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복지예산 ㅣ ‘생산적 복지’의 관점에서 해부한다 (표빠짐)

1. 서론

적어도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는 지금 외환위기의 어두운 터널 끝을 나서고 있다. 이는 정부가 2000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전망한 내년도 경기전망을 통하여도 알 수 있다. 내년도 실질경제성장율 5-6%, 실업율 5%대, 물가상승율 2-3%를 제시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의 여지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구조조정의 결과가 아직 평가하기도 이를 뿐 아니라 아직도 대우문제나 금융 구조조정이 마감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진전이 향후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현재로선 속단이 금물이다. 또한 2사분기 경제성장률이 9.8%나 상승한 것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서의 통화량 증대에 기인한 것일 수 있으므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도 설득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아무리 명백히 경제성장률이 증가하고 실업율이 하락한다고 하여도 실제 과연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 지에 대한 근거는 그다지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외환위기 내내 수없이 회자되던 ‘사회안전망’ 구축이란 논의조차 최근에는 실종되어 또다시 실체없는 ‘생산적 복지’론으로 지식인의 관심은 이동해 버렸다.

여기서는 담론으로서의 ‘생산적 복지’에 대한 논의와는 관계없이 정부가 발표했던 ‘생산적 복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던 사업들을 중심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조망하여 보려한다. 2000년에 대한 예산분석작업은 적어도 올해만큼은 해볼만하다. 왜냐하면 정부가 8.15경축사와 그후 후속조치발표를 통하여 생산적 복지사업을 열거하였고 따라서 그에 초점을 맞추어 예산안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 2000년 복지예산의 편성 추이와 내용

우선 내년 예산안의 구체적인 골격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때는 8월 말이다. 이때 즈음 기획예산처는 당정협의에 앞서 정부부처 스스로 편성한 예산안 규모를 발표하였고 자연스럽게 보건복지부 관련예산규모도 일반에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볼 때 정부의 총예산은 93조원, 전년대비 4.5%의 증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예산액은 전년대비 0.1% 하락한 4조 4,362억원이었고, 이 사실을 접한 복지 및 시민사회단체의 허탈감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다시 시간이 지나 9월 10일 예산에 대한 당정협의가 끝난 시점에서의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4.5%의 증가상태로 돌아섰다. 그리고 정부지출의 평균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 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의 2000년 예산안에 대한 성토가 마침 9월 9일에 있었고 9월 12일에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2000년 예산안에 대한 공식비난을 가하였던 것도 이 시점을 전후한다.

그 뒤 정부예산부처와 소관부처, 그리고 당 사이에 분주한 예산조정작업이 이루어졌고 드디어 10월 2일 국회로 제출된 2000년 정부확정예산액은 일반회계 기준 전년대비 8.1%, 특별회계까지 포함한 총예산 기준 7.0% 증가한 4조 7,534억원으로 책정되었다. 정부의 최초안보다 3,172억원 증가한 셈이며 이는 일반회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정부예산의 5.2%에 해당하는 것이다. <표 1>은 그러한 결과를 요약하고 있다.

<표 1> 보건복지부 예산의 시점별 변화 추이

한편 10월 2일 국회에 제출된 복지부예산안의 내역을 분야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즉, 사회복지분야는 전년대비 5.2% 증가하였지만, 그 내역을 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생활보호예산이 의료보호를 제외할 때 4.7% 감소한 반면에 사회복지서비스부문은 25.5%의 증가를 나타낸다. 특히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는 30%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여 상대적으로 예산상의 증가폭이 큼을 알 수 있다.

<표 2> 보건복지부 총세출예산 분야별 내역

(출처 : 10. 2. 現在 『2000年度 保健福祉部所管 歲入·歲出豫算 槪要』)

3. 생산적 복지사업을 통해본 2000년 예산

이러한 2000년 예산편성안을 복지계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일면 정부의 타부처 예산보다는 많은 증가율을 보인 점과 특히 복지서비스 예산의 높은 증가율은 평가해줄만한 것인가?

그러나 2000년 예산을 평가하는 잣대는 실제 복지계의 예산수요가 얼마나 되는 것인가에서 시작하여야 하고, 그로부터 거꾸로 현재 책정된 복지예산규모가 적정한 수준인가를 보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 서서 예산을 보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정부가 생산적 복지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천명한 후속조치사업을 사용해보려 한다. 물론 필자는 생산적 복지사업이 현재의 실제 예산수요를 모두 반영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님을 밝히는 바이며, 단지 정부와 논의할 때 서로 인정되는 접점으로서 생산적 복지사업이 갖는 현실적 유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먼저 생산적 복지사업 중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하여 보기로 한다.

1) 기초생활보장예산은 적절히 편성되었는가?

<표 3>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예산편성액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초생활보장예산은 범주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1.3% 내지 3.9% 정도 하락한 것이 사실이다. 즉 정부가 서민층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획기적인 결단이라고 천명해온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예산이 줄은 것이다.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직접 예산(a), 저소득생계지원비를 포함한 예산(a+c) 및 기초생활보장관련예산 전체(a+b+c) 등의 측면에서 볼 때 각기 1.3%, 3.9%, 3.3%씩의 예산삭감율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내년 10월부터 추진될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이 줄은 근본적이고 매우 주목되는 원인은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하에서의 수혜인원이 줄었다는 점에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표 4>와 같이 올해 192만명으로 책정된 보호인원이 내년 9월까지는 170만명으로 줄고, 이어 10월부터는 154만명으로 더욱 준다고 가정하고 있다.

<표 4> 정부에 의한 생활보호제도 하의 보호인원 변화 전망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몇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는 2000년 10월 시점에 수혜자가 더 주는 것이 생산적 복지인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취지에 인구학적 기준을 없애고 실질적인 빈곤자에게 급여를 제공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하에서는 명백히 현재의 생활보호대상자보다도 그 대상자가 증가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그 정확한 규모에 대한 추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200만명 내외가 될 것이다.

둘째, 한시적 보호대상자는 진정 ‘한시적’으로만 보호되어야 할 대상인가?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의 책정기준은 소득기준에서는 기존생활보호대상자와 같으나 다만 재산기준에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하면 의당 편입대상이 되는 자가 대부분인데, 이들을 1월부터 9월까지 기존의 생활보호제도와 10월이후의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점차적으로 감소되는 대상으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내년 경기가 호전된다고 할 때 극빈계층의 수가 현격히 줄어들만큼 과연 그 파급효과가 있을 것인가?

노동불능상태에 있는 기존의 생보자 116만명은 경기호전에 상관없이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임은 분명하며, 한시적 보호대상자 76만명은 노동가능하다 하더라도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소득이 현격히 증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예로 경기가 완연히 회복된 99년 상반기에도 우리사회의 빈곤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노숙자의 숫자도 9월 현재 작년 동기에 비해 2배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넷째, 정부는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책정된 예산에 맞추어 인원수를 한정짓는 ‘예산편의주의’를 그대로 존치할 것인가?

지금까지 생활보호대상자의 선정과정은 정부가 배정한 예산에 맞추어 그 대상자 수가 결정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초생활보장법 하에서는 적어도 이러한 구태를 탈피하고 최소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국민들에게 그 생활이 보장되도록 실제적인 보호인원을 산정하여야 한다. 이것이 서민계층에게 정부가 확실히 신뢰를 받는 길임은 명확하다.

대통령과 관계부처가 누누히 서민들의 기초생활이 보장되게 한다고 천명하였음에도 사전적으로 인색하게 책정된 보호대상자를 놓고 이를 고수한다면 생산적 복지의 정부의지는 구두선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2) 생산적 복지에 대한 후속조치사업은 적절히 반영되었는가?

정부가 발표한 생산적 복지의 후속조치 사업 중 여기서는 8월19일자로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2003년까지의 세부추진사업을 기준으로 2000년 예산편성의 적절성을 보기로 하자. <표 5>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초생활보장부문과 노인·장애인·아동·모자·지역복지 및 보육사업에 대한 세부 사업내역들이 검토의 대상이다.

먼저 기초생활보장부문에 있어서는 2001년 생계비 지급대상자를 194만으로 복지부가 발표한 바에 따라 2000년 10월 이후도 그 숫자를 적용시킬 때 99년 기준 2,750억원정도의 추가 예산이 발생한다. 또한 전문요원을 기초생활보장 급여대상자 250명당 1인씩 배치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1,500명의 추가 배치가 필요하고 이는 116억원의 예산이 내년에 당장 확보되어야 함을 뜻한다. 이렇게 볼 때 당장 내년에 약 3,000억원이 예산이 올해보다 증액되어야 함에도 실제 이 부분은 우리가 <표 2>, <표 5>를 통해 보듯이 감액되었으므로 정부의 생산적 복지에 대한 의지는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노인복지의 경우 경로연금 수혜자 86만명으로의 확대, 노인공동작업장 확대설치, 노인복지회관 및 치매시설, 주간·단기보호시설의 추가설치 등 2003년까지 모두 약 4,200억원, 2000년만 해도 1,050억원의 예산 소요가 발생하는 사업들을 제시하였음에도 당장 내년 예산에는 이부분으로 595억원만이 확보되었다.

장애인복지의 경우 장애범주 확대, 장애아동부양수당 도입, 직업재활시설 확충 등 2003년까지 649억원, 2000년에 295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을 발표하였으나 이도 역시 내년 예산에는 오직 98억원만이 반영되었을 뿐이다.

아동복지의 경우 소년소녀가장보호방식의 개선, 방과후아동지도, 아동학대 등에 대해 추진을 약속하였으나 예산에는 거의 반영된 흔적이 없으므로 이 부문에서의 예산 미반영액이 160억 정도 발생했다. 또한 보육사업의 경우도 만5세아 무상보육과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 확대 등을 위하여 지원키로 발표한 사업들에 비하면 40억정도의 미반영분이 발생한다.

이외에 모자복지 및 지역복지 등에 대한 추진사업들도 역시 그 반영분이 불충분한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하여 보면 <표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약속한 사업들을 추진키 위하여 2003년에 가서 99년 대비 추가확보예산액은 모두 1조 4,849억원, 이를 2000년으로 국한하여 볼 때 적어도 4,676억원이 추가 소요되지만, 실제 이 사업들과 관련된 반영분은 626억원에 그치므로 결과적으로 내년도 예산으로 4,077억원이 추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표 5> 2000년 복지예산 중 생산적 복지 추진사업의 반영 정도

주 : (a) ; 8.19 복지부가 발표한 사업내역들을 기준으로 2000년도 예산산정기준에 따라 추계한 수치임.

(b) ; 8.19 복지부 발표사업들 중 2000년도에 추진하기로 한 사업에 대한 소요예산이거나 또는 2003년 완성 사업인 경우는 전체 사업추진의 1/4을 2000년에 추진하는 것으로 하고 추계한 수치임.

(c) ; 정부발표의 2000년 예산안 중 해당부문에 관한 실제 반영액

(d) ; (b) – (c)

3) 2000년 예산에 대한 평가

따라서 생산적 복지정책과 관련된 2000년 예산편성안의 평가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0년 예산은 그간 대통령이 강조한 생산적 복지가 실제 중산층의 육성하고 서민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실천적 의지가 있는 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단적으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후속조치에 비추어 보더라도 4,077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부족한 상태로 편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생산적 복지정책을 제대로 시행한다면, 2003년에 가서 보건복지부문의 예산은 1조 4,847억원이 순증하여야 하는 데 2000년 예산에는 이것이 1,226억만 반영되어있으므로 생산적 복지정책의 실현의지를 엿보기 힘들다.

셋째, 결론적으로 생산적 복지의 용어 자체가 주는 거부감이나 그 실체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복지에 관한 진전된 생각이라는 판단아래에 그간의 정부 추진사업을 주목하였으나, 2000년 예산에서 명백히 과거와 궤를 달리하는 복지에 대한 예산편성원칙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생산적 복지를 내건 정부의 복지정책은 그 시행원년부터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될 것이며 이는 과거의 정부가 행했던 선심성, 임기웅변성 복지정책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4. 결론

결국 2000년 예산 편성의 기조는 생산적 복지를 통하여 서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중산층의 생활안정을 다지는 실질적 계기가 마련되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회복지예산의 확대를 통하여 경제정책과 병행하는 사회정책의 위상이 수립되는 원년으로 2000년이 자리매김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에 이제 국회에서의 예산 심의과정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제안하고자 한다.

제안 1 > 생산적 복지정책의 후속조치와 관련된 예산액을 충실히 반영함으로써 적어도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제안 2 > 생산적 복지정책을 통하여 제시된 사업 외에도 복지부문과 관련된 필수적인 예산반영사업도 고려하여야 한다. 즉 국민연금제도에서 도시지역가압자의 하향소득신고로 인한 2000년 연금수급자의 급여액 감소분 보전액 약 96억원 정도가 확보되어야 하며, 의료보험에서 지역의료보험의 보험료 50%의 국고보조분 약속이행을 위한 3,000억원의 추가투입분, 이밖에도 사회복지시설 지원액과 종사자 처우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위한 예산과 서민의 주거안정과 관련된 예산지원액 등이 예로서 거론될 수 있다.

제안 3 > 적어도 생산적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하여는 중장기적인 복지재정의 운용계획이 수립된 가운데 이러한 구도하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사회정책과 관련된 예산확보의 기간별 전망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책 기조상 변화가 추동되어야 한다.

1)문진영(1999),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의 쟁점과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 <국민기초생활보장에 관한 토론회>, 한국사회복지학회 포럼, 1999.6.24, p.23.

2)1998년의 빈곤율은 6.8이며, 1999년 1/4분기는 6.9로서 오히려 악화상태에 있다. 문형표·유경준, “실업복지대책의 향후운영방안 : 생산적 복지를 중심으로,” 정책토론회, 1999.7.

3)<중앙일보>, 1999.9.14.


이태수 /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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