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일반(sw) 2003-03-07   739

"휠체어에 앉아서도 아이들 가르칠 수 있죠"

우리나라 최초로 교사 임용된 1급 장애인, 채정균

"생각보다 떨리데요. 허허" 

 

채정균(34) 씨는 첫 수업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채씨는 지난 3월 3일 대구 덕화여자중학교에서 교사로 첫 출발했다. 이 날은 채씨만의 출발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1급 장애인 교사 임용, 우리 사회도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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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균 씨는 대학 졸업을 앞둔 1998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는 20대의 평범한 젊은이를 다시는 걷지 못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그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1급 장애인이다. 끔찍한 고통을 어떻게 견뎠을까. 그것은 육체적인 고통만이 아닌 상실감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3종류의 사람이 있죠. 남자, 여자, 그리고 장애인. 대학원 입학을 목전에 둔 평범한 미술학도, 세상은 그냥 나를 장애인으로만 구분하더군요." 그간의 시련을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장애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계단이 아닌 사람들의 의식구조 

 

"장애인이 선생이 되었다고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게 없어요." 채씨는 자신에 대한 세상이 관심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앉아서도 가르칠 수 있는데 교사가 못될 이유가 없다는 것. 대구 교육청도 "근무수행능력이 있으면 가능하다"며 채씨의 임용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장애인 교사라니까 다들 특수교육쪽이냐고 묻더군요" 이런 경직된 사고가 '장애인에 대한 전형적인 의식구조'라며 꼬집었다. "미술은 앉아서 가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 그렇게 따지면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거든요. 물론 체육같은 경우는 어렵겠지요." 장애인 사회활동을 특별하게 만드는 우리사회가 비정상적이라며 점차 목소리를 높여갔다. "정말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계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구조입니다. 편견과 몰이해, 우리도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생활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장애인 이동권은 복지가 아니라 기본이고 기초다 

 

"보통 사람들이 100%의 삶을 산다면, 장애인은 그 중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내가 겪어보니, 몇 %정도가 아니라 아예 덤핑 취급 받을 때가 많아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장애인의 고통은 2중 3중이라는 것. 척박하기 그지없는 장애인 복지시설이 고통의 배경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채씨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말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장애인 이동권이 무슨 복지냐, 비탈길이랑 엘리베이터 몇 개 만들고는 대단한 복지시스템을 갖추는 체 한다. 그건 복지가 아니라 기본이고 기초다"고 목청을 높였다. 

 

교육현장의 장애인 복지시설도 낙후되기는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장애인 이동권조차 불가능할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채씨는 연수원에서 불편을 겪었다. 지은 지 17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전무했던 것이다. 장애인 화장실은 없고, 남자화장실은 4층, 양호실은 3층, 식당은 지하 1층, 엘리베이터 없는 이 건물에서 채씨가 겪었을 곤란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아직은 부족하다. 그러나 나아질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신규 임용된 휠체어 교사'를 배정하기 위해, 대구교육청은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미술실과 교무실이 1층에 있는 학교를 수소문해 지금의 학교로 배정한 것이다. 

 

대구교육청의 중등교육부 인사담당자는 "교육 현장이 완벽할 수는 없으나, 채 교사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교육청 차원의 노력을 설명했다. 경사로 추가, 문턱 없애기 등 추가 보수도 고려 중임을 내비쳤다. 

 

1998년 4월에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 따라 공공시설은 물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건물과 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비용과 기술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이에 의해 최근 지어지는 신설학교는 엘리베이터, 1층의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등 기본적인 장애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전에 지어진 학교이다. 

 

일선 교육청에 있는 시설관리 책임자는 "기존 학교에 장애인 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역시 예산이 문제다. 엘리베이터 신설에만 6천만원이 넘게 든다.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별도 예산이 없어 다른 예산을 쓰고 남는 범위에서 소극적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모든 학교에 장애인 시설을 만들기 전까지는 일단 시설이 있는 학교에 배정하는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사담당자는 "실제로 장애인 학생들의 학교 배정시에도 시설이 있는 학교를 검토하여 결정한다"고 말했다. 

 

채정균 씨는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다. 일단 자신의 사례가 장애인 시설 확대의 또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시설도 많아지고 인식도 바뀌어 가겠지요. 다음 사람들은 더 나은 상황에서 더 많은 배려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함께 만들어 갔으면 

교사로서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을까. cit20030306102.jpg

 

"대단한 포부 없습니다. 그냥 아이들하고 웃으면서 수업 잘 하는 것, 그뿐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나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워가길 바랍니다." 

 

채씨는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서는 격리와 분리가 아닌 공존과 공생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나 성장기의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채씨 앞에는 휠체어 생활만이 아닌 일선 교육 현장에서 부딪칠 어려움들도 놓여 있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하나, 혹여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채정균 씨는 싱긋 웃는다. 

 

"혹시 요정 본 적 있어요? 책에서는 숲속에 요정이 산다든데, 숲은커녕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선생님들이 나이 들면 요정이 될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매일 만나잖아요. 자연히 요정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게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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