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7 2017-12-01   296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230호, 2017년 12월 발행

편집인의 글

 

김형용 |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작년 겨울 이스탄불에 며칠간 체류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사회복지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꼈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라고.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사회권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온 나로서 인간 존재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이 무엇인지 그처럼 혼란을 준 적은 없었다. 내가 본 이스탄불에서의 광경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라는 말 자체조차 사치스러운, 휴머니즘을 상실한 세계의 현장이었다. 첫날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쿠르디는 눈 앞 도처에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아야 소피아 성당 앞에도, 웅장한 톱카프 궁전 앞에도, 활기넘치는 갈라타 탑 앞에도 있었다. 쇼핑가인 탁심거리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거의 열 걸음마다 쿠르디가 있었다. 간절하게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푼돈을 건네주는 일조차 힘들었다. 종일 기부를 해도 멈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 중 한 아이는 구걸을 하지 않았다. 한 쪽 골목 보이지 않는 귀퉁이에서, 핏기는 이미 사라졌고, 얇은 이불을 덮은 채 바들바들 떨면서, 눈만 간절히 내게 어떤 메세지를 건네고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시리아에서 넘어온 난민이 공식적으로 300만 명 수준이라고 하였지만, 호텔 종업원 말로는 실제로 거의 그 두 배에 가깝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다수 난민은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었고 그 중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50만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라도 이들을 적극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 방법과 절차를 알아보았다. 쉽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난민 불수용 국가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총 7,542명의 난민 신청이 접수되었으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는 98명에 불과하다. 0.8%이다. 약 220명 중 1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난민은 시리아,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등 곳곳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고통분담에 나서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난민은 분쟁으로 인한 폭력을 피해 타국의 피난처를 찾는 이들이다.  

 

이주민은 난민과 달리 일자리를 찾아서 또는 결혼 등의 이유로 자발적으로 타국으로 옮겨온 이들이다. 엄밀히 난민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집단이다. 한국문화가 좋아서 살려고 온 이들도 많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이웃집 이주민이 처한 현실은 난민과 그리 다르지 않다. 생존하기 위해서 타국으로 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주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는 일상적인 인종차별, 노동착취, 학대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저승사자를 등에 업은 상태’로 생존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살아야 할 만큼, 고향에서의 삶은 더욱 고통일 것이다. 이주민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결혼이주민도 마찬가지이다. 인신매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결혼이 이루어지고, 가정 내에서는 종속자로서 존재한다. 폭력과 경제적 착취 등 인권유린은 다반사이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다. 과연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 이주인가? 

 

본 호에서는 이주민의 권리보장을 다룬다. 설동훈 교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 20대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제정 시도조차 없다. 물론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도 갈 길은 멀다. 한국 사회의 척박한 인권의식이 사회적 소수자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는 사회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최혜지 교수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실태와 개선방향을, 김종철 변호사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그리고 유대규 세이브더칠드런 대리는 난민아동의 권리보장을 다루고 있다. 세계시민으로서의 권리보장을 향한 길에 어서 서둘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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