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4-07-12   900

[희망UP캠페인] “이 돈으로는 영양실조 걸리겠어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거리캠페인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이 7월 한달간 공동으로 진행하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이 최저생계비 문제에 대한 시민들과의 직접 소통을 시도했다. 7월 1일부터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 한달동안 최저생계비로 살고 있는 체험단과 자원활동가 등 30여 명은 10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거리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캠페인에서는 최저생계비의 현실을 알리는 것과 함께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촉구에 동의하는 서명이 동시에 진행됐다. 주최 측은 피켓을 통해 최저생계비가 허용하는 실제 생활수준을 알려주며 최저생계비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재 하월곡동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를 체험하고 있는 이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전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거리캠페인은 한 시간여 만에 준비해간 리플렛 1000장이 동이 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서명과 함께 진행된 최저생계비에 대한 의견을 스티커로 표시하는 거리투표에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올리자”를 선택했다.

서명과 거리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은 “현재의 최저생계비로는 최저의 생활조차 불가능하다. 현실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시 권선구에 거주하는 한주엄마라고 소개한 시민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의 입장에서 최저생계비를 보니 너무 심각한 수준이다. 이 정도의 생계비라면 영양실조는 물론이고 삶이 비굴해질 것 같다. 지원을 하려면 현실성 있게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원인 강호준 씨는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인 368,226원은 대학생 용돈 정도도 안될 것 같다. 이 금액으로 한 사람이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라고 말한다. 강씨는 최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는 말을 하며 정부에게 “괜한 고집 피우지 말고 시민사회가 타당성 있는 주장을 하면 주의깊게 듣고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서울시 망원동에 사는 윤영준 씨는 “최저생계비는 우리사회가 공동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하며 “현재의 최저생계비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정부가 지혜롭게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의 거리캠페인은 2주 후인 24일 토요일에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거리캠페인에서 만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자, 이대원 씨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자들이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 지낸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거리캠페인을 위해 서울에서 가장 복잡하고 사람많은 명동거리로 나온 체험자들은 한편으로는 들떠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캠페인을 진행해야한다는 생각에 긴장된 상태이기도 했다.

‘얼큰이네’라는 애칭으로 1인 가구 체험 중인 이대원 씨는 그는 하월곡동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출퇴근을 하는 체험자다. 직장이 명동 근처라 다른 체험자에 비해 멀리 여행(?)나온 기분이 덜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얼른 캠페인 옆에서 나눠주는 홍보용 물티슈를 받아오더니 특유의 느리고 평온한 말투로 “명동에서는 홍보용 공짜 물품을 많이 나눠주거든요. 한바퀴 돌면 대박일 때가 많아요”라고 한다. 하지만 곤궁한 생활에 ‘공짜 물티슈’가 더 절실했을 것이다.

이제 체험기간의 3분의 1일 지났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그는 망설임이 없이 “배가 고파요”라고 답한다.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20대 청년 1인의 먹거리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 이대원 씨는 “기간도 3분의 1이 지났고, 생활비도 3분의 1이 남았다”라고 웃는다. 아껴쓰고 아껴써도 출퇴근하는데 필요한 차비를 비롯해 생활비를 아끼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대원 씨가 이번 캠페인을 체험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씻고 나서 꼭 옷을 입는 것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1인 가구이긴 하지만 그는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 다른 1인 가구와 2인 가구와 함께 거주한다. 한 집에서 4명이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사는 이유는 물론 월세 때문이다. 그외에 달라진 점은 “밥을 적게 먹게 됐다”는 것.

체험 첫날 산 비누, 휴지 등 생필품은 아직 남아있을까. 다행히도 아직 남아있다는 대답을 한다. 하지만 휴지 등의 소모품은 비싸서 많이 살 수가 없고 그래서 절실히 필요할 때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를 겪어본 이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작은 물품이더라도 당황스럽고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 그런 상황을 전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느릿느릿 평온하게 말한다.

하월곡동에서 체험하는 이들의 어려움은 비단 ‘생활비’만이 아니다. 좁은 골목과 재래식 화장실, 환기가 잘 안되고 눅눅하기 그지없는 허름한 주거공간은 이들이 견뎌내야할 또 하나의 어려움. 주거환경으로 인해 힘들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늘 곰팡이 냄새가 나서 힘들다라고 말한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웃는다. 어려움이 결코 작지 않은 체험이지만, 이를 통해 최저생계비를 현실화시키는 등 우리사회 사회복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방에 곰팡이 냄새가 나서 사람들이 들어오려고 하지 않네요. 내가 지저분해서 그런게 아니라고 하는데 안 믿어요.(웃음).”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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