 제도개혁에 있어서 국가의 공적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 국가는 사회보험에 있어서 보다 정교한 제도설계의 책임이 있다. 재정지출의 증가 요인은 상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증가요인을 완충시키면서 동시에 재정의 안정성 확보와 소득 재분배 원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의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개혁에 대한 보다 실용적인 접근방식과 사회적 합의가 긴요하다. 사회보험은 전체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제도개혁은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며, 이를 독점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관련기관과 이해관계 집단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 불가결하며, 이러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국가의 일차적인 공적책임이다.

<그림 1> 사회보험 재원분담 구조의 국가간 비교

자료 : ILO(1999), The Cost of Social Security 1994-1996.

국가는 사회보험의 관리·운영 주체로서 제도를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공적 책임을 갖는다. 따라서 정부는 자영자 소득파악을 제고를 통한 비용부담의 형평성 확보,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비용을 절감, 그리고 보다 엄격한 진료비 심사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가가 사회보험의 급여를 직접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인 재정책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또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가 연금재정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보험의 재원분담 구조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그림 1 참조), 국가의 재정부담 증가는 필수적이며 또한 시급한 것이 명확한 사실이다.

정홍원 /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