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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3
  • 2003.02.10
  • 661
1. 석탄광업과 탄광지역의 어제와 오늘

국내 유일의 부존에너지원인 석탄은 그간 국민연료로서 그리고 산업의 원동력으로서 큰 역할을 해 왔다. 태백지역은 석탄 개발이 본격화되었던 지난 60년대를 시작으로 한국석탄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태백지역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읍으로, 다시 시로 승격하는 급격한 도시성장의 과정을 거쳤고, 인구 12만 명에 이르는 강원남부권의 중심 도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5공화국 정부에 의해 석탄증산정책이 펼쳐지면서 태백탄전지구는 유래 없는 활황을 맞았다.

그러나 이러한 석탄증산정책은 오히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무리한 생산독려, 수입탄의 도입, 80년대 중반의 겨울철 이상고온현상과 국제유가의 하락, 최대 소비처였던 수도권지역에서 도시가스로의 생활에너지 대체 등으로 국내석탄업계는 그 성장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사양화에 접어들었다.

결국 석탄산업의 조기 사양화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사양화의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현상에 대한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이다. 88년에 347개에 이르던 석탄광은 합리화사업이 시행된지 불과 2년만인 92년에 66개로 전체 탄광의 81%가 문을 닫았고, 시행 12년째인 2002년 현재 전국의 가행탄광은 7개소에 불과하다. 태백시의 경우 45개에 달하던 탄광 중 93%가 문을 닫고 현재 3개의 탄광만이 남아 있으며, 20,000여명이던 탄광근로자도 2,000여명으로 90%가 감소하였다. 당초 연차적으로 줄여나가서 국내 가행탄광을 20개소로 하여 국내 석탄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겠다던 당초의 정책목표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이러한 정책실패는 석탄산업을 경제기반으로 삼고 있던 태백시를 비롯한 강원남부의 정선(고한, 사북), 삼척(도계)의 태백탄전지구를 일시에 몰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태백시는 합리화정책이 시행된 후 인구의 36.4%가 감소했으며, 화전, 철암 등 탄광이 밀집해 있던 태백시 일부지역은 지역공동화(地域空洞化)현상이 가속화되었다.

<표> 태백지역의 인구추이



자료 : 태백시 통계연보, 각년호

그러나 노동능력이라도 있고 일자리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나은 편에 속했다. 진폐증과 산재로 불구가 된 산재근로자들, 40대∼50대의 중·고령 실직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폐광의 깊은 그늘 속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원남부의 시·군 지역 주민들은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체산업의 유치를 비롯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고, 그 결과 1995년에 "폐광지역개발에관한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특별법에 의해 내국인 출입의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설립되었고 그 밖의 대체산업의 유치와 관광개발사업을 위한 다양한 계획들이 추진 중에 있다.

2. 탄광노동자의 복지현실

석탄광업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80년대 초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탄광에 목욕탕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탄광노동자들을 위한 기업의 후생복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비교적 규모가 컸던 탄광은 정부의 보조에 의해 80년대 초부터 목욕탕을 가동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영세탄광들은 목욕탕조차 없이 "고야"(古屋)라고 불리는 탄광근로자들의 대기실에서 세숫대야에 물을 적당히 데워서 얼굴이나 씻고 귀가를 해야 했다. 지친 몸을 소주 한잔으로 풀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정의 안락함보다는 내일의 노동을 위해 억지 잠이라도 청해야 하는 실정이다. 말이 사택이지 10평도 채 안 되는 면적에 두 칸의 방과 조그만 부엌이 딸린 4인치 블록조 슬레이트 지붕이 전부이다. 생활편의시설이라고는 마을 단위로 1개의 공동수도와 5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이 전부였고, 하수도는 처음부터 없었다. 비나 눈이 내리면 동네주변의 거리는 새카만 탄 먼지와 범벅이 되어 발목까지 빠질 정도여서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사는 곳"이 탄광촌이었다. 삶의 여유를 찾을 문화적 공간보다는 탄광노동자들의 얇은 지갑을 노리는 유흥업소가 즐비했고, 앞뒤로 버티고 선 높은 산과 검은 하늘이 광산촌의 삶을 더욱 썰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탄광촌은 폐광으로 인해 거리는 깨끗해졌고 탄광근로자들의 삶의 역사를 간직한 채 산더미같이 쌓여 있던 검은 폐석더미도 푸르른 숲으로 덮여가고 있다. 하지만 탄광노동자가 아닌 "폐광실직자"로 전락한 그들은 복지국가의 이상보다는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또 그러한 삶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사회복지의 목표요 실천과제라고 한다면 지금 폐광촌은 여전히 복지를 얘기하기에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재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소년소녀가장 및 한부모가정 그리고 무의탁 노인세대를 위한 무료양로원과 노인전문요양원, 재가복지사업의 활성화 등 적절한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폐광실직자의 문제와 재가진폐환자의 문제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나 지역개발과의 상관관계로 인하여 쉽게 해결되지 못한 채 지역의 가장 큰 복지과제로 남아있다.

먼저 폐광실직자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폐광 이후 10여 년간 지속되고 있는 폐광근로자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미 5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현재 가행되고 있는 탄광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도 계속되는 석탄감산정책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새로운 실직자군(群)으로 속속 편입되고 있다. 지역경제를 떠 바쳐줄 것으로 기대했던 대체산업의 유치도 지지부진하고, 고원관광도시를 지향하며 수립된 대규모의 관광개발계획도 민자유치 등의 문제로 인해 쉽사리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많은 폐광실직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다음으로 죽음의 직업병으로 불리는 "진폐증" 환자들의 문제가 있다. 진폐환자들은 진폐증과 관련한 법과 제도의 한계로 인해 극히 일부만 요양과 치료 및 요양급여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대다수는 이른바 "재가진폐환자"로 남아 허름한 사택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재가진폐환자들의 현황은 공식통계에는 아예 잡히지 않고 있고, 전국 진폐재해자협회 조차도 이들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지역의 복지기관의 조사를 통해 그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한국사회의 평균적인 복지혜택조차도 받지 못하고 살아온 지난날은 고사하고라도 이제는 제대로 된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아야 함에도 지역경제의 위기는 또 한번 그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힘든 삶으로 내몰고 있다.

3. 전망

강원랜드가 스몰카지노에서 메인카지노로 확대 운영되면서 각종 용역사업에 폐광지역의 실직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고용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대책은 보안이나 일정한 기술을 요하는 호텔청소 등의 분야에는 40∼50대 중·고령 실직자의 고용 기피 등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 동안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비롯한 공공근로에 취업을 하여 기본적인 생계유지기반은 마련되었으나 2003년도부터는 공공근로사업이 대폭 축소되면서 이들이 설 자리는 더욱 막연해졌다.

그러나 그 동안 차상위계층의 참여가 상당부분 제한되어 빈곤의 예방적 기능을 담당하지 못했던 각종 자활지원사업이 2003년부터는 차상위에 대한 참여의 기회가 크게 완화되어 소득인정범위의 120%∼150%에 있는 폐광실직자들의 참여를 위한 사업 추진이 적극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0여명으로 추정되는 폐광실직자 모두를 고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지역개발의 성과에 따라 지자체와 협력하는 "작은 일자리 만들기" 등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재가진폐환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진폐환자 5개년 계획이 추진되고 있고, 이 계획에 의거하여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을 1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태백에 설립하는 계획이 올해 초에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이 입원요양이 가능한 요양환자중심이어서 좀더 많은 재가진폐환자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 11급까지로 되어 있는 진폐장해등급을 13급까지 신설하여 비교적 장해가 약한 진폐증환자(대부분이 재가진폐환자들임)까지도 요양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과 요양승인의 기준이 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순환기 질환까지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태백지역에 설립되는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의 기능을 수용중심의 기능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고 태백지역을 비롯한 인근 강원남부지역의 재가진폐환자들까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재활 및 자활프로그램과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센터의 기능까지 포함해야 한다. 아직 이 시설의 세부적인 기능과 프로그램의 방향이 설정되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사회복지부문의 지원기능이 포함되어야만 실질적인 진폐대책사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및 시민단체, 복지관련단체의 적극적인 해결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응호 / 태백자활후견기관 관장, ehwon21@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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