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1-10   694

2003년 복지분야 전망과 과제

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났고 노무현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노무현 후보의 공약은 친 사회복지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DJ정부 하에서의 사회복지정책의 변화는 해방 이후 50년간의 변화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것이었다. 생활보호제도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변경하고, 국민연금의 적용을 확대하고, 의료보험을 통합하여 건강보험제도로 바꾸고(물론 재정통합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을 확대하여 기본적인 사회복지제도의 골격을 갖추고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한 것은 이 시기의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의 사회복지정책의 변화는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과를 부정할 수 있을 정도의 문제점도 동시에 드러냈다. 우선은 국민연금의 확대와 건강보험의 통합에 대한 지속적인 저항이 있었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부담의 형평성과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의 부족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기도 하였다. 건강보험도 보험료부담의 형평성, 보험료와 자기 부담 대비 급여의 부적절성 등을 이유로 통합에 부정적인 태도가 많으며, 의약분업 이후 나타난 재정적자는 의약분업과 건강보험의 통합을 부정하기까지 한다.

노무현 당선자는 기본적으로 김대중정부에서 시행했던 사회복지정책의 기본 골격을 계승, 발전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누차 확인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복지정책의 성과를 부정하는 그런 정책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약들을 살펴보면 성장 중심이라기보다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중시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복지예산 확충 GDP 대비 13.5%까지 확충, 4대 사회보험의 재정기반을 확충하고 사각지대의 해소, 사회복지인프라 확충,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 개선, 공공보육의 강화 등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을 고려한다면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를 제외한 과거 정부와는 달리 비교적 친 사회복지적인 입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것은 김대중 정부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면서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지지를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우선은 공약에서 밝힌 정책들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에서도 사회복지정책이 구두선에 그치고 만 것은 정책 시행에 필요한 재원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원의 조달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분야이다. 따라서 공약에서 제시한 사회복지 정책들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와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의 경험으로 인해 정부와 정부로부터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약한 편이다. 복지정책들은 곧바로 현재화되는 것도 있지만 국민연금처럼 미래에 현재화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 집행 단계에서의 왜곡을 방지하여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사회복지인프라의 구축 등과 관련된 사업은 그 대상과 내용의 방대함 때문에 성공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견실한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준비의 어려움을 이유로 집행을 연기하거나 기피해서도 안되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성과를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증으로 부실하게 집행해서도 안 된다. 사실 DJ 정부 하에서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과 관련된 파동들은 이러한 준비부족에 기인한 것이 크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또 하나는 관련된 이해관계 집단(그것을 이익집단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적 사회에서 이러한 이해관계는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다만 이러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익집단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어야 한다.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문제점을 양산하게 된 것은 타협에 의한 조정이 아니라 불합리한 요구로 누더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은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불러 왔던 것이다.

항상 위험과 기회는 동시에 나타난다. IMF로 인한 경제위기가 사회복지제도의 정비를 위한 기회로 나타났지만 이것이 다시 집행단계에서 왜곡의 위험으로 나타났던 것처럼 노무현 당선자의 집권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 방향에 대한 제시와 함께 강력한 견제의 기능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김종해(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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