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1-10   575

청소년

마침내 당락의 희비가 극적으로 전개된 16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각종 현안과 문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이번 대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1세기 한국의 주류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20대와 30대 젊은 세대가 전면에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혁명’의 진행은 앞으로 청소년들의 삶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청소년 분야와 관련하여 새 정부에 바라는 바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청소년정책 관련분야 대선 공약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청소년특별회의’를 통해 청소년들의 의견 반영

·주5일 수업에 대비하여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 체육, 봉사,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 강화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를 위해 선거 연령을 만18세로 조정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의 참여 보장

·’정부조직진단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청소년 육성·보호·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강구

·청소년기금의 조성과 지원을 대폭 확대하여 청소년수련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수련활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

·청소년의 문화 향수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강구

·청소년기금의 ‘기금운용심의회’에 청소년 전문가, 학부모, 청소년단체의 대표도 참여하도록 하여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사회사업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

·탈학교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를 지원·육성하여 청소년의 눈 높이에 맞는 교육체계 마련

·가출청소년들에게 상담, 숙식, 심리치료, 정보제공을 할 수 있는 청소년쉼터 확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임금체불, 심야노동, 기타 부당한 노동행위 강요를 감시하고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이러한 대선 공약의 내용들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적인 부분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면밀한 검토과정 없이 즉흥적으로 공약을 발표하여 구체성, 명확성, 그리고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청소년 분야를 중심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몇 가지 핵심 과제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정부 차원의 청소년정책 수행체계를 반드시 통합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충격적인 청소년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관심의 대상이 될 뿐 그때만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었다. 지난 1964년 중앙정부 차원에서 당시 내무부가 처음으로 비행청소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정책기능을 수행한 이후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문교부, 체육부, 체육청소년부, 문화체육부 등 7번이나 관할 부서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청소년정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행 청소년정책은 문화관광부가 육성정책을 맡고, 국무총리실 소속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보호정책을 맡고 있는 체계로 이원화되어 있고, 다른 17개 중앙부처에서 소관 청소년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형태이다.

이와 같은 산만한 조직과 체계로는 청소년들을 건전하게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문제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따라서 이원화되어 있는 청소년정책 관련 정부조직을 통합하여 모든 중앙부처의 청소년관련 업무를 총괄·조정할 수 있는 독립된 전담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행 국무총리 소속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문화관광부 청소년국을 모두 폐지하고 청소년뿐만 아니라 아동을 포함하는 제3의 ‘아동청소년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여 각 중앙부처의 청소년관련 업무를 총괄·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중앙부처와의 연계성을 확립하여 상호 정보교환 및 협조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 행정체계도 전면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청소년관련 법률의 개정 및 제정을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그 동안 선언적 의미에 머문 정책들을 실질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청소년관련 법체계의 정비는 필수적이다. 유사 법률을 통합하고 법마다 상이한 청소년 연령을 단일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 및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의 개정과 교육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형식적으로 운영되어온 청소년위원회를 개혁적으로 변화시켜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인권위원회 혹은 인권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3차청소년육성5개년계획(2003-2007)’은 ‘2차청소년육성5개년계획(1998-2002)’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선언적 의미의 계획에서 실천적 계획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한 ‘2차청소년육성5개년계획’의 5대 중점 과제는 청소년의 권리보장과 자율적 참여확대,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문화체육 중심의 수련활동 체제구축, 국제화·정보화 시대의 주도능력 배양, 청소년의 복지 증진과 자립 지원, 그리고 가정과 지역사회의 역할 강화와 참여 확산이었다. 이러한 계획이 갖는 커다란 의의는 오늘의 구성원으로서의 청소년 권익 증진, 청소년참여와 정책주체로의 청소년, 다수 건강한 청소년의 활동 지원, 수요자와 프로그램 중심의 질적 향상, 지역현장 중심의 자율과 열린 운용으로의 방향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명문화된 내용만 나열하고 있을 뿐이지, 목적이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방법도 결여되어 있으며 청소년현장에서의 변화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계획’에 머무른 감이 있다. 화려한 미사어구보다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실천전략들을 중심으로 계획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새 정부는 정책수립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3차청소년육성5개년계획’의 내용과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청소년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종합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종합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경우, 가출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쉼터의 기능 강화와 확대, 소외계층 청소년의 복지서비스 강화, 농촌 지역 청소년의 정보화 격차 해소, 무직 미진학 청소년에 대한 지원체계 확립, 청소년들의 노동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 등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이 가운데 청소년들의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상당수 청소년들이 노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의 부족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열악한 근로환경과 부당한 근로조건에 의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노동착취, 임금체불 혹은 구타 등 권리침해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청소년들의 노동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수립·시행함으로써 노동참여의 경험이 청소년들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주요 청소년관련 법률에서 개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노동관련 내용들을 통합하여 청소년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을 제안한다.

다섯째, 청소년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원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01년 기준 청소년사업 예산은 국고보조 330억원, 청소년육성기금 예산 200억원으로 총 530억원이었다. 현재와 같은 정부 당국의 예산으로 전체인구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능동적인 정책을 펼치기는 불가능하다.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국고와 청소년육성기금 대부분이 시설 확충을 위한 융자 등의 시설비(국고의 93.8%, 기금의 77%)에 집중되어 있어서 프로그램 위주의 사업비 지출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정책적 전환을 통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청소년사업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고와 청소년육성기금의 확대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부담을 강화하고 기업과 개인의 재정적 기여를 촉진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등의 지원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여섯째, 청소년관련 전문인력을 확대·배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상담사 양성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자격시험 과목 및 관리방식을 개선하고 전문성 유지 및 향상을 위한 보수교육 강화가 요구된다. 특히 학교 내에서의 청소년관련 전문가 활동영역 개척과 활용방안을 구체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청소년비행, 약물남용, 학교폭력 등이 학교교육 현장의 병리적 현상으로 학교내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화 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방안이 요청되고 있다. 또한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체험학습 강화, 동아리활동 권장, 상담활동 활성화 등의 변화의 징후들이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청소년문제를 해결하고 청소년활동을 지도할 전문성을 지닌 인력이 부재한 실정이다. 따라서 문화, 여가, 복지, 의료, 상담 등 다양한 분양의 전문인력이 투입되어 활동하면서 교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는 개방되어야 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 집단들의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진정으로 청소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새 정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행정 편의적인 발상에서 그리고 기성세대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자율성에 기초한 청소년들의 능동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새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참고문헌

문성호, ‘청소년정책 전담기구 통합화의 쟁점과 향후 방향’, 중앙대학교, 사회과학연구 제13 집, 2001.

문성호, ‘청소년지도사 양성제도의 발전적 운영을 위한 과제’, 청소년과 수련활동 창간호, 2002.

참여연대 사회인권팀 자료집, ‘청소년노동 관련 법률 개정의 방향’, 2002.

청소년개발원, ‘청소년육성기금 확충과 운용 효율화 방안’, 2001.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자료집, ‘새 시대 청소년 정책과제’, 2002.

문성호 /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shmoo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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