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정부는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 방안 전면 재검토 해야 합니다

2021년 1월 19일,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경찰청 등 범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한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도출된 결과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 10월 13일 생후 16개월 아동이 입양된 지 8개월여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하 ‘양천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진단을 회피한 채 단편적인 해결책들만 열거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에게 아동 최상의 이익이 무엇인지,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양천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구제를 위한 아동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총 3번의 학대신고가 있었고 아동을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이웃주민, 어린이집 교사,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아동보호를 위한 각자의 역할을 했고, 그들의 책무를 뒷받침하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다. 그러나 아동보호체계에 따라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 어떤 공공기관도 사안의 특수성, 긴급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아동학대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 사회가 지적했던, 아동인권 문제에 대한 공공기관의 감수성과 이해도의 부족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아동보호체계의 전과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은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일례로 현장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성 강화를 위한 방법과 세부내용이 매우 부족하다. 아동보호체계 담당 인력의 ‘전문성’은 아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아동 인권 보호를 핵심 가치로 둔 교육·훈련을 통해서 형성되어야 하며, 이러한 교육·훈련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예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교육·훈련 과정을 구성하고, 내·외부 모니터링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이 단순히 전담공무원에 대한 직무교육과 보수교육 시간을 늘리고 순환보직을 금지하는 정도의 대책으로 전문성 강화를 외치는 것은 현장의 부담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강조했던 ‘2회 신고’시 즉각분리 제도 또한 충분한 대책이 아니다. 학대피해로부터 아동의 즉각적인 분리는 강조해마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나, 단순하게 신고 횟수만을 기준 삼아서는 안된다. 1차 아동학대 신고라도 신속히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해서 아동의 보호에 필요하다면 긴급하게 분리를 해야 한다. 아동의 학대피해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아동의 건강진단 등 응급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사안의 긴급성과 위급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담당자의 전문성과 아동인권 감수성이 필수적이다. 분리된 이후에 필요한 아동과 가정에 대한 지원과 개입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준비 없이 무조건적인 분리조치를 실행한다면 아동은 갑작스럽게 낯선 생활환경으로 강제이동당할 것이며, 대규모 양육시설에서의 생활은 아동으로부터 개별적 삶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여건과 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제인권규범은 아동의 원가정 지원을 원칙으로 하며, 부득이한 경우 아동보호를 위한 대안양육체계를 마련하되, 아동의 가정분리는 필요한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서 일시적으로 시행하고, 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 것을 요청한다. 또한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결정하는 모든 단계에 있어서 아동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하고, 아동이 가정에서 분리된 경우에도 아동이 생활하는 환경은 가정과 유사한 형태여야 하며, 시설보호는 최소한으로 하고 궁극적으로 탈시설을 지향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원가정으로부터의 분리는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과정 전반에 아동 당사자의 의견청취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삶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받을 아동의 권리는 당사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제공과 의견표명, 의사결정을 위한 논의과정과 결과에 대한 안내를 포함하는 국가의 중요한 책무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여전히 아동의 기계적인 즉각 분리와 시설보호를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아동 또한 존엄하고 독립적인 삶의 주체라는 점을 망각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또한 아동보호체계의 중요한 한 축인 입양제도에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2014년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아동 사망사건(일명 ‘현수사건’)에서도 정부는 입양기관에 대해 ‘분기별’로 점검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제대로 이행한 바 없다. 이미 현행 「입양특례법」상 보건복지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입양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고, 입양기관이 입양 의뢰된 사람의 권익을 침해했을 때 업무정지나 허가를 취소하는 등 관리·감독의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권한을 유의미하게 행사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공적 아동보호체계와 괴리되어 민간기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입양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없이 제시된 ‘입양절차의 공적 책임 강화’ 방안은 허울 좋은 포장에 불과하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동의 사망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아동보호체계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출생통보제와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을 검토하지 않은 것 또한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사회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이 공적 기록에 등록되어 있어야 아동 보호와 복지의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임은 자명하다. UN아동권리위원회가 권고한 것처럼 출생통보제와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하여 한국 사회 내의 모든 아동을 평등하게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양천사건에 대한 진지한 원인 진단과 평가 없이, 당장의 여론을 달래기 위해 급히 내놓은 정책의 나열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대책에서는 일련의 과정에서 아동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각 단계별로 드러난 아동보호체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이번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며, 개선방안 마련에 다음의 사항을 중점적으로 고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1. 아동보호 공적체계 및 인력 확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출하라

2. 지역사회 기반 아동보호체계를 즉각 수립하라 

3. 아동학대대응 인력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라

4. 아동학대대응 부처와 기관 간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라

5. 아동의 원가족보호 지원을 위해 국가의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투여하라

6. 위기 임신・출산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원가정에 대한 양육지원 서비스 지원 내용과 접근성을 강화하라

7. 공공이 입양을 책임지고 아동보호체계와 통합적으로 운영하라

8. 국가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아동학대대응시스템의 전반을 점검하라.

 

 

2021. 1. 22.

연명단체 (90개 단체)

 

가족구성권연구소 /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 공동법률사무소 생명 /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 국내입양인연대 / 국제민주연대 /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 기독여민회 / 다산인권센터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 더나은 입양을 실천하는 입양부모 네트워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법률사무소 율다함 / 법률사무소 지율 S&C / 법률사무소 청년 / 변화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뿌리의 집,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세이브더칠드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이주민센터 친구, 재단법인 동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플랜코리아) / 불교인권위원회 / 사단법인 3P아동인권연구소 / 사단법인 선 / 사단법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 사단법인 여성인권 동감 / 사단법인 예람 /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 사단법인 청소년의 꿈 / 사단법인 한국여성변호사회 / 사단법인 희망날개 / 새시대목회자모임 / 생명선교연대 / 생명안전시민넷 / 생명평화기독연대 / 성적소수자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 시민모임 즐거운교육상상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MAP / 어린이책시민연대 / 영등포산업선교회 /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 /  원곡법률사무소 /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 인권교육센터 들 / 인권교육온다 / 인권운동공간 활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 인권운동사랑방 / 일하는예수회 / 입양삼자네트워크 / 장애여성공감 / 장애인권법센터 /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 정치하는엄마들 / 젠더문화연구소 / 진실의자리(TheRUTHtable)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 참여연대 / 천주교인권위원회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 청소년자립팸 이상한 나라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 평화교회연구소 /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 한국기독청년협의회 /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 한국미혼모가족협회 / 한국아동복지학회 / 한국한부모연합 / 함께걷는아이들 / 형명재단 / 화우공익재단 / NCCK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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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요구안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관련 아동보호체계 정책개선 과제

 

 

아동보호 공적체계 및 인력 확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출하라

 

아동보호 공적 체계 및 인력 확충을 위해 획기적인 수준의 공적 자원을 투입하라. 점진적인 수준의 변화와 자원의 투여로는 갈수록 급격히 무너져 내리는 아동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수 없이 많은 아동들의 죽음으로 이미 확인되었다. 더 이상의 비극적인 사실 확인은 필요하지 않다. 지금까지 국가에 의해 방치되다시피 유지되어온 아동보호를 공적 체계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한 획기적인 수준의 공적 자원을 투입하라.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 아동보호관련 예산의 대부분을 법무부 소관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기획재정부 소관 복권기금으로부터 조달하는 비정상적인 예산조달 구조를 정상화하여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전환하도록 한다.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 구축과 운영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의 마련이 필수적이며 규모와 운용이 제한적인 기금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아동복지법 제22조가 규정하고 있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양성 및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피해아동의 발견 및 보호를 위해 개별 지자체가 두어야 함을 아동복지법은 규정하고 있다. “1.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 및 응급보호; 2. 피해아동, 피해아동의 가족 및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상담·조사; 3. 그 밖에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할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소관 업무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고도의 전문성과 축적된 경험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전국 229개 시군구에 664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조속히 배치하고, 수요조사 등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추가인력을 신속히 보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분리보호 아동의 양육상황을 점검하는 지자체 아동보호전담요원도 ’21년(190명), ‘22년(191명) 단계적으로 추가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기존 인력을 담당업무 배치만 바꾸는 ‘돌려막기’식으로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담요원을 선발하고 있어서 시작부터 제도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담요원에게 요구되는 본연의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지닌 인력을 추가로 확충하여 배치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아동학대대응 인력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라

 

양천사건에서 보듯이 경찰은 명백한 아동학대 사실을 판단하지 못하고 내사 종결해버리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함께 출동하고서도 피해아동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였다. 주요 아동학대 사망사건마다 아동학대대응 인력은 아동학대의 판단, 아동학대로 인한 조치, 원가정 보호를 위한 지원, 아동분리, 아동분리 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와 조치, 원가정 양육능력 회복을 위한 지원, 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위한 준비와 확인, 원가정 복귀 후 사후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아동최상의 이익에 반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 판단에서의 실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동학대 대응 인력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기적이고도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세심한 지도 감독이 필요하다. 아울러 담당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과 근무 여건도 함께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양천사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학대전담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직위로 지정하거나 전문경력관으로 채용하여 잦은 순환보직을 방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교육 훈련시간을 총 2배로 늘리고 매년 보수교육을 실시할 것이며 교육내용을 실질화하고 교육 방식을 다양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대책이 미사여구로만 끝나지 않고 현장에서 실현되어 아동학대대응 인력이 전문성을 확보하여 최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라.

 

지역사회 기반 아동보호체계를 즉각 수립하라 

 

아동을 학대피해 현장으로부터 분리해 보호할 아동보호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현행 아동보호시스템 아래에서 분리된 아동은 그저 시설에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피해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나 대안가정의 부족은 굳이 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그 심각함을 모두 알고 있고, 그렇게 분리된 아동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하고 교육 및 교우관계의 단절, 트라우마, 불안, 치료, 가족유대의 중단 등을 해결할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 아무런 대안도 없다. 또 친권상실의 경우 선임할 후견인도 마땅치 않으며, 막무가내로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자로부터 아동학대대응 인력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장치도 없고, 피해아동의 의사를 반영하고 보호할 사법절차내의 조력자도 없다. 아동학대대응과 관련한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사망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그 존재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아동보호체계 전반에 걸쳐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동보호에 있어서 최소제한대안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대규모 양육시설은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위탁가정이나 그룹홈 등과 같이 지역사회기반 보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정책환경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동보호영역에서 운영환경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분류되는 그룹홈의 경우 최대한 공공이 직접 설치 운영하는 공공그룹홈 확대 설치를 통해 대규모 양육시설을 폐쇄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마련하도록 한다. 지금 당장 대규모 아동양육시설 폐쇄를 위한 시한을 정하여 공표하고 그 시한에 맞추어 공공이 책임지는 지역사회 보호로 전환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라.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 아동보호의 공공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책임을 완수하라. 지자체의 아동보호 게이트웨이 및 컨트롤 타워 기능을 실질화하라. 이를 위해 보호대상 아동과 아동의 보호자에 대한 최초 접견에서부터 원가족복귀 혹은 입양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에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이 직접 아동 및 보호자와 소통하고 필요한 개입을 하도록 한다. 

 

아동학대대응 부처와 기관 간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라

 

아동학대대응 부처와 기관 간 소통의 문제는 어제오늘 지적된 것이 아니다. 정부도 2014. 2. ‘유관기관 및 지역사회 협업체계 구축’, 2018. 3.‘유관기관 간 학대 정보 공유’를 대책으로 발표한 바 있고, 2019. 5.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도 ‘관계부처 협업을 통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내실화’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관계부처와 기관 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타기관, 타부처 탓을 하면서 끝내 소통과 협업의 구체적 방안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소통과 협업을 위한 체계의 마련 없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등을 아동학대대응 주체로 추가해 현장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정부가 얼마나 안일하게 대응체계를 설계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도 협업의 구조와 방식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협업방안 설정’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이는 학대 대응에서 기관 간 소통과 협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하는 안이한 태도다. 이에 학대피해아동의 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면서, 동시에 부처와 기관 간 소통을 통한 입체적인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아동의 원가족보호 지원을 위해 국가의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투여하라

 

기존 아동보호체계는 학대 등의 사건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재학대나 상황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후대응적 접근에 집중되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아동이 각종 위험요소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게 되는 위기상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애초에 다양한 위험요소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적 접근을 아동보호의 개념에 포함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혼부모의 아동, 이혼 한부모의 아동, 빈곤하거나 실직한 부모의 아동들이 보호조치 대상아동이 되는 현재의 상황은 아동보호를 위한 국가의 예방적 접근이 부재한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아동 유기의 사례는 또 어떠한가? 베이비박스 등 아동 유기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어떤 이유로든 아동을 유기하지 않고도 친생부모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정책적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원가정과 부모의 자녀양육기능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들 아동들이 애초에 원가족으로부터 분리되지 않도록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

 

이혼 등의 사유로 아동을 동반한 한부모가족이 된 경우 이들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별거 중인 부모의 양육비 부과 체계 개선, 양육부담 합리화, 이혼과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들을 신속히 마련하라.

 

위기 임신・출산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원가정에 대한 양육지원 서비스 지원 내용과 접근성을 강화하라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여야 한다는 ‘원가정보호의 원칙’은 유엔아동권리협약,  헤이그국제입양에 관한 협약, 유엔대안양육지침, 아동복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아동보호의 핵심 원칙이다. 하지만 입양 대상 아동의 90%이상이 미혼모 가정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원가정보호의 원칙은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아동의 원가정보호를 위해서는 우선, 모든 아동의 출생이 공적으로 등록되어야 한다.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동보호체계의 출발점이다. 여수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사망 후 냉장고에서 발견된 아동 등 아동의 존재가 등록조차 되지 않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가정은 아동이 최초로 맞이하는 사회이며, 아동의 안정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이라는 점은 누적된 연구결과와 경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원가정양육에 대한 지원, 원가정의 기능을 어떻게 회복하고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마땅히 포함되어야 한다.  

 

미혼모에 대한 양육지원대책이 변화되어 왔으나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신생아 거래 글, 한파 속에 유기된 신생아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위기상황의 임신, 출산 여성에게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책이 부족한 현실을 드러내 준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임신하고 출산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에게 긴급 상담 전화를  확충하고 긴급쉼터・의료지원・심리지원・법률지원이 원스탑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하고 접근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공공이 입양을 책임지고 아동보호체계와 통합하여 운영하라

 

입양을 공공사무로 전환하고 국가가 책임지고 시행해야 할 아동보호 사무에 통합하여 운영하라. 입양은 가족기능이 일시적으로 불완전하거나, 정지된 가정의 아동에 대해 지속적인 가족기능 강화를 위한 개입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 최상의 이익 실현을 위해 원가족으로부터의 영구적인 분리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아동에게 제안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입양에 대한 결정은 공공의 아동보호체계와 분리된 민간 입양기관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일이며, 아동 최상의 이익 실현 차원에서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아동의 인권 실현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아동보호라는 국가 고유사무의 큰 체계 내에서 총체적인 접근을 통해 민감하고 신중하게 수행되어야 할 국가의 사무이다. 이런 의미에서 UN아동권리위원회는 지속적으로 한국의 입양체계를 민간에서 공공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비혼부모 출생아동이든 어떤 이유로든 보호대상아동을 위탁받는 주체와 창구는 민간입양기관이어서는 안되며 국가와 지자체 등 공공이어야 한다. 입양은 원가족의 가족기능 강화를 위한 공공의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호대상아동의 최상의 이익 실현을 위한 최종적인 결정이어야 하며, 그 결정의 주체는 부모의 권한을 대신하여 아동보호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와 지자체이어야 한다. 보호대상아동과 가족에 대한 최초 접견에서부터 조사, 개입 및 지원계획의 수립, 원가족 부모에 대한 상담과 지원, 그리고 불가피한 경우에 이루어지는 입양계획의 수립과 입양부모에 대한 교육, 조사, 결연, 입양전 사전위탁, 사후지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은 아동인권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그리고 입양 체계를 정비하라.

 

입양허가 결정 전에 입양부모가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입양전제 위탁’ 제도 또한 오롯이 입양아동의 이익을 위해 고려되어야 한다. 입양 전 위탁이 남용되거나 오용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결연과 심사의 주체는 민간이 아닌 공공이어야 한다. 아동이익최우선의 원칙에 입각하여 아동보호체계의 시작과 결연, 입양 전 위탁, 입양 결정 전 과정이 민간이 아닌 공공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국가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아동학대대응시스템의 전반을 점검하라.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망사건, 2016년 평택 원*이사건, 2017년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 사건, 2019. 인천 목검 아동학대 사망사건, 2020. 6. 천안 여행가방 아동학대 사망사건, 그리고 이번 양천사건까지 모두 경찰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인지하고 대응했던 사건임에도 끝내 아동의 죽음을 막지 못하였다. 우리 아동학대대응시스템 안에서 아동들을 살릴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결국 비극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정부는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을 대책으로 삼지 말고, 주요 아동학대 사망사건들을 제도개선의 측면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아동학대대응시스템 전반을 꼼꼼히 점검하라. 긴 호흡과 깊은 고민으로 만들어진 대책만이 추가적인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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