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8-10   1069

[심층9]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를 꿈꾸며.



4인가구 김만철


어느 때 보다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았던 한 달을 보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돌아온 현실은 가상현실(최저생계비) 한 달의 삶과는 다른 느낌과 체험에서 가져온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맞물려 있는 듯하다. 30일 정말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처음 신청했을 때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색다른 체험을 한다고 생각 했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 나갈 꺼라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참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장수 마을에 들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알게 되었을 때 내 존재감에 회의감 또한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15일까지)


최저생계비라는 말을 듣는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실 사회복지학과로 전과하기 전에는 사회는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 했다. 내가 필요하면 쓰고 필요하지 않으면 버리는 것 그리고 시장 경제를 당연하듯이 여겼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능력이 있으면 능력껏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빠진 것은 인간과 사회라는 개념이 빠져 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 속에 최후방에는 최저생계비라는 것이 존재 하고 있었다.


정책론을 배우며 공공부조에 대해 말하면서도 이런 제도도 있구나 하는 생각 뿐 그 심각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현실은 책에서 보는 지식과 많은 차이가 있다. 비가 내리면 비가 샐까 걱정하고 눈이 오면 지붕이 내려앉을까 걱정하고 햇볕이 내려 쬐면 더워서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최저생계비 수급자와 차 상위 계층이 내 눈앞에 있었던 것 이다. 무엇 하나 바라지 않고 알아도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내 눈앞에 존재 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을 벼랑 끝에 두고 길이를 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또한 길이를 재고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요 몇 일째 폭염이 계속 되고 있다. 동자동 쪽방 할아버지는 지금 수술을 하고 그 작은 방에서 여름을 나고 있을 것이다. 요즘 의학이 아무리 발달 되었다고는 하지만 대장에 혹과 암을 제거 하고 일주일 만에 아무도 없는 쪽방으로 가셔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병원비는 400만원 정도였고 지인의 도움(갚아야 할 돈)을 받아 비용을 내셨다. 그렇다면 이 돈을 갚으려면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긴급 의료지원을 하셔야 하는데 이미 돈을 지불하신 상태라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수급비용(먹고 사는 최소의 비용)을 쓰지 않고 모아도 8달 그래도 방값은 빼야하니 30만 원 정도를 13달 정도 모아야 한다. 그에 따르는 것들을 생각해 보면 식사는 무료급식이나 반찬배달을 기다려야 하고 여름에는 찜질방 같은 곳에서 겨울은 냉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야 한다. 할아버지는 긴급의료 지원을 받으실 것이라 생각하고 아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병원비를 내셨다고 말씀하셨다. 긴급의료 지원 서비스에 대해 알고 계셨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의료해택이 포함 되지 않는 의료비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면 돈이 없으면 죽으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가상현실을 마치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지금의 나는 외출을 해도 식사를 해도 왜 이리도 익숙하지 않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지 못하는 나의 손은 왜 이리도 작아 보이는 모르겠다. 30일이 지난 지금 나는 지갑을 들고 다니고 돈이 없더라도 카드가 있어서 부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돈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나를 잡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매일 같이 수급 생활을 하고 수급비조차 받지 못해 한 달에 10~20만 원 정도 쓰신 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자꾸 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무엇이 나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빠져 살았던 나의 어리석음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인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부터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인간은 살아 있음에 가치를 부여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테두리에 갇혀 있는 가상의 현실 일지도 모른다. 한 달을 체험 하면서 내가 직접 만나보지 못했고 경험 보지 못했던 사람과 경험을 하면서 느껴졌던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 가상의 삶을 지금의 현실에 대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고 옳은 소리는 약자의 목소리이고 하지만 가장 작은 목소리 또한 약자의 목소리이다. 이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은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알고 고쳐나갈 수 있는 젊은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이 체험을 추천 해주신 류만희 교수님과 프로그램에 진행 해주신 팀장님과 간사님, 자원활동가, 교수님, 할머니, 할아버지 등 많이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또 1인 가구 성호 형과 기윤이, 2인 가구 일호누나, 소영이, 3인 가구 소연누나, 4인가구의 할머니, 진희누나, 은지 모두 너무 너무 고생했습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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