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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9
  • 2019.05.10
  • 1860

구호와 형식만 요란한 공공성?
문재인 정부 사회서비스 및 공공 전달체계 정책 평가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 사회서비스와 공공 전달체계 정책

벌써 2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사회정책에 있어서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내세우고, ‘내 삶을 책임지는 정부’를 표방했던 만큼 사회서비스에 있어서도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정책이 주로 추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사회서비스원이다. 기존에 민간 일변도였던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국가의 책임 있는 직접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로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제시되었던 사회서비스공단이 이제는 ‘사회서비스원’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경기, 대구, 경남 등 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보건복지부, 2019b).  그다음 들 수 있는 것이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로, 주민자치 활성화와 함께 모든 읍면동에 찾아가는 복지 전담팀을 설치하고 2022년까지 관련 인력 1만 5천 명을 확대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행정안전부, 2018). 모두 국가의 직접 공급을 확대하거나, 찾아가는 서비스를 위한 공공인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으로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정책 방향은 그동안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이후 2007년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도가 도입되고,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면서 사회서비스는 급격히 확대되었지만 이를 위해 민간사업자가 대거 유입이 되면서 영세한 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서 사회서비스의 질에 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터였다. 그래서 국가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먼저 민간업자가 아닌 공적인 서비스 공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서비스원이 등장하였고, 공공 전달체계 상에서도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읍면동에 관련 인력을 대폭으로 증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표방한 정부답게 사회서비스와 공공 전달체계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 집권 2년 차를 맞이하는 지금 실제 내용적으로도 공공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구호만 앞세우고, 내용보다는 형식적인 공공성에 매몰되어 있다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방향이라도 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때 해당되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공공성을 강화한다고 추진하는 정책들의 방향성이 왜 문제가 있는지, 2000년대 훨씬 이전의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출발 지점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현 정부의 사회서비스와 공공 전달체계 정책의 문제는 공공성 문제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이해한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문제의 기원 – 구호행정의 유산

사회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부딪치는 첫 번째 문제는 그 개념과 정의에 대한 것이다. 물론 사회서비스라는 것이 원래 다양하고 국가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강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보호나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돌봄(social care)의 문제로 인식되는 다른 복지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독 그 영역과 목적이 모호하다. 사회서비스를 처음으로 법적으로 정의하면서도 그 영역을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으로 넓게 설정하고 그 목적도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한다거나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한다는 등 매우 추상적으로 제시하여 사실상 정의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회보장기본법 상의 ‘정의’(사회보장기본법 제2조 4항)도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라고 한다면 이때 사회서비스에 대한 개념과 범주 등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러지지 않은 채, 정부의 정책으로 먼저 나타나다 보니 개별 정책 담당 부처나 기관별로 임의적으로 규정되어 지금까지 개념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김윤수, 2018a). 하지만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비교적 최근인 것이지 이미 그 이전에도 사회복지서비스, 또는 사회복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서비스는 1950년대부터 형성되어온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민간 일변도의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최근의 제도화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로 형성되던 시작부터 고착되었던 경향성이 제도적 확대 과정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출발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였고 현대 국가체제 형성기에 가장 긴급한 문제였던 이 영역에 의해 사회복지 정책의 성격이 기원된 측면이 있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에 걸식 아동, 부랑인, 전쟁미망인, 장애인 등 대규모 구호욕구가 있었고, 이들에 대한 국제구호 단체들의 활동이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 사회보험제도나 공공부조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사회보장제도의 주축이었다고 할 수 있다(김영종, 2012). 당시 국제원조의 규모는 정부의 보건사회부 예산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정부는 1970년대 들어서야 ‘사회복지사업법’을 제정하면서 형식적인 규제자로 역할을 강화하고 향후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그런데 이 영역이 형성되는 과정은 민간자원은 최대한 활용하면서 국가의 책임은 최대한 억제하거나 회피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 김조설(2017)은 이를 1960년대 당시 국제 원조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건국 이후 처음으로, 당시 한국전쟁 이후 응급적이고 임시적인 사회복지정책을 의식적으로 체계화하는 시도였지만, 동시에 행정에서는 요구호자 수를 최대한 억제하고, 외원기관을 비롯한 민간자원은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정부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사회부문의 자원분배를 최소화하는 ‘구호행정’ 체제라고 명명하고 있다. 즉, 경제재건에 집중하고자 했던 당시 정부는 처음으로 체계적 복지체계를 구축하면서 국가의 역할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확립하기보다는 사회불안 요인을 통제하는 정도로 최소화하면서, 그 역할조차 직접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민간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그래서 공적인 역할에서조차 민간의 비용 부담을 당연시하고, 그 책임에 있어서도 민간을 앞세우는 복지정책의 원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구호행정 체제에 대해서 김조설(2017)은 민주화 이후 발전한 1990년대 복지개혁으로 발본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사회서비스 체제에서는 지속성을 가지고 계속되고 있다. 구호행정을 통해 형성된 사회서비스 체제는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는 요보호 대상자를 격리 수용하고 이러한 생활시설을 원조하는 방식으로 이를 1세대라고 한다면,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주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저소득층 인구까지를 포괄하는 다양한 이용서비스가 확대된 2세대라고 할 수 있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저소득계층뿐 아니라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보다 보편적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제도적인 사회서비스로서 확대된 사회서비스를 3세대라고 구분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민간 서비스 생산자에 의존하고 정부는 직접적인 책임을 민간에 대한 규제와 평가로 최소화시키는 원형의 성격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김영종, 2012).

 

기실 국민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는 건강보험, 실업에 대한 소득 보전과 고용 촉진을 위한 고용보험,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과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와 같은 제도들은 비교적 그 제도적 성격과 목적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전국적으로 모든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영향을 받고 국가적 수준의 개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주로 책임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80년대 민주화와 90년대 말 정권교체 시기를 통해 복지제도가 확대될 때에 주된 영역이었고 그래서 구호행정 체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것도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돌봄과 지원의 문제인 사회서비스는 중앙정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역적 문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처음부터 민간 의존적 제도를 발달시켜 왔기 때문에 정치적 민주화 과정에서 대상자가 확대되더라도 민간에 의존한 형태로 이루어져왔고, 정부는 운영비를 보조하거나 규제하고 감독하는 2차적 책임에 머무를 수 있었다. 심지어 사회서비스가 제도화를 통해 대규모로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민간일변도로 서비스 공급체계를 구축하면서 수가를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민간의 경쟁과 출혈에 의존하는 체계를 만들게 된 것이다. 따라서 민간일변도의 사회서비스가 가지는 공공성의 문제는 최근 발달한 제도적 사회서비스의 시장화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역사 속에서 기원된 정부의 비책임성의 문제가 보다 근원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의 근본문제 - 비책임성의 악순환

정부가 사회서비스원을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그 핵심 배경으로 서비스의 양적 확대에 비하여 공공부문이 사회서비스의 직접 제공자로서 역할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관계부처 합동, 2018; 김연명, 2017) 기실 이러한 민간 공급자 일변도의 사회서비스 공급은 사회서비스 공공성 문제에 있어서 일면에 불과하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비책임성의 문제는 공급 이전에 제도적으로 파편성과 분절성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는 다시 비책임성의 문제로 귀결되는 악순환으로 반복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사회서비스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비책임성의 속성은 어느 하나의 제도도 어떤 욕구나 대상의 문제를 포괄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제도로 파편화시키고, 운영이나 책임을 서로 다른 기관으로 분절시켜 중앙정부이던 지방정부이던 단일한 주체에 책임이 부여되는 것을 회피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가령 노인 돌봄의 문제만 하더라도 장기요양보험뿐만 아니라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노인재가복지서비스 등으로 파편화된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 중 장기요양보험의 운영의 책임은 건강보험공단(지사)이 가지지만 나머지 제도의 운영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어 어느 하나의 공적 주체에게 지역사회 노인 돌봄의 책임이 부여되지 않는다. 장애인 생활지원의 문제에 있어서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따로, 보장구 지원이 따로 있고, 보장구도 건강보험 급여, 지방자치단체의 보장구 지원, 권역재활병원의 보장구 사업이 나누어져 있어 어느 하나의 제도도 장애인 일상생활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도 인정조사를 하는 국민연금공단(지사)와 수급자격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로 책임이 또한 나누어져 있는 구조다.

 

이는 일본의 경우 노인 돌봄은 개호보험제도 틀에서 장애인은 장애인종합지원법 틀에서 운영되고 있고, 독일의 경우 노인과 장애인 대상의 사회서비스가 거의 수발보험 제도와 수발서비스 상담소를 중심으로, 프랑스는 노인의 경우 개인별자립수당(APA)과 장애인의 경우 장애보상급여(PCH) 중심으로 제도가 단순화되어 있는 것과 크게 대조적인 것이다. 이러한 중앙제도가 있는 경우에도 최종적인 책임은 일선 지방정부에 부여하고 있고, 영국은 여전히 지방정부 중심의 사회서비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어떤 급여제도로 제공이 되더라도 결국 가처분소득이 되는 현금급여와 달리 사회서비스는 제공과 전달과정이 단일하지 않으면 개별적인 욕구에 맞게 적합한 서비스를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개의 중복적인 서비스제도를 갖는 것 자체가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의 급여 종류를 가지고 있더라도 하나의 제도 안에서 각 사례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비교적 단일하거나 단순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비합리적이고, 비효과적일지라도 이에 대한 명확한 책임 주체가 없다 보니 사회서비스를 계속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제도로 발전시키고, 결국 이는 다시 서로 다른 제도와 주체 간 책임회피 구조를 만들어 비책임의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민간일변도의 사회서비스 공금이란 이미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제도라는 구조적 조건 아래에서 공급구조에서 나타나는 비책임성의 문제인 것이다.

 

사회서비스원과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정책의 한계

그렇다면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원과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등의 정책은 국가의 역할 확대를 통해 이러한 공공성의 근본문제인 비책임성의 문제를 해소하고 있는가? 당장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공공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가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추진되는 모습으로 보아 공공의 책임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전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이러한 책임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위험성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먼저 공공성 강화를 가장 핵심적인 기치로 내걸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의 한계는 공공성의 문제에 일면에 불과한 공급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한다고 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비책임성의 문제는 오히려 악화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광역 지자체 단위로 설립하도록 되어 있는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제공인력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용자의 수요에 대응하는 보다 질 높은 사회서비스 제공”(p. 4)하는 것을 목적으로 국·공립 제공기관 위탁 운영, 종합재가센터를 통한 재가서비스 직접 제공, 민간 제공기관 사회서비스 품질관리 지원, 지자체 사회서비스 체계적 관리 지원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관계부처 합동, 2018). 하지만 이미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과 같이 공공기관으로 인한 분절 문제가 있는 마당에 사회서비스원이라는 또 다른 공공기관을 설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분절적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이라는 공공기관이 사회서비스에서 가지는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그런데 남인순 더불어빈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을 보면 그 역할의 범위를 상당히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계 법률에 대한 우선 적용 조항에 더하여 지자체 권한 위탁까지도 가능하다고 규정해 놓아 거의 무제한으로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그 이전 사회서비스공단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종합적 관리체계를 구축” (김연명 외, 2016: p. 276), “지역단위에서 사회서비스 컨트롤 타워 역할” (김연명, 2017) 등이 강조되어 왔던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의 이면에는 마치 분절적인 사회서비스 구조를 사회서비스원으로 통합할 수 있겠다는 구상이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설사 형식적으로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비책임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적 책임성을 담보하는 주체는 민주적 위임을 받은 중앙 또는 지방정부이지 위탁운영기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회서비스원 입장에서도 광역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범위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지 그 이상 주민에 대한 책임을 이행할 이유도,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민간일변도의 사회서비스보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가 더 우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아무래도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업자보다 공공성이 우선하는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종사자의 처우도 좋고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관계 중심적인 사회서비스에서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공공주체의 서비스가 더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실증적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 가령 민간기관의 급격한 확대를 경험한 영국의 실증적 연구에서는 영리 기관들도 단지 경제적 이익에 대한 동기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욕구 충족에 대한 사회적 의무감 역시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Kendall, 2001; Kendall et al., 2003). 이 연구에서는 이들의 사회적 동기를 강화시키는 것은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영리 민간기관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가 더욱 높게 나온 연구나 영리, 비영리 공급자 관계없이 공급의 상업화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양난주, 2014).

 

결국 양질의 사회서비스는 공공주체의 공급만으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며 더욱 구체적인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원의 정책 내용을 보면 사회서비스원의 직접 공급이라는 형식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정부의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방안”(관계부처 합동, 2018)을 보면 인력 채용과 고용 계약은 공개경쟁과 직접 고용으로 종사자의 처우는 강조를 하면서도, 재정운영은 각 기관의 현행 수입 내에서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에 따른 추가적인 공적 자원의 투입을 배제하고 있다. 만약 기존 사회서비스 수가가 충분하지만 영리 업체들의 이윤 때문에 서비스 질이 낮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가 서비스기관의 경우에는 비영리기관에서조차 정부의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모두 지킨다면 운영이 불가능한 수가 수준이라고 호소하고 있다(김윤수, 2018b). 이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정부가 민간일변도의 공급구조를 만든 기저에는 공적 자원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그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구호행정의 비책임성의 경향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사회서비스원도 기관별 독립채산을 한다면 민간기관과 다를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는 어떠한가? “읍면동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민과 관이 함께 계획·생산·전달하는 小지역 단위 혁신”(p. 3)으로 규정하는 이 서비스에서는 마을을 단위로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의 공공 서비스를 주민참여의 원칙아래 주민총회 등을 통해 계획하고, 서비스를 생산하고,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전달하겠다는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행정안전부, 2018). 특히 이 중 전달체계에 해당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의 경우에는 0세 아동과 노인가구를 찾아가는 방문건강서비스 등 보건·복지 연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22년까지 복지 1만 2천여 명, 간호 2천500여 명 등 1만 5천 명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마을자치와 보건·복지서비스를 읍·면·동 단위에서 시행하겠다는 정책 모델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의 찾동은 통해 지역의 사회보장 증진과 주민자치 실현을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0세 아동, 노인가구를 모두 찾아간다는 보편방문 사업과 주민에 의한 마을 의제 설정과 해결, 주민 중심의 행정혁신을 추진하면서 읍·면·동의 복지직 공무원을 두 배가량 증원시켰던 사업이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는 거의 이러한 사업의 틀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자 하는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찾동에 대해서는 읍·면·동 복지인력을 과감하게 증원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민간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정책이며, 지역의 모든 노인과 모든 출산 가정을 찾아가는 복지플래너라는 보편방문 사업도 명확한 서비스의 목적 없이 질병, 가족관계, 심리적 상태, 종교 등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여 가부장적인 과잉행정의 문제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김보영, 2017). 이러한 문제는 사업평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김승연·권혜영, 2018). 노인에 대한 방문율은 60% 정도에 불과하고 출산 가정의 방문율은 5%가 되지 않는다. 정작 주민들은 뚜렷한 목적 없이 공무원의 방문을 잘 반기지도 않고, 이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기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빈곤 위기 가구의 경우에는 방문율이 높지만 공적급여로 연계된 건수는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고 대부분 민간자원을 연계한 단순서비스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는 이러한 찾동의 문제를 보완하면서 추진되고 있는가? 여전히 찾아가는 서비스와 주민자치 활성화가 중심인 이 정책은 찾동과의 차별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 계획에서 이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민관협력과 지역복지력 강화를 통해 연계 모델 개발”하겠다고 하면서 지역복지력의 정의를 “행정이 다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하여 지역사회가 대응할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행정안전부, 2018: p. 8). 물론 좋은 의미로야 당연히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지역사회의 자치적 능력을 배양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호행정의 유산이 여전한 우리나라 행정에서는 60년대 형성되었던, 국가 책임을 억제하면서 민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그 원칙이 현대적 언어로 다시 부활하는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만약 그동안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명확히 확립되었다면 복지 전달체계에서 주민자치를 강조하는 것이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지금의 현실은 오히려 민간동원의 의미로 귀결될 위험성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결론: 내용적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 2년 차를 맞이하여 사회서비스와 공공 전달체계 부문에서 주요하게 추진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과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정책을 살펴보았다. 표면적으로나 형식적으로는 사회서비스의 공공 공급을 확대시키고, 공공 인력을 대폭 증원시키는 정책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더욱 근본적인 공공성의 문제인 비책임성의 문제를 악화시키고, 그 비책임성의 문제를 만들었던 구호행정 체제를 새로운 언어로 부활시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종합하자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표방하는 이 정부에서 구호와 형식으로는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공공성을 강화한다기보다는 오히려 퇴행시킬 위험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이러한 모든 정책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의도가 그렇지 않다면 이제 형식적인 공공성을 넘어서 내용적으로 공공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적 변화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이다. 먼저 사회서비스원의 경우 정말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사회서비스원이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할 사회서비스의 책임을 분절시키기보다는 그 역할을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강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부터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역할을 모호하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의 공적 공급 확대를 위한 기관의 목적을 분명하게 한계 짓고, 그 확대의 책임이 광역지자체에 있음을 명시하고, 이를 위한 예산에 대한 책임 등을 명백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광역 지자체가 오히려 기존 예산만 그대로 사회서비스원에 넘긴 채 이제 지역의 사회서비스는 사회서비스원의 몫인 것으로 간주하여 책임성이 분절되는 문제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공급하는 사회서비스가 어떻게 공공성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 역시 구체화해야 한다. 종사자의 처우가 좋아지면 서비스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안일하고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사회서비스원의 서비스는 어떻게 공적 서비스로서 공공성을 갖출 것이라는 원칙이나 방향이 법률에서도 제시되어야 한다. 가령 그동안 민간일변도의 공급구조에서는 단가가 안 맞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던 최중증 대상자나 경증 대상자의 구분 없이 보장한다든지, 농어촌이나 도서지역에서 소외되던 지역까지 서비스를 보장한다든지, 하루에 1회 방문밖에 안되던 서비스를 같은 시간이라도 당사자의 생활 상 필요에 따라 아침, 점심, 저녁 등 여러 번 방문이 가능하도록 한다든지, 밤까지 24시간 돌봄과 보호가 필요한 대상자를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순회서비스를 한다든지, 사회서비스원의 서비스는 기존 민간의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 지가 분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민간이 못했던 사회서비스의 공적 역할을 사회서비스원이 하려고 한다면 현재와 같은 독립채산제의 원칙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한다. 민간이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은 이윤추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동안의 정부 단가부터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서비스원이 종사자의 근로조건을 보장하면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공적 자원의 투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독립채산제는 일면 경쟁적 입장에 있는 민간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한데 이처럼 기존의 민간이 못했던 역할을 사회서비스원이 담당한다고 한다면 민간과 갈등하거나 경쟁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독립채산제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독립채산제를 유지한다면 사회서비스원의 사회서비스는 새로운 공공의 서비스라기보다는 공공의 이름을 쓰는 또 다른 민간의 서비스 이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선 공공 전달체계로서의 보건·복지서비스와 주민자치 활성화 사업을 분리시켜야 한다. 공적 책임성이 강화되어야 할 보건·복지서비스와 주민 주도성이 우선되어야 할 주민자치를 하나의 사업안에서 추진하는 것은 처음부터 맞는 정책설계가 아니다. 그러니까 결국 정부가 책임져야할 보건·복지서비스에 주민을 동원하는 모순이 사업 설계에서부터 배태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분리된 보건·복지서비스는 별다른 서비스 목적도 없이 일단 ‘찾아가는’ 무모한 행정낭비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보건·복지서비스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어떠한 ‘서비스’를 공적으로 보강할 것인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정신질환 치료를 받던 사람이 3년 가까이 방치되다가 방화와 살인을 저지른 사건에서 보이듯이 우리나라에 비어있는 지역사회 서비스는 여전하다. ‘찾아가는’ 서비스가 중한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서비스’가 중요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공적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읍·면·동과 같은 집행단위가 아니라 시·군·구와 같은 정책단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할 것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서비스의 파편성과 분절성의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에서는 읍·면·동과 같은 작은 집행단위에서는 단순 연계 이상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지방자치단체, 각종 공단, 민간 복지기관 등으로 분절되어 있는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와 같은 기관들이 배치되어 있는 시·군·구 단위에서 예산과 정책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조정이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확대되는 인력을 모두  읍·면·동에 집중 배치할 것이 아니라 시·군·구 단위에 일정 비율이상 배치하여 의미 있는 조정과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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