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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3
  • 2003.06.09
  • 1158
얼마 전 택시노동현장에서 세 가지 사건이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었다. 하나는 서울의 한 택시노조위원장이 노조탄압에 항의해 음독 자살한 사건이다. 위원장은 벽보를 게시해 [책임만근제 폐지], [일일도급차량 폐지]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또 하나는 서울의 택시노동자가 회사사무실에 가스통을 들고 들어가 농성하던 중 경찰특수기동대의 강제진압과정에서 발생한 가스폭발사고다. 월차휴가를 청구했으나 회사가 불허했고 오히려 징계회부를 하였다고 한다. 또 하나는 청주의 한 택시조합원이 회사와 사납금 인상에 합의한 노조위원장을 식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그는 경찰에 연행된 직후 '택시노동자가 얼마나 불쌍한지 아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왜 이런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는가? 물론 그들의 극단적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단순히 우발적 사건으로 보기에는 그 배경과 동기가 심각하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4년 서울 민경교통 박종만 열사 분신에서 현재까지 20명이 훨씬 넘는 택시노동자들이 죽음으로 항의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택시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했다. 사업주의 비인간적 횡포와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 잘못된 택시제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노예같은 도급제·사납금제 철폐와 완전월급제 실시를 외쳤다. 최근 사건들은 택시노동자의 절망적인 고통과 분노가 폭발 직전임을 암시한다. 얼마나 참혹한지 그 실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택시사업주

지입제·도급제·사납금제 등 과거 택시임금제도는 1997년 9월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택시운송수입금전액관리제(이하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승객에게 받은 택시요금 전액을 수납하도록 법률로 의무화함으로써 사납금만 책임납부하고 초과수입금을 개인수입으로 취하던 기존 제도를 변경해야 했다. 전액관리제는 택시업계의 불법경영을 근절하고 경영투명성 확보와 월급제로 운전자 처우를 개선하여 서비스를 개선할 목적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법에서 수입금의 수납방법만 정하고 하위 법령으로 위반기준과 처벌기준을 정하고, 운송수입금 전액수납 후 급여는 노사합의에 맡겨졌다. 사업주는 월급제를 거부하였고 건교부와 지자체는 전액관리 위반업체 처벌을 기피하였다. 총파업 등 6년간 치열한 투쟁으로 월급제를 쟁취한 민주택시연맹 외에는 대부분 사납금제로 1998년과 2001∼2002년 2차례의 택시요금인상은 오히려 사납금만 대폭 인상시키고 말았다.



생산고(운송수입금)에 의존한 도급제·사납금제

도급은 민법상 일의 완성을 조건으로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을 의미하지만, 택시도급제는 도급료를 책임 납부하고 초과수입금을 운전자 개인수입으로 취하는 것을 말하며 급여가 있으면 사납금제, 급여조차 없으면 도급제로 구분한다. 즉, 사납금제나 업적금제역시 변형 도급제다. 전액관리제 위반인 도급제는 사업정지 60일 처분을 받으며 근로기준법에도 위반되지만 정부의 처벌 기피로 방치되었다. 노동시간이 아니라 생산고 즉, 수입금에 의해 노동자의 몫이 결정된다는 점은 여객운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근원이 된다. 전국택시 1/3을 점하는 서울의 택시노동자들은 90% 이상이 도급제(사납금제)이며 승무 중 가장 큰 애로사항이 사납금에 대한 압박감(56.1%)이라고 답변하였다.

< 표1 > 서울시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의 승무 중 가장 큰 애로사항

- 한국노동연구원 2001.12월 (택시업종의 바람직한 임금제도 연구)



갈수록 늘어나는 장시간 노동

택시노동자는 전 산업 월평균 노동시간보다 무려 70시간이상을 더 일한다. 노동시간이 줄고 있는 타산업과 달리 갈수록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주5일제는 현행 도급제(사납금제)가 유지되는 한 그림의 떡일 뿐이다. 오히려 택시사업주들이 법정노동시간만 일하라며 근무시간을 통제해 수입감소와 생계곤란을 야기함으로써 사납금 인상을 관철하는 탄압수단으로 악용할 정도로 참혹한 현실이다. 택시는 1대 당 2.5명의 인원이 1일 2교대로 운행하여야 정상이지만, 1인 1차제·격일제·복격일제 등 비정상적인 교대근무로 인한 장시간 노동이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

< 표2 > 운수업과 전 산업 월 평균 노동시간 비교

- 배규식, 자동차운수업의 노동시간단축방안 2002.12(노동부 매월노동통계보고서 인용)

< 표3 > 택시노동자의 연도별 노동시간 증가 추이

- 한국생산성본부(1988), 한국산업경영연구소(1996, 1997), 서울시(1999, 2000), 민주택시연맹(2003)

열악한 저임금과 막대한 손실임금

택시노동자의 임금은 전 산업은 물론 철도·지하철 등 궤도노동자나 버스노동자와 비교도 안 된다. 통계청이 2002년 10월 발표한 운수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택시노동자 1인 월급은 67만원이다. 1년 이상 근속자가 만근하면 7대 도시는 60∼90만원, 도 단위는 30∼60만원이고 도급제는 급여도 없다. 그나마 저임금마저 유실된다. 운송비용을 전가해 막대한 손실임금이 수시로 발생한다. ▲사납금 미달 ▲유류비(LPG)·차량수리비·세차비·호출운영비등 차량운행비용 ▲사고비·각종 교통범칙금 ▲신차·자동변속기 등 차량시설 구입비(사납금 차등부담) 등등 온갖 다양한 형태로 갈취 당하고 있는 것이다.

< 표4 > 2002년 운수업종 및 전산업 임금 실태

- 택시는 통계청 2002.10 운수업 통계조사결과 중 피고용자 1인당 월 급여액.

< 표5 > 서울시 법인택시 운전자의 사고비·벌과금 부담 및 차종별 사납금 차등부담 현황

- 한국노동연구원 2001.12월 (택시업종의 바람직한 임금제도 연구)

과로와 만성질환, 살인적인 교통사고율

도급제(사납금제)로 인한 장시간 운전은 만성과로와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장시간 운전·야간 운전·휴식 부족·불규칙한 식사·긴장의 연속·교통 체증과 배기가스·소음 공해 등으로 졸음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해 교통사고와 혈압장애·과로사의 원인이 되고 관절염·위장병·신경성 질환·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매일 장시간 고정자세로 같은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최근 사회문제화된 근골격계 질환도 심각하여 이에 대한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법인택시의 교통사고율은 전국적으로 20%가 넘고 서울은 40%에 육박해 시내버스와 함께 최고를 다투고 있으며 대당 5명이 최대 승차 인원임에도 사업용 자동차 중 가장 많은 사고건수와 사상자를 기록하였다. 사고건수는 시내버스의 2배, 사망자는 1.5배, 부상자도 2배가 넘어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전락하였다. 특히 동일업종인 개인택시와 비교할 때 사고율은 10배, 사고건수·사망자·부상자는 모두 6배가 넘어 택시노동자의 열악한 조건이 교통사고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법인택시의 교통사고가 매월 20명 이상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음을 정부는 직시하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표 6 > 사업용 자동차 교통사고 현황

- 경찰청, [2001년 도로교통안전백서], 2001. 11

운수업의 노동시간제도, 국제기준에 현저히 미달

국제노동기구(ILO)협약 및 권고와 유럽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운수업의 노동시간을 규제해왔다. ILO협약과 권고는 1979년 운수노동자의 정상노동시간 1일 8시간·주 40시간, 최대 노동시간 1일 9시간·주 48시간 이하, 최대 연속근로는 1일 5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등 운수노동의 안전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근로기준법 제58조는 노사간에 합의만 하면 법정연장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특례업종에 운수업을 포함시켰다. 국제기준에 반하여 운수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의 사지로 내모는 가히 야만적 제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운수노조들의 요구를 반영해 근로기준법 제58조 삭제를 요구안으로 채택하였다.

< 표7 > 운수노동자의 노동시간에 관한 국제기준

노동조건만큼이나 참혹한 복지수준

- 연간 1천억원의 부가가치세 경감분은 어디로 갔나?

정부는 지난 1995년 7월부터 현재까지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복지 혜택에 전액을 사용하라며 법인택시의 부가가치세를 50% 경감해주었다. 이렇게 절감된 금액이 연간 1천억원이 넘지만 실제 택시노동자에게 돌아온 것은 30%도 안 된다. 정부가 경감만 해주고 사용은 노사간에 내맡긴 결과 사업주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나올 줄 모른 채 착복되어 왔다. 처우개선에 사용하지 않으면 행정처분 대상이 되지만 처분건수는 8년 동안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택시를 이용하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가 법조차 집행하지 않으면 1천억원이 어디로 새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택시노동자에게 임금 외의 복지혜택은 고작 4대 보험과 단체협약에 규정된 야유회·작업복·중고생 학자금이 전부이다. 그나마 단협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학자금도 사납금 인상 관철을 위한 탄압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노동위원회 사건 중 택시가 30∼40%에 달할 정도로 부당 해고와 부당노동행위·단체협약 불이행이 극심하다. 취업등록도 못하고 급여도 없는 스페어기사나 도급기사는 그나마 4대 보험조차 등록되지 않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혜택도 없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지역가입자로 남아 있다. 2002년 6월 인천노동청 자료에 따르면, 주요 20개 업체 택시 1대당 고용보험 등록인원이 1.3명에 불과하고 상당수 회사는 등록인원이 보유대수에 미달할 정도였다. 택시 1대 당 적정인원인 2.5명과 비교할 때 무려 50% 가량이 고용보험에 등록되지 않은 도급제로 추정되는 것이다.

택시업계의 극심한 인력난과 고용불안

이렇게 참혹한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복지수준은 택시를 취업기피대상인 3D업종으로 전락시켜 운전자 부족과 운휴차량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전국에 택시운전자격증 소지자가 100만명으로 넘쳐 나지만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사업주들은 운휴율 30%가 넘는다며 정부에 택시운전자격을 현행 1종에서 2종 면허로 확대하고 외국인 고용도 허용하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택시를 대학생 아르바이트직과 외국인 직종으로 전락시켜 인건비만 대폭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여객운송의 공익성과 택시서비스는 안중에도 없는 발상이다.

IMF 직후 택시는 실업인력이 대거 몰려 전국 어디나 100% 가동되는 최대호황을 누렸다. IMF로 택시노동자는 승객이 없어 사납금도 못 채워 고통에 시달렸지만 사납금을 꼬박꼬박 챙긴 사업주에게 택시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양질의 실업인력이 떠났고 그나마 택시를 지켜온 인력마저 콜밴으로, 대리운전으로 떠났다. 연도별 서울시 법인택시 운전자 고용 현황을 보면, IMF 직후 1999년 100% 충원된 인력이 2000년부터 불과 1년만에 감소하기 시작해 2002년 12월말 적정인원에 11,791명이 모자라고 있다. 2000∼2002년에는 퇴직자가 입사자보다 많아져 갈수록 늘어나고 매년 적정인원의 50%가 넘는 3만여명이 퇴직하고 있다.

결국 지금 택시사업주들이 겪는 인력난은 자업자득이다. 월급제를 시행하는 민주택시연맹 사업장은 대부분 인력난을 겪지 않고 있다. 월급제는 동일한 수입금을 납부해도 사납금제보다 30∼50만원이나 임금이 많다. 열악한 노동조건이 인력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운수노동자 보호법 제정으로 노동시간에 상응한 생활임금 보장해야

고질적인 택시문제를 해결하려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택시노동자의 임금 등 노동조건과 복지수준의 개선, 경영투명성 확립과 건전경영의 육성, 서비스 경쟁과 개선이 가능한 면허제도의 개혁과 업계 구조개편, 친절하고 안전한 택시서비스 개발, 택시개혁종합대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 제도개혁과 집행을 책임질 정부의 문제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의 편익 즉,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노동자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일한 만큼 생활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의 택시노동 현장은 양질의 서비스만 강요하기에는 너무나 참혹하지 않은가?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빚어진 물류대란은 운수노동의 특수성과 참혹한 현실에 특별한 대책이 절실함을 보여주었다. 택시와 버스, 화물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살인적 노동강도는 운수노동자의 공동문제다. 근로기준법 제58조와 같은 악법이 노동시간에 의한 생활임금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은 운수관련 공약이 거의 전무해 운수분야의 반칙과 특권을 근절하는데 소홀하고 운수개혁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반칙과 특권을 없애겠다던 노무현대통령은 운수노동자의 고통이 폭발직전임을 직시하고 일한 만큼 노동시간에 상응한 생활임금을 보장받고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제도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58조를 삭제하고 운수노동자 보호법을 속히 제정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전액관리제 강화 법안(이호웅의원 외 25명 발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법률안)을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법인택시 면허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건전업체 중심으로 업계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노무현대통령은 택시제도개혁을 하루속히 서둘러주기 바란다.

김성한 /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 kimsh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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