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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7
  • 2007.07.01
  • 1555
파파쿼터제 도입과 아이 돌볼 권리의 실현

천준호 KYC(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

우리사회에서 아버지는 ‘아이와 놀아주지 않는 아빠’ ‘육아와 가사에 무관심한 아빠’로 인식되어 있다. 그 배경에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 치열한 경쟁, 직장문화가 있다. 수많은 아버지들이 적어도 육아와 관련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삶을 살고 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아버지의 기본 ‘의무’이자 ‘권리’라는 측면에서 ‘불량아빠’가 양산되는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절실하다.

KYC는 지난해 직장인 남성 100여명과 함께 파파쿼터제 도입과 육아휴직제도 개선을 위한 시민행동의 하나로 정기국회가 열리는 4개월 동안 피임하겠다며 출산파업을 선언한바 있다.

이른바 ‘불량아빠’가 양산되는 사회적 환경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의 육아휴직 1개월 사용을 의무화하는 파파쿼터제 도입을 촉구하고 그 절박한 필요성을 알리고자 출산파업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아이 돌볼 권리를 위해 아이 낳기를 일시 유예한 것이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만 3세가 되기까지 영아기에 갖는 부모와의 유대감이 뇌세포 발달과 인성, 사회성 형성의 기초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시기에 대개의 아빠들은 아이를 돌보며 사랑을 나눌 기회를 상실함으로서 자녀와 유대감 형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자녀의 아동청소년기까지 지속되면서 가족 내 아버지 소외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영아기 아동에 대한 부모의 직접 양육 실현은 부모에게는 기본권에 해당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가정 내 갈등 심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발생을 예방하는 장기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현행 육아휴직제도는 배우자의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와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2006년 육아휴직 사용자 13,670명 중 남성은 230명에 불과하다. 2006년 출생한 신생아가 450,000명임을 고려할 때 현행 육아휴직제도에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은 유명무실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2005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74%가 아버지 육아휴직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낮은 육아휴직 수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육아휴직 사용을 기피하는 직장문화, 인사고과 불이익 우려, 양(兩)부모 양육에 대한 낮은 인식 등의 이유로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사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부부의 90%가 맞벌이를 하고, 30대 부부의 63.2%가 맞벌이라는 조사가 있다. IMF를 거치며 남성이 혼자 벌어 생계를 부양하는 형태에서 부부가 함께 벌어 생계를 부양하는 형태로의 변화가 일반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휴가제도와 보육환경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과거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하면서 자녀를 출산하고 키워야하는 20~30대는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삶의 질이 저하되고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파파쿼터제란 일반적으로 육아휴직의 일정기간을 반드시 남성이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의 육아휴직기간 12개월 중 아버지에게 일정기간을 할당하는 방안은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사용가능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기존 12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에 남성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1개월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파파쿼터제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육아휴직급여의 현실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의 육아휴직기간 최초 1개월에 대해서는 평상시 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 그 이후의 기간은 당분간 정액제로 하되 소득대체율 100%를 목표로 점차 현실화 되어야 한다. 육아휴직급여의 재원은 누적적립금이 2005년 말 기준으로 9조 1197억원인 고용보험으로 지급하되, 이후 추가비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정부·사업자·근로자가 일정비율로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만약,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절차에 따라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사유서 미제출시 기업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의무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해 11월 김형주의원을 비롯한 여야의원 26명이 남녀고용평등법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 남성 육아휴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지방노동사무소에서는 신생아가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조회를 통해 육아휴직자격이 발생한 남성근로자를 해당 사업주에게 통지하여 육아휴직사용을 신청하도록 한다. 이때 사업주는 남성근로자와 육아휴직기간을 협의해 관할 지방노동사무소에 회신해야 한다.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는 절차는 기존과 같이 남성근로자가 회사로부터 육아휴직확인서를 발급받아 지방노동사무소에 제출하면 육아휴직개시일 기준으로 평균임금 100%를 고용보험재정에서 지급받게 된다.

아버지들의 아이 돌볼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 변하와 더불어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KYC는 ‘아이 키우는 아버지 학교’를 개설해 ‘아이의 발달 과정’, ‘놀이’, ‘영양’, ‘내 아이에 맞는 육아방법’, ‘산모 돌보는 법’ 등을 알아보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버지들에게 육아참여를 위한 동기와 방법을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교육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업차원에서는 육아휴직사용으로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와 육아휴직 사용자가 있는 부서나 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공기업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기적으로 선출직 공무원, 고위 공직자 신상정보 공개내역에 육아휴직 사용 여부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파파쿼터제가 도입되면 아버지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대폭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에서는 아버지 육아참여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성에게 치우쳤던 기존 육아문화에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혼율도 줄어들고 기업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육아에 적극적인 아버지상’이 세워지고 아이들의 인성형성과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육아휴직 확대가 더 시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 육아휴직 활성화가 가져올 파장은 직장 내에서 남 여 모두의 육아휴직 확대와 필수적인 산전후휴가 사용을 위한 정서적 기반을 형성할 것으로 생각한다.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을 이유로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지만, 필요성과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제도를 먼저 도입한 후 수혜의 폭을 넓히고 기업에 대한 지원책과 감독 강화를 병행하여 보완해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과 사회 전체에 큰 이득이 될 것이다.

파파쿼터제 도입 요구와 출산파업 선언은 유명무실한 출산육아관련 휴가제도와 미흡한 보육환경의 개선을 바라는 요구와 20~30대의 자구적인 행동양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이러한 요구가 집중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정책으로 수용되며 실현되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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