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8-10   1062

[칼럼] 무제(無題)


백 종 만(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20대의 반란으로 아름다운 5월이라는 제목으로 전북대학교 신문에 칼럼을 쓴 일이 있다. 칼럼의 요지는 20대들의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이 한국사회의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우리 사회의 주류 언론의 단골 메뉴인 희생자 비난하기를 질타하고,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성된 20대들의 주체적인 정치참여 운동을 격려하는 것이다. 칼럼을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글들을 인터넷 검색을 하여보았다. 검색하여 본 글들의 요지는 대체로 낮은 투표율이 정치발전의 장애가 되고,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특히 미래사회를 책임 질 20대들의 투표참여율 하락폭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20대의 주권의식과 정치참여의식이 낮은 데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가 비롯된다고 20대들을 질타하고 있다.


내 생각은 이제 그들을 스스로 대변할 상황에 있지 못한 우리사회의 정치적 소수자(?)인 20대를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원인으로 몰아 부치는 희생자 비난하기(blaming the victims)의 확산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난이 심각해진 최근 10여년 동안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젊은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을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반문해 보아야 한다. 노인일자리 활성화와 기존 근로자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 사회적 논의의 중심이 되고 청년의 일자리와 그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 제시는 항상 뒷전이거나 양념으로 제시되지 않았는가? 이제 비난의 화살은 청년들에게 일자리문제와 미래사회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 우리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기득권 세력인 40대 이상의 기성세대의 철저한 이기주의에 돌려져야 할 것이다.



‘고함 20(www.goham20.com)’에서 20대들은 기성세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도발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가 20대를 철저히 소외해왔다.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이 아닌 정치의 20대 무관심이라고 불러 마땅하다… 중략 … 20대를 위한 공약은 있는가? 서민을 위한 민생 공약, 노동자를 위한 공약, 경제 살리기 공약이라는 이름아래 기득권, 혹은 특권계층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공약 등등 … 중략 … 대한민국 정치에서 20대는 외부인이다… 후략…”.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시작된 20대들의 희생자 비난하기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반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유권자연대’ 는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운동, 투표참여 독려를 위한 유명 인사 강연, 지방선거 후보들과의 청년정책 간담회, 지방선거 대학생관련 정책 요구 등을 진행할 것을 표명하였다. 대학생 관련 정책으로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을 위한 지자체 예산 확대 ▲대학생 장학금 지원 조례 제정 ▲아르바이트 학생 최저임금 보장 특별 조례 제정 ▲대학 앞 버스 노선 확충 ▲교통카드 대학생 할인요금제 도입 ▲고용촉진 프로그램 운영 ▲자취방 보증금 대출 지원 제도 ▲기숙사 공금요금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청년연대’는 ‘88%세대운동본부’와 함께 청년의 투표참여와 관련한 공동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5월 5일 각 정당대표와 정개특위 위원들에게 6.2지방선거에서 청년층의 투표율제고를 위한 방안에 대해 질의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은 현재의 고통보다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으로 더욱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는 그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 한 적이 없다. 그들에게 희망과 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름대로 미래의 희망과 꿈을 가지고 살았던 기성세대가 그들이 젊은 시절에 가졌던 사회비판 의식과 사회행동만을 훈장으로 번쩍거리는 옷을 입소 그 시절의 행동과 시회비판의식을 무슨 전쟁의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20대들의 정치적 무관심만을 비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지방선거과정에서 표출된 20대들의 조직적인 반란의 시작에 우리가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현재는 비록 미약하고, 그들의 주장과 요구가 국지적이라고 판단되지만 앞으로 커다란 태풍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4·19 50주년,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의 20대였던 우리 기성세대들은 현재의 20대를 위하여 또 미래의 20대를 위하여 과연 어떤 정치적 선택과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는가? 20대에게 기성세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을 감히 자신 있게 할 수 있는가? 2010년대 변화의 주역은 현재의 20대가 될 것이고 20대가 되어야 한다. 역사는 그렇게 세대를 극복하여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참여연대의 사회복지운동도 20대의 고통에 20대의 동력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변화가 좀 더 큰 변화를 잉태하도록 자극하고 촉매가 될 필요가 있다. 변화는 작은 계기에서 비롯된다. 저들과 만나 저들의 언어로 저들의 고통과 꿈과 희망을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