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5-27   4515

[심층분석2] 다문화가족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이숙진│대구가톨릭대학교 연구교수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다문화가족’은 비교적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다문화가족’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이주여성이 이룬 가족을 ‘다문화가족’으로 생각한다. 틀리지 않다. 그런데 ‘다문화가족=결혼이주여성가족’ 공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족’ 형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비롯해, 다문화가족과 결혼이주여성이 구성하는 가족에 대한 우리의 오해가 무엇인지를 2009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통해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결혼이주여성이 형성한 가족은 다문화가족의 일부이다

가족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가족은 무엇인가. 민법에서 가족을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는 매우 제한적이며 고정적인 단위로서 가족을 지칭하고 있어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가족은 동일 가구에서 생계를 같이하며 사는 사람들이라는 형식적 특징만이 아닌 정서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 내용적 특징이 있기도 하다. 때문에 혼인, 혈연 혹은 입양이 아닌 형태로 이뤄지는 다양한 공동체도 ‘가족’의 이름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가족은 하나의 고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유동적인 형태의 구성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특히,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정상가족(normal family)이라고 생각하는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보편적이지 않음을 통계청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2005) 인구총조사에서 나타난 가족형태를 살펴보면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가족은 우리나라 가족 전체의 42.2%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부모와 자녀 그리고 조부모와 손자녀 등으로 이뤄진 가족 비중은 9%이다.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로 가구 규모가 줄어드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1세대가구, 즉 자녀가 없는 가구는 16.2%이며, 1인가구가 20%를 차지한다. 1인 가구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리고 비친족가구도 약 1.1%나 된다. 비친족가구에는 입양가족, 동거가족, 공동체가족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다문화가족은 무엇이며, 어떤 가족을 말하는 것인가. ‘다문화가족’을 얘기하기 전에 ‘다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살펴보자.

다문화(multi-cultural)는 그야말로 각 문화가 다름(difference)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각기 다른 문화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존재하는 것으로서 단일문화(mono-cultural)의 상대적 개념이다. 다문화는 여러 문화가 각기 자기 고유 형태를 유지하면서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는 것인데, 서구에서 다문화주의는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와 공동체주의적 다문화주의의 두 흐름으로 크게 구분하기도 한다. 이들은 각각 보편적 인권문화와 문화적 본질주의로 나뉘고 있지만 이들 논의의 근저에는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의 정치, 다수자와 소수자의 정치(politics)가 자리 잡고 있다. 즉 다문화주의를 실현하는 가치 기반은 소수자 관점에서 평등 정치를 추구하는 인식론이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90년대 중반 이후 결혼이주여성의 증가가 다문화 논의를 촉발시켰고, 서구의 다문화주의와 같은 주체와 타자, 다수자와 소수자에 대한 이론적 통찰을 기반으로 두고 있지 않다.국제결혼으로 가족을 형성하는 이주여성들이 증가하고 이들 자녀와 가족구성원이 각기 다른 문화적 특성에 따른 갈등에 직면하면서 이를 통합적 차원에서 명명한 것이 다문화의 출발이었다. 즉 본래적 의미의 다문화보다는 매우 제한적 의미의 ‘다문화가족’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회적ㆍ문화적 소수자들의 삶의 양식이 존재하고 그러한 다문화가족에는 결혼이 주여성가족과 외국인 노동자가족을 포함하여 새터민 가족, 화교가족, 한센인가족, 동성애가족, 장애인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으며, 결혼이주여성가족은 다문화가족의 일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족을 곧 결혼이주여성가족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법률적 정의가 작동한 요인이 크다. 우리의 다문화가족정책은 서로 다른 국가와 민족 출신이 형성한 가족의 문화적 충돌을 사회갈등으로 인식했고 부계혈연 중심 가족이 결혼이주여성의 증가에 따라 균열이 생기자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족이라는 법률적 용어로서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법제화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가족을 “1. 결혼이민자(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재한외국인)와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 2. 귀화허가를 받은 자(귀화한국인)와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뤄진 가족”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정의는 한국 국적을 지닌 사람과 외국 출신 이민자의 결혼으로 이뤄진 가족만을 다문화가족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화교가족이나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가족, 그리고 귀화한 한국인 부부가족조차도 다문화가족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작동되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민자가족만이 다문화가족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족구성원의 상황에 따라 차별받고 소외되는 사회적 소수자로서 이뤄진 가족 유형을 보다 광범위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행위자이자 주체이다

국제결혼은 1995년 이후부터 증가했고, 2002년부터 매해 약 1만 건씩 증가하는 수준이었다가 2005년은 4만 2천여 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이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2-1> 참조). 2009년 기준 결혼이민자 여성은 11만여 명인 것으로 조사됐고, 결혼이민자와 귀화자의 자녀는 약 5만여 명이다(<표 2-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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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담론은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이며 성별화된 다문화정책과 관련된다. 한국의 다문화주의 논의와 정책은 △ 한국의 이주정책이 부계혈통주의에 기반을 둔 성별화된 국민 개념에 의해 추진되고 있고 초국적 조건에서 성별화된 국민통합의 통치기술로서 작동되고 있다는 점 △ 다문화 정책이 결혼이민자들의 사회재생산 기능을 위한 통치 기술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왔다(민가영, 2010). 이러한 국가 통치기술은 결혼이주여성이 국가의 다문화 정책, 일방적으로 다문화가족정책에 동화되고 통합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은 단순한 통치 대상이 아니며, 더불어 피해자로만 인식할 수 없다. 그들은 행동하는 주체며, 적극적 행위자로서 시민적 권리를 주장하고 확보하는 존재인 것이다. 행위자이자 주체로서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2009년 실태조사를 통해 살펴보자.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혼인은 27%이다

먼저 결혼이주여성의 혼인 경로에 대한 오해가 있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은 대부분 국제결혼 중개업체로부터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결혼이민자는 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이주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2009년의 실태조사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의 경우 27%만이 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배우자를 만났으며, 가족이나 친척의 소개, 친구, 동료의 소개, 스스로의 경우도 비슷한 비중을 보이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가족 내 폭력과 차별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는 결혼 중개업체의 비인권적이며 인신매매적 중개과정에 대한 비난이 이러한 중개과정을 거쳐 결혼한 이주여성에게 집단화된 낙인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고해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를 포함한 자본주의 사회 대부분의 결혼이 ‘낭만적인 사랑’으로 이뤄지는 자유연애의 결과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독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낙인은 이들이 중개업체를 통해 ‘사랑’이 아닌 빈곤탈출과 계층 이동이라는 경제적 동기를 가졌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혼중개업은 우리 사회 내에도 성행하고 있으며 아무도 이러한 혼인방식에 대해 집단화된 낙인을 부여하지 않는다.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빈곤의 여성화가 가져온 결혼이주여성의 증가를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의 구조적 측면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25.3%는 국적 취득 계획이 없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그들의 출신국이 상대적으로 GDP가 낮은 국가이며 이들의 결혼 이주는 출신국의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한국민으로 동화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이러한 오해는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민족적 우월주의와 동남아 국가에 대한 차별에 근거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집단화된 차별로 전환된다. 2009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의 31.8%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러나 그 밖의 결혼이주여성들의 국적 취득 계획 여부를 살펴보면, 국적 취득예정인 경우는 74.7%였고, 11.8%는 영주권만 취득할 예정이었으며 나머지는 예정이 없거나 모름으로 응답했다. 즉 25.3%의 여성결혼이민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다문화가족정책이 동화주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여성결혼이민자가 국적 취득이라는 절차를 통해 한국 구성원이 되고자 하지는 않는다. 다문화가족 정책은 ‘국적’을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을 한국 사회에 온전히 통합시키고 이들의 출신국에서의 지위와 차이, 문화적 특성 등을 한국민이 되는 것으로 통합시키고자 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 상당수는 출신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출신국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며 영주권만 획득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은 여성결혼이민자가 출신국과의 사회적ㆍ정치적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협상전략(이안지영, 2010)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전략을 선택하는 여성결혼이민자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한국 사회에 동화되는 존재가 아닌 다층적 정체성을 소유한 주체로 행위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86.2%가 일하기를 원한다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여성결혼이민자를 통해 인구문제 특히 저출산에 대응하고 돌봄 부재가 나타나는 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재생산 기능을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이다. 청년층의 결혼 연기와 출산 기피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특히 여성들의 일ㆍ가정 양립을 지원하지 않는 노동시장구조와 국가정책은 저출산 고령화사회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직장이냐 결혼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여성들은 소득활동을 선택하고 여성들의 가족 내 공백으로 인한 돌봄의 부재는 사회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한국 사회의 세대재생산과 사회재생산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결혼이주여성의 유입으로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려 하고 있으며, 인구정책과 사회재생산 정책의 일환으로 다문화가족을 관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역할 기대는 가부장적 국가의 전형적 모습으로 사뭇 시대착오적이며 비현실적이기조차 하다. 2009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들의 86.2%는 취업을 희망하고 있으며,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취업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74.7%나 되었다. 이들은 이미 경제활동의 경험을 가진 소득자였다. 또한 이들이 구성한 다문화가족은 월평균가구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60.1%나 되었고, 5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1.8%에 불과했다. 결혼이주여성은 경제적 필요를 느끼는 가구구성원이며 그런 점에서 이들은 취업을 통해 소득활동을 하고자 하며, 현재 일하지 않는 이유는 50.7%가 자녀양육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혼이주여성의 상황은 선주민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주목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을 통한 출산율 제고 역시 국가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난다. 여성결혼이민자의 평균 현존 자녀수는 0.9명으로, 자녀가 없는 경우도 38.3%나 되었다. 결국 결혼이주여성이 선주민 여성들과 다른 욕구를 가진 차별화된 존재로서 전통적인 성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결혼이주여성이 처한 가족상황과 이들의 존재 조건을 간과한 국가의 실패한 통치기술이다.

다문화가족정책의 전환

다문화가족정책이 국가의 사회재생산을 위한 통치 기술로 작동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결혼이주여성은 점차 초국적 공간에서 정치력을 작동시키는 주체이자 행위자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가족관계에서부터 사회관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시민적 권리를 획득하는 세력화로 가시화될 것이다. 진정한 다문화가족정책은 이들 욕구에 근거해야 하며 동시에 이들을 낙인화하거나 피해자화하는 정책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여성결혼이민자를 비롯한 다문화가족정책은 지원과 보호의 시각에서 이들의 역량강화를 통한 행위성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민가영(2010), “다문화정책과 결혼이민자 여성 간의 상호차용 과정”, 한국여성학회 제2차 학술포럼.
이안지영(2010), “한국 정부의 사회통합 전략과 결혼이주여성의 시민권 협상: 영주권 취득한 결혼이주여성을 중심으로”, 한국여성학회 제26차 추계학술대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외(2009), 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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