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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3
  • 2003.07.06
  • 641
성장론자들은 이른바 파이론을 금과옥조로 생각하고 있다. 파이론이란 파이를 크게 만들어야 나누어 먹을 수 있으므로, 우선 파이를 크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지, 나누어 먹을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매우 명쾌한 논리로 나눔의 정신을 강조하는 복지론자들을 한 칼에 베어 버리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어져 왔다. 근래에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자 파이론은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들은 국민 소득 1만 달러 시대를 넘어서 2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더욱 더 허리를 졸라매고 파이를 키우는데 전념하여야지 그렇지 않고 분배와 복지에 신경을 쓰다가는 남미국가들의 실패를 본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파이론에 대한 일반의 반응은 대체로 그 말이 옳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파이론에는 하나의 함정이 있다. 그 함정이란 다름이 아니라 파이를 크게 만들어야 분배의 몫도 크다는 말이 지니는 단순성의 함정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파이를 만들기 이전의 환경과, 파이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파이를 만든 후 그 결과에 대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일정한 약속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파이를 만들기 이전의 환경과 과정,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하여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약속이 가급적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당위적인 주장과 관련되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기분 좋게 즐거운 마음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 사회복지인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이 파이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사회복지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이 될 터이다. 기업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 직업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주고, 건강보험을 확대하여 언제든지 질병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고용보험을 통하여 실업의 위험에 대처하고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해에 대비하여야 하며, 정년퇴임 후 노후의 위험에 대비하는 연금제도를 충실하게 운영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평상시의 임금이 무엇보다도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에 충분하여야 한다. 나아가 기업의 운영을 투명하게 하여 근로자들이 회사의 상태를 평소에 잘 파악하고 있다면 특별히 임금투쟁을 해야할 일도 없을 것이다. 2차대전 후 패전 독일이 일찍부터 근로자대표를 경영에 참가시킴으로써 근로자와 사용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면서 라인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성장과 복지는 함께 가야 하는 것이지, 결코 선성장 후복지의 길이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의 키가 아무리 커도 2미터를 넘기 힘들다. 모든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말할 수밖에 없는 인류의 발전단계는 성장주의자들에게 반성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반성과 경고의 메시지가 단지 사용자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주의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들도 사용자집단과 같이 생산자집단의 범주에 드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국가전체를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집단이기주의의 너울을 벗어 던지고 과감하게 사용자와 정부와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기에 앞장서야 한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나면서 노동조합의 파업 등이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다. 1980년대의 노동운동이 임금인상을 주로 하는 것이었다면, 그리고 이번 노조의 파업 등은 제도와 시스템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그만큼 노동운동이 성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집단이기주의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집단이기주의의 발호를 막고 책임 있는 사회단체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용자집단과 근로자집단이 각각 중앙집중화된 조직을 갖추고 정부와 함께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공익을 도모해 나가는 사회합의주의(social corporatism)를 시스템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기존의 노사정위원회의 법적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하여 주요 사회경제적 현안에 대한 결정을 하고 또 책임지고 실천하는 체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만약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대할 수 없는 일이라면,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시도해볼 일이다. 그것도 못한다면,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같은 사회복지의 영역에서 만이라도 참여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사회합의주의적 참여복지 체제의 마련을 위한 노력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본다.

최경구 /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ckg1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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