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03-01   868

충분한 사회적 합의보다는 봉합 수준의 노인장기요양보장법 제정 과정과 내용

충분한 사회적 합의보다는 봉합 수준의 노인장기요양보장법 제정 과정과 내용

조경애/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1.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임박

지난 해 정기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여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의 의의는 무엇보다 장기요양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보호서비스를 제도화함으로써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중인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데 있다. 그동안 저소득층 중심의 제한적인 노인복지서비스를 전체 노인에 대한 보편적인 서비스로 전환하는 의의도 지니고 있다.

정부는 2003년부터 제도 설계와 연구에 착수하여 2005년에 입법예고를 거쳐 2006년 2월에 정부안을 발의하였고 열린우리당 김춘진의원, 장향숙의원, 한나라당 안명옥의원, 정형근의원, 민주노동당 현애자의원의 의원발의법안, 그리고 한나라당 고경화의원의 입법청원안까지 모두 7개의 법안이 제출되어 국민의 관심은 물론 제정법안에 대한 각 당과 의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제도 도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부정책을 모니터하였으며 2006년 4월 19일 ‘장기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요양보장연대회의)’를 결성하여 제도에 대한 정책연구와 홍보, 법제정 과정에 적극 개입 활동하였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제도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2008년 7월부터 모든 국민이 장기요양보험료를 내면서도 그 대상자는 중증의 일부 노인에 국한되고 이용자의 부담이 커서 정작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제도에 대한 불만과 실망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이에 법 제정과정과 그 내용을 파악하고 이후 제도의 올바른 도입과 준비를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 법안 심의과정과 주요 쟁점

지난 해 정기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는 9.18일 장기요양보험법(안)을 상정하고 11.2일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공청회에서는 수급자의 범위, 관리운영주체, 재원부담 등 세 가지 중요 쟁점에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 장애계와 노인회, 노동계와 경영계의 진술을 진행하였다.

이어 11.7일 법안심사소위 1차 심사부터 주요 쟁점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11.22일 2차 심사에서는 서비스제공 관련 단체들의 진술을 듣는 간담회를 진행한 후에 국가 부담 및 본인부담 문제, 장애인 포함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11.27일 3차 심사에서는 본인부담율을 시설은 20% 재가는 15%로 하고, 재원에 대한 국가 부담은 보험료의 20%로 명시하기로 합의하였고, 관리운영주체인 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의 역할과 그 외 세부 조항에 대한 의견 조율을 거쳐 입법조사관실에 대안 마련을 하도록 하였다. 11.29일 4차 심사에서는 입법조사관실에서 마련한 대안을 일부 변경하여 법안심사소위 대안을 확정하였다. 소위 대안은 기본적으로 정부안을 중심으로 몇가지 수정 합의한 것이며 그 내용은 국가부담을 수발보험료의 20%(약 16% 수준)로 명시하고, 본인부담을 시설 20% 재가 15%, 차상위계층은 50% 경감하였으며, 관리운영은 공단으로 하되 시설지정권은 지자체의 역할로 명시하고, 장애인 포함문제는 부대의견으로 담는다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11.30일 개최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법안발의자인 현애자의원 등이 수급자 협소, 관리운영주체 논의 미흡, 국가부담의 축소 등 중요 쟁점에 대해 문제제기와 재심의를 요청함에 따라 법안심사소위로 재회부되기에 이른다. 이어 열린 12.4일 법안심사소위 5차 회의, 12.5일 6차 회의에서 추가 심사를 하였으나 더 이상의 논의와 합의를 하지 못한 채 2월 임시국회에서 심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2월 개최된 법안심사소위에서도 각 조항에 대한 진전은 이루지 못하였고, 결국 보건복지위원회는 합의보지 못한 조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부대의견’에 대폭 포함시킨 채 통과시킴으로써 이후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3. 법제정 내용과 문제점

법명칭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으로 절충

법명칭은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던 항목이었으나 마지막 법안 통과 직전에 절충되었다. 정부안외에 의원발의안 모두는 ‘장기요양’이라 하였고 시민사회단체나 서비스제공측에서도 ‘수발’을 반대하였다.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가 결국 ‘수발’이라는 용어를 양보함으로써 ‘노인장기요양보험법’으로 확정되었다.

전 국민이 보험료 내고도 이용자는 장애인은 제외한 노인의 3%만 !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보험료를 전 국민이 부담하도록 한다면 수급자도 장기요양이 필요한 전 국민에게 보편적인 제도가 되어야 한다.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은 모두 보험료 부담자와 수급자를 일치시키고 있다. 그러나 제정법안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치매.노인성질환 등 노인성질병을 가진 자로 국한하고 있다. 쟁점이 되었던 장애인 포함여부는 부대의견에 ‘정부는 장애인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장애인에 대하여 활동보조인지원 등 각종 복지서비스를 실시하도록 하고,’ ‘2010.6.30일 까지 장애인 포함 여부를 담은 장애인 복지대책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2009년 7월부터 1년간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다만, 제도 시행초기 대상자는 애초 1,2등급(8만5천명)에서 3등급(16만6천명)까지 확대하는데 합의하고 부대의견에 포함하였다. 그럼에도 이 숫자조차 65세이상 노인의 3%만을 수급자로 제한하는 제도이다. 전 국민이 보험료를 내고도 정작 65세가 되어야만, 또 중증등급을 받아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도의 정책목표인 보편성을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다.

저소득 노인과 가족에게는 그림의 떡!

제정법안은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시 본인부담율을 시설은 20%, 재가는 15%로 하고 차상위계층은 50% 경감하도록 하였다. 애초 정부안은 모든 이용자의 본인부담을 20%로 하였으며 현애자의원안을 제외한 의원안들도 모두 20%로 하였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본인부담율 20%는 서비스 이용의 장기성을 고려할 때 저소득층이 이용하는데 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여 이를 낮추고자 하였으나 재가서비스만 15%로 낮추는데 그치고 부대의견에 향후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조정하는 것으로 하였다.

<표1> 등급별 재가 및 일반요양시설 월 이용한도액 : 2차 시범사업 기준 – 생략

표1에 의하면 1등급을 받아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본인부담액이 20만원수준이지만실제로는 식대 20-30만원, 기저귀 등 위생재료대 15만원 등 필수 서비스를 더하면 최소한 55-65만원 정도를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제도가 없을 때에 비하면 부담이 줄어들긴 하지만, 한달에 60여만원을 부담하며 장기간의 요양을 이용할 수 있는 수급자와 가족이 얼마나 될 것인가. 건강보험료와 함께 매달 꼬박꼬박 장기요양보험료를 내면서 정작 필요할 때는 돈이 없어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이 제도가 저소득 노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고소득층의 부담만 덜어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 전국 8개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시범사업에서도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등급판정을 받고도 이용을 기피하거나 등급한도액만큼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조사되었다. 따라서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장기요양서비스의 접근성과 형평성이 크게 훼손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노인의 건강과 복지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수발 국가가 책임지겠다더니 건강보험과 같은 수준!

정부안은 국가부담을 명시조차 하지 않는 안이었으나 대부분의 법안들은 본인부담 제외한 전체 재정의 반을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하였다. 정부는 국가부담 확대에 반대로 일관하였으나 제정법안에는 예상보험료 수입의 20%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내용 명시하였다. 이는 장기요양보험재정 전체의 16% 수준이다.

국가부담이 40-50%가 되어야 한다는 많은 의원안과 이용자 본인부담을 낮추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부담을 확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건강보험과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는 노인장기요양제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언과 달리, 거의 전적으로 국민의 보험료와 이용자의 부담에 의해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요양은 독립적으로 일상생활기능 수행이 어려운 노인층과 장애인 등이 주 대상자라는 점에서 부담층과 주수급자의 차이로 인해 보험료 부담 저항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이용자중심의 지역밀착형 서비스는 요원 !

논란이 가장 많았던 관리운영주체는 정부안대로 건강보험공단이 담당하는 내용으로 통과되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사회보험방식의 원리에 맞게 보험자를 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 재정 책임과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서비스제공체계는 이용자 중심의 지역밀착형 체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군구에 장기요양센터를 설립하여 공공영역에서 장기요양서비스 제공 및 서비스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라 보인다. 그런데 법안 심의과정에서는 공단이냐 시군구냐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여러 의원들이 법안에 제시하였던 장기요양센터와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실질적으로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외에도 장기요양보험법이 제정법인 만큼 많은 조항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했으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한 문제들이 많았다. 예로 장기요양서비스 급여 내용, 장기요양서비스 제공할 공공인프라 구축을 법안에 명시하는 문제, 장기요양서비스 인력에 대한 규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내용과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4. 앞으로의 과제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은 통과될 것으로 예측되나 앞서 밝힌대로 주요한 쟁점들이 부대의견으로 정리되었다. 부대의견 7개항중 쟁점이 되었던 장애인 포함여부, 본인부담률, 급여 대상자 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법 제정 이후에 시행령, 시행규칙의 제정 과정에서도 어떻게 이용자중심의 서비스제공체계를 구축하느냐가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할 것이다.

이후 제도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첫째, 장기요양보호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성과 접근성을 보다 높여내고, 둘째, 요양서비스 내용과 질의 향상을 도모하며 이용자 중심의 지역밀착형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제도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요양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 계획을 촉구 감시하고, 현재 제공기관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시민참여 활동이 필요하다.

조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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