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 1년 평가와 과제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이하 국민운동)는 국난으로 닥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생존위기에 처한 실업자들을 돕기 위해 각계각층의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간운동기구입니다.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목표아래 지난해 6월23일 닻을 올린 이 위원회는 지난 80년대 4·13호헌조치에 맞서 직선제 쟁취를 위해 결성된 '국본'이후 단일최대의 민간운동기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위원회는 이전의 민간운동체와 달리 관련법에 의해 각급 기관이나 국민들의 실업성금으로 마련된 예산을 확보하고 있어 실업극복을 위한 민간의 지혜를 실천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운동의 새로운 실험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 위원회의 활동을 새로운 실험으로 규정한 것은 이전에 정부의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의 활동이 관변운동으로 비판을 받은 것과 달리 이 운동은 우리 사회의 비주류 취급을 받아온 시민, 사회, 노동단체와 각 부문운동단체의 실업대책활동에 대한 지원을 정부가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물론 국민운동위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시민사회운동단체=반정부운동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정부부처에서는 국민운동위원회에 대한 지원이 마치 불순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인 듯이 의혹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국민운동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사업과 주관단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실업문제에 대해 정부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데 민간단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운동의 실효성을 따지기도 합니다.

민간쪽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간쪽의 비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국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중심역량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이 비판은 국민운동위원회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곳이 한겨레신문과 문화방송 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라는데 기인한 것입니다. 말만 국민운동이지 실질적으로는 정부와 언론기관이 이끌고 가는 '관변적' 성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국민운동위원회의 출범을 앞두고 시민단체들로부터 국민운동의 추진주체와 관련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물론 원론적으로 이 지적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을 놓고 볼 때 정부가 민간단체, 현재 국민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운동권' 단체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애초 이 운동을 구상한 노동부가 정부와 민간단체사이의 완충장치로서 언론기관을 참여시킨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실업대책사업을 추진하는 민간단체에 예산을 지원해 이를 통해 드러난 민간의 성과를 정부사업에 반영되도록 구상한 노동부의 전향적 자세는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비판은 국민운동이 민간단체에 편향된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는 억측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한겨레신문과 가까운 이른바 운동권 단체에 많은 지원이 이뤄진 반면 복지기관, 자선단체, 연구기관 등에는 거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국민운동위원회의 자금지원을 결정하는 각종 소위와 사실상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운영위원회의 구성과 의사결정과정을 보면 이런 비판은 근거가 희박합니다. 실제 지원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국민운동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실업대책사업을 한 곳은 시민사회단체외에 각종 복지관이나 종교기관도 적지 않습니다.

세 번째 비판은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국민운동위원회가 실업사태를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을 앞세워 각종 구호사업을 펼침으로써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이런 비판을 하는 쪽에서는 국민운동은 구호사업을 최대한 억제하고 대신 실업자와 실업대책사업을 하는 민간단체를 조직화해 정리해고를 중심축으로 전개되고 있는 정부정책에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국민운동은 비록 우리 사회의 주요 민간노동단체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지만 80년대의 '국본'과 달리 실업자를 돕는 직·간접 구호사업과 대안적 성격의 실업대책사업을 발굴해 그 성과를 정부정책으로 수렴시킨다는 대략적인 합의틀 아래 출범한 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정부 실업대책의 기조와 내용에 대한 비판의 조직화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의 탄생을 가능케 한 합의틀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운동은 출범당시 국민의식개혁, 실업기금모금, 실업자구호 및 자활지원, 민관협력 사회안전망 구축, 21세기 사회보장틀마련 등을 5대과제로 내걸고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운동이 1,2차 제안사업과 저소득실직가정돕기 범국민결연운동을 통해 진행한 주사업은 실업자구호였습니다. 이는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너무 급작스럽게 닥친 실업으로 많은 실직가정이 당장 끼니걱정을 하는 상황에서 생존위기에 처한 실직가정돕기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민운동은 행정의 경직성으로 인해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직가정을 전국 각지의 민간단체들을 통해 찾아내 지원함으로써 한계상황에 처한 실직가정의 겨울나기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표] 98년 사업비 지원내역

-84개 사업에 192억 지원결정 (실직가정돕기범국민결연운동 30억원 포함)

구분 구호 및 자활지원 일자리 창출 및 사회보장틀 마련
일자리 창출 고용정보제공 기타
지원액(억원) 164 10 12 6 192

※ 참고

°구호 및 자활 : 겨울나기, 방과 후 교실(급식포함) 쉼터(급식포함) 등

°일자리 창출 및 사회보장틀 마련

– 일자리 창출 관련 사업: 부도기업 인수, 인턴제 등

– 고용정보제공: 종합(취업)알선센터, 직업훈련 등

– 기타: 조사 및 정보사업, 심포지움, 의료지원 등

비중이 크긴 하지만 국민운동위원회가 구호사업만을 벌여온 것은 아닙니다. 국민운동위원회는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반영된 각종 자활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이 성과가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건설일용노조협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설실직자 무료취업알선센터는 IMF사태뒤 최대실업자군으로 떠오른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음성적으로 이뤄져 온 건설노동시장의 구인구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부도기업노동자인수를 통한 고용유지프로그램개발 및 고용유지지원사업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퇴직금 등을 출자해 부도난 자신들의 회사를 인수한 뒤 경영하는 것으로 기업도 살리고 일자리도 유지하는 모범적인 사업으로 노동계는 물론 정부로부터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협동조합연구소는 지난해 10월이후 2월말까지 부도기업 또는 부도직전기업 52개업체에 대한 노동자기업인수지원업무를 진행해 32개의 작업을 마무리한 결과 2800여개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자인수기업에 대한 운영자금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 지원법안추진을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정부실업대책에 대한 모니터링사업과 지역단위의 실업실태조사, 음식물쓰레기재활용사업, 귀농프로그램, 청소년 실직자를 위한 민간단체 인턴활동가 제도 등도 민간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사업으로 보입니다.

이런 성과와 함께 국민운동위원회는 부분적인 시행착오도 겪고 있습니다. 국민운동이 출범초기 내건 5대 과제 가운데 첫 해에는 실직자와 그 가정에 대한 단순구호사업에 집중한 결과 실업자 구호에 대해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나머지 목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노력이 미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구호사업도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운동이 담당할 사각지대가 좁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로는 중복지원자를 가려내기도 쉽지 않아 국민운동이 사각지대의 실직자를 찾아내는 게 어렵게 된 게 현실입니다. 구호사업중심의 사업전개에 대한 참가단체들의 문제제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운동위원회는 3월초 전국의 지역협의체와 민간단체들이 참여하는 워크샵을 열고 99년 사업기조를 구호에서 자활과 고용창출을 위한 대안적 시범사업의 개발로 잡았습니다. 제안사업을 통한 산발적 지원을 지양하고 그동안 제안된 아이디어가운데 모범적인 사례를 전국사업화하겠다는 뜻입니다. 워크샵에서 제안된 프로그램은 쓰레기 재활용, 음식물재활용, 방과후 아동지도, 장애인고용지원사업, 환경친화적인 영농사업 등입니다.

이와 함께 국민운동위원회는 지역특성에 맞는 실업자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만들어 실업자에 대한 복합적인 서비스를 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상반기에 서울, 전북, 경남 3곳에 시범적으로 운영될 실업자지원센터는 그 지역 민간단체들의 실업대책사업을 조정하고 네트워크화해 민간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가능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 실업자를 위한 구인처개발과 고용정보제공, 상담과 교육지원 및 심리적 자활프로그램 등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국민운동위원회는 상반기 사업성과를 평가한 뒤 하반기에는 이를 전국 광역시도로 확대하고 정부쪽과 교섭을 통해 민간실업대책기구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밖에 국민운동은 민관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민관협력사업을 개발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국민운동은 또한 민관이 함께 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해 민관협력의 모범을 창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실업이나 복지와 관련된 사업가운데 상당부분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함으로써 행정기관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의 경우는 정부와 민간단체사이의 불신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운동이 추진하고 있는 민관협력의 실험은 매우 큰 의의를 갖는 것입니다.

국민운동위원회는 또 실직가정이나 실직자 밀집지역의 자활을 위한 생활공동체나 자조모임육성과 같은 이른바 제3섹터의 육성을 통한 빈민지역의 실업문제해결, 실직가정 해체방지를 위한 프로그램개발, 실직자의 심리적 건강유지를 위한 체계적인 상담사업 등 정부에서 하지 못하고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개발 실시함으로써 정부의 정책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담당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는 엄밀한 의미에서 순수한 의미의 국민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진 과도기적인 형태의 민간운동기구입니다. 그러나 국민운동위원회는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생존위기에 처한 실업자와 그 가정에 작은 희망이 되고 있으며 시민사회운동단체에 대한 정부의 시각교정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운동위원회는 앞으로 민간단체들의 지혜가 반영된 모범적인 실업대책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검증해 실업극복을 위한 국가적 대안의 단초를 제공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권복기/한겨레 신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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