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06-03   995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60호

편집인의 글

21대 국회가 이어받은 국민의 짐

 

김보영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 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패스트트랙까지 거쳐가며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도 통과되었을 때 정치개혁을 바라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는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단순히 소수정당을 위한 선거제도의 의미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각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하면서 정당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 효과이다. 그래서 정당들이 자기 지지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정당의 정체성을 차별적으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지역이나 진영대결에만 매몰되지 않고, 정책경쟁이 더 활성화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벌써 3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선거는 국민의 선택으로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총선에서 소선거구의 승자독식 구조는 그야말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선거구별 지역공약이 남발된다. 그것이 결국 국가예산 심의에서 자기 지역을 챙기는 쪽지예산의 병폐의 근본원인이 되어도 당연한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반면 정작 총선에서 다루어져야 할 국가적 정책 어젠다는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 국가의 입법권한을 가지고 있는 총선을 여러 번 거쳐도 정권 견제와 같은 정치적 이슈가 지배할 뿐 실질적인 정책방향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총선의 모순은 각 정당이 선거에 맞춰 현재에 대한 진단과 정당이 추진할 정책방향이 제시되어 있는 매니페스토(manifesto)를 내세우고, 이를 국민이 선택하는 과정으로 정착된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그렇게 제대로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 선거로 한걸음이라도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이를 끝까지 저지하려 했던 보수야당이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궤도를 벗어나더니, 그 개혁을 추진했던 여당까지 그 꼼수에 가담하면서 완전한 탈선이 이루어졌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이러한 꼼수가 넘어갈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국민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특수한 재난 상황은 아예 선거를 코로나 선거로 만들고 말았다. 2월 중반 이후로 우리나라 확진자 수가 세계 2위로 올라서고, 곳곳에서 마스크 대란이 터져나올 때만 해도 여당의 전망은 무척 어두워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서구로 확산되고, 메르스 경험조차 없었던 이른바 선진국들의 뒤늦은 대처로 우리는 상상에 머물렀던 봉쇄와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총선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77석을 차지하는 정부여당의 역사적 대승으로 21대 국회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상황은 성공적인 K-방역으로 결말지을 수 있는 국면은 전혀 아니다. 상황 자체도 종료가 아직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 충격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보다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을 더욱 잔인하게 드러낼 것이다. 우리나라의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은 수많은 국민들이 처참하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락하도록 방치하게 될 것이다. 이 위기상황 속에서도 자기 이익을 쫓는 집단들은 평소에는 여론상 어려웠던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호재로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렸던 꼼수 선거처럼, 잘못하면 이 위기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통이 아니라 더욱 극심한 고통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다. 지난 선거에서 놓친 만큼 시민들은 더욱 눈을 부릅뜨고 21대 국회를 지켜봐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21개 국회에 남아있는 입법과제를 짚어보았다. 먼저 국민의 최후의 방어선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구멍인 부양의무자 기준과 최저주거 기준 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주거급여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리고 여전히 심각한 노후빈곤을 막기 어려운 국민연금의 개혁과제도 다시 살펴보았다.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되었지만 여전히 입법과제로 남아있는 사회서비스원법은 기존법안의 한계를 지적하며 재구성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그 시급성이 더해진 공공의료 및 인력확충의 과제와 아프면 쉴 수 있도록 하는 상병수당과 유급병가휴가 등의 과제를 살펴보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가 강화되는 것보다 오히려 의료정보의 상업화나 의료 영리화가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21대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넘겨받은 짐을 제대로 챙기도록 하는 힘은 여전히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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