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8-10   1185

[심층1]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전은경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



“최저생계비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 달의 체험이 끝나갈 무렵 내게 던져진 질문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군가 최저생계비에 대해 물으면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법에 정의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그 수준이 너무 낮아 최저생계비는 최저생존비에 불과합니다.”란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 그런 틀에 박힌 말로 최저생계비를 표현할 수 없었다. “최저생계비…… 그러게요. 정말 최저생계비가 뭘까요?” 순간 머릿속을 가득매운 사람들, 내가 만난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사람들.



왜, 최저생계비인가


6년만이다. 참여연대는 ‘최저생계비로 과연 한 달을 살 수 있을까?’란 질문을 시민들에게 다시 던졌다. 최저생계비에 대해 ‘높다, 낮다’ 식의 공허한 논쟁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최저생계비가 보장해주는 삶의 수준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해보자고 제안했다.


2004년에 이어 참여연대가 최저생계비 문제에 대해 다시 사회적으로 공론화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변하지 않는 현실 때문이었다. 최저생계비가 경계가 아닌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최저생계비 현실화가 기본이고 시작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 6년간 변화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점점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물가상승율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의 인상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도시근로자 소득지출대비 최저생계비의 수준 추이를 보면 명확해진다. 최저생계비가 처음 계측되었던 1999년 중위소득 45% 수준이었던 최저생계비는 2008년 중위소득의 34% 수준까지 하락되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0년경에는 중위소득의 23%까지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림>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 저하심층1 그림.bmp




(출처 : 2009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자료)



뿐만 아니다. 각종 통계지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득수준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절대빈곤층은 2000년대 이후 좀처럼 줄지 않고 있고, 상대빈곤율은 지난 20년간 두 배 가량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수는 10년째 3% 수준에서 변화가 없다.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은 410만 명으로 전인구의 약 8.4%나 된다. 이렇게 수백만의 사람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최저생계비이다. 최저생계비의 낮은 수준과 불합리한 결정방식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저생계비 체험, 이렇게 했다


이번에 진행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은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에서 진행되었다. 1인 가구부터 4인 가구까지 가구규모별 최저생계비를 지급받은 체험단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부실한 식단으로 한 달을 ‘버텼다’. 체험을 시작하면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최저생계비로 누려보리라, 정부가 책정한 최저생계비의 비목별 구성대로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던 체험단은 결국 먹고 자는 것 외에 모든 것이 모험이자 사치인 것을 알게 되었다. 물건을 살 때 마다 ‘이건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전물량 방식의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품목일까’를 고민하며 최저생계비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제멋대로 규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다는 진실도 알게 되었다.


릴레이체험단은 동자동 쪽방지역에서 하루치 식비를 가지고 생활하면서 쪽방지역에 사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우리 사회의 빈곤현실을 목격했다.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급여의 절반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 때문에 끼니를 굶어야 하는 사람들, 연락조차 되지 않는 아들과 딸, 즉 부양행위를 하지 않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국가와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릴레이체험단으로 대거 참여했던 국회의원들은 법을 제・개정하는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마음의 짐을 안고 돌아갔다.


온라인체험단 역시 본인 집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적인 수준을 몸소 체험했다. 최저생계비로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교통통신비와 교육비 등 비목별 최저생계비의 구성은 또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그들의 가계부와 수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사실 체험단이 최저생계비 대비 최소 8%, 최대 16%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결론이다. 체험단은 건강한 20-30대 젊은이들이었고, 가구구성 역시 인위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체험은 ‘고작’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몸소 경험한 최저생계비는 ‘문화적인 생활’은 고사하고 ‘건강’조차 위협하는 것이었다. 체험단은 급격한 체중감소를 겪어야 했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비롯되는 각종 피부질환으로 고생했다. 무엇보다 체험단은 건강한 젊은이도 한 달 만에 병들게 하는 이런 상황을 몸이 상하고 의지할 곳 없는 분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


“그 나라의 가장 못사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그 나라 수준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한 체험단의 시계에 쓰여진 글귀가 바로 이번 캠페인이 이 사회에 던지고픈 질문을 정확히 담고 있다. 최저생계비가 실계측 될 때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수준’에 맞는 필수품이 무엇인지, 가격과 사용량, 내구연한을 얼마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 국민의 95%이상이 모두 보유하고 있는 휴대폰을 필수품목에서 제외하고 있는 현실, 1인 가구 8만7천원의 주거비, 1년의 아동도서 2권, 장난감 2개만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10년. 지난해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도 지적했듯이 한국은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이지만 저소득취약계층에 대한 사회권 보장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구멍이 숭숭 뚫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저생계비는 경계에 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한 채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한정된 예산과 사회적 합의, 국민적 정서. 이러한 단어들로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바로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일 것이다.




※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공식카페(http://cafe.naver.com/hopeup)에서 체험단의 수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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